[공복 김선생] 대파, ‘부의 상징'이 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주말 점심 때였습니다. 곰국에 대파를 한 숟가락 가득 퍼 넣었더니, 아내가 “플렉스(flex) 하는구만”이라며 웃더군요. 플렉스란 ‘부를 과시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말이잖아요. 그만큼 대파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이미 상당히 내려갔고 이달 말부터는 진정될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비쌉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당에서 대파 보기가 힘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치킨에 파채를 얹어 먹는 파닭을 당분간 메뉴에서 뺀 치킨집도 있고, 파채를 양념에 무친 파절이 대신 무생채나 콩나물과 부추를 양념해 손님상에 내는 삼겹살집도 등장했습니다.
대파를 가게나 집 한켠에서 손수 키우는 이들이 늘면서 유튜브에선 ‘대파 키우는 법’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고, 소셜네트워크(SNS)에선 집에서 파를 심어 키우는 사진이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주식보다 대파를 직접 키워 먹는 게 수익률이 높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파테크’ ‘대파코인’란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파테크는 대파와 재테크를 합친 말이고 대파코인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비트코인에 대파를 빗댄 말이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파 가격 폭등이 이처럼 화제가 되는 건 그만큼 대파가 우리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식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서부가 원산지로 알려진 대파는 늦춰 잡아도 통일신라 때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됐다고 추정합니다. 생으로 사용하면 알싸한 매운맛과 특유의 향이 있고, 익히면 단맛을 내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생 대파는 특유의 향이 잡냄새를 잡아주기 때문에 다양한 요리에 향신 채소로 활용합니다. 하얀 뿌리 부분은 육수를 우려낼 때는 감칠맛과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빠지지 않고 사용합니다. 육개장, 곰탕, 설렁탕 등이 대표적이죠.
대파는 몸에 이로운 성분을 다량 함유한 건강식품이기도 합니다. 초록색 잎 부분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지요. 베타카로틴은 노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합니다. 칼슘이 풍부해 관절 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흰 줄기에는 사과보다 5배 많은 비타민C가 함유돼 있고, 뿌리에도 혈액순환을 돕고 면역력 증진에 좋은 알리신과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해 감기 예방과 피로 해소에 효과적입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운동을 원활하게 해 숙변 제거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고기요리처럼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대파를 함께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체내 흡수를 억제하는데다, 위장을 따뜻하게 만들고 노폐물을 배출해 비만 예방에도 도움을 줍니다.
최근 대파 값이 폭등한 원인은 대략 2가지입니다. 우선 지난해 겨울 대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파 경작을 포기한 농가가 늘었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이번 겨울 전남 진도와 신안 등 겨울 대파 주산지에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며 작황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대파 가격이 차츰 평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하순부턴 겨울 대파 작황이 회복되고 봄 대파 출하가 시작되면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싼 대파, 잘 고르고 보관해야겠죠? 파는 잎이 고르게 녹색을 띠면서 줄기가 끝까지 곧게 뻗어 있어야 좋습니다. 뿌리는 무르지 않고 탄력이 있어야 하고요.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는 파가 싱싱하고요. 꽃대가 생기면 파가 질겨집니다. 마른 잎과 잔뿌리가 적은 파를 고르세요. 한 단으로 묶여 있는 파의 상태가 균일한지도 살펴보시고요.
보관은 신문지에 싸서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하면 됩니다. 물이 닿으면 상하니 조심하시고요. 오래 보관하려면 냉동하세요. 세로 밀폐용기 바닥에 키친타월을 깔고 세워서 보관하면 물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답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