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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어 삼키기는 아까워… 돈 되는 ‘치토스’

한 조각이 1억 넘는다고? 요즘 치토스 과자 조각이 경매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됩니다. 하람베 치토스부터 리자몽 치토스까지, 웃돈 붙는 과자 조각의 세계!

[아무튼, 주말]

과자 한 조각이 1억원?

경매 시장 블루칩으로

돈 벌고 싶다면 눈부터 크게 떠야 한다.


“고릴라 모양 치토스 판매합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최근 이런 글이 올라왔다. 가격은 100만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말 그대로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 ‘치토스’ 한 조각을 판매한다는 것. 


옥수수 전분을 입힌 과자가 기름에서 튀겨질 때 무작위로 형상을 얻게 되는데, 모양이 독특하면 비싼 값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고릴라 옆모습처럼 생긴 매물부터 ‘정권 찌르기 하는 남자’(100만원) ‘후크 선장 갈고리’(10만원) ‘해마 모양’(10만원) 등 별의별 치토스가 현재 매물로 나와 있다. 참고로 치토스 한 봉지는 동네 마트에서 1400원 수준. 낱개로 계산하면 14원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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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토스 뮤지엄’에 공개된 실제 과자 조각. 참고로 맨 마지막 작품은 ‘자유의 여신상’이다. /펩시코

그러나 운 좋으면 목돈이 된다. 지난달 투명 케이스에 보석처럼 보관된 7㎝ 남짓한 과자 조각 하나가 미국 경매 사이트 골딘에 등장했다. 곧장 침 튀기는 경쟁이 시작됐다. 전 세계에 골수팬을 거느린 인기 만화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드래곤 모양의 캐릭터(리자몽)와 몹시 닮았기 때문이다. 


250달러에서 출발한 응찰은 즉시 불이 붙었고, 결국 지난 2일 8만7840달러(1억2800만원)에 낙찰됐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수집가들은 희귀 카드, 한정판 장난감에 이어 이제는 이상한 모양의 간식에 수천 달러를 쓴다”며 “인터넷은 우리가 사물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바꿔 놨다”고 평했다.


이미 이런 현상은 2017년에도 관측된 바 있다.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의 고릴라 ‘하람베’를 닮은 치토스 조각이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약 1억1400만원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그 전년도에 사건이 하나 있었다. 해당 동물원 고릴라 우리에 꼬마아이가 실수로 떨어졌고,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하람베가 총살된 것이다. 


전국적인 애도 물결이 일었다. 그리고 때마침, 배고파 과자 봉투를 뒤적거리던 운 좋은 누군가의 손가락 끝에서 하람베의 옆태가 발견된 것이었다. 경매 시작가는 약 1만3000원. 1만배 뻥튀기였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서 더는 치토스를 허투루 먹을 수 없게 된 계기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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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만화 캐릭터를 닮은 치토스 조각. 약 1억2800만원에 낙찰됐다. /골딘

관찰력 혹은 창의력 대결이기도 하다. 자유의 여신상, 에이브러햄 링컨, 네스호의 괴물…. 치토스 제조사인 식음료 회사 펩시코는 자체 수집한 이색 치토스 조각 전시회 ‘치토스 뮤지엄’을 선보인 바 있다. 국내 판권을 보유한 롯데웰푸드 역시 재밌는 ‘작품’을 발굴해 인증하면 해외 여행권 등을 증정하는 ‘치토스 뮤지엄 이벤트’를 2019년 진행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파악해 추후 행사 기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살지는 모르지만, 금광을 캐는 심정으로 과자 봉투를 뜯는 사람들. 얼마 전 판매 글 하나가 또 올라왔다. “하트 모양 치토스 팝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세요. 50만원.”


정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