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배양으로 만든 스테이크용 인공 소고기
사이언스 카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스테이크용 소고기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인공 배양한 세포들을 모아 햄버거용 다진 고기를 만든 적은 있지만, 다양한 세포로 구성된 조직을 통째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바이오기업 알레프 팜이 세포 배양한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요리. /알레프 팜 |
이스라엘 바이오 기업 알레프 팜은 12일(현지 시각) "세포 배양 방법으로 소형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신용카드 크기의 이 소고기에는 지방, 혈관 세포, 근육세포 등 실제 소고기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들어 있다. 디디에르 토우비아 알레프 팜 대표는 "구웠을 때 맛이나 질감, 모양이 실제 소고기와 70% 정도 같았다"며 "2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레프 팜은 이스라엘공대(테크니온)에서 창업했다. 이 회사 연구진은 소에서 추출한 세포에 영양물질을 주며 3차원 입체로 배양했다. 그러자 세포들이 서로 반응해 일부 근육세포가 지방으로 변하고 혈관 세포도 만들어졌다. 축산 농가에서 소를 키워 스테이크용 고기를 얻기까지 2년이 걸린다면, 세포 배양 방식으로는 3주면 충분했다. 현재 가격은 소고기 한 조각에 50달러로 비싸지만 대량 배양이 이뤄지면 일반 음식점에서도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세포 배양 방식의 인공육은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가 가축들에서 나온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조사에 따르면 육류와 유제품을 먹지 않으면 전 세계 농지 76%를 쓰지 않아도 된다. 또 멸종 위기에 있는 들소나 고래 고기도 마음대로 배양해 먹을 수 있다.
세포 배양 방식의 인공육은 여러 곳에서 개발 중이다. 2013년 네덜란드 과학자들은 소 줄기세포를 배양해 햄버거용 패티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바이오 기업 멤피스 미트가 같은 방법으로 햄버거용 인공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만들었다. 미국 바이오 기업 저스트 푸드는 최근 고가(高價)의 일본 와규 소고기를 배양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