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바다세상 Ⅲ](28) 새콤달콤 오징어 물회…해장에 제격
어부들 허기 달래줬던 음식…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맛도 다양
양파, 오이에 전복, 해삼 등 해산물 추가해 다양한 맛 일품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변화로 남해와 서해에서도 맛볼 수 있는 오징어.
오징어 회 [촬영 이종건] |
동해 대표 어종이었던 오징어가 언제부턴가 남해와 서해에서도 잡히기 시작하면서 굳이 동해안을 찾지 않아도 오징어를 맛볼 수 있게 된 요즘 동해안 오징어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동해안에는 동해에서 잡히는 오징어를 맛보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회로 먹어도 좋고, 잘게 썰어 초장에 무쳐 먹어도 좋고, 말려서 구워 먹어도 좋은 오징어.
오징어만큼 다양한 요리법이 있는 어종도 드물다.
그 많은 요리법 중 동해안에서 가장 쉽게 접할수 있는 것을 꼽자면 회와 물회가 단연 으뜸이다.
그중에서도 물회는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각얼음 듬뿍 넣어 한 그릇 먹으면 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여름철 대표 음식인 냉면 저리 가라다.
타우린이 풍부하다가 보니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찾는 사람도 많다.
물회는 조업 나간 어부들에게 고된 노동에서 오는 허기를 달래줬던 음식이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선을 회로 뜬 다음 초고추장을 얹고 찬물을 부어 배 위에서 뚝딱 해 먹었던 음식이다.
오징어 물회 [촬영 이종건] |
물회는 바다에서 잡히는 여러 가지 해산물을 쓰다가 보니 종류도 다양하고 요리법 또한 지역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도의 자리돔 물회와 강원도의 오징어 물회다.
물론 제주도와 강원도의 자리돔과 오징어 물회 이외 전국 각지에는 특색있는 물회들도 많다.
강원도에도 오징어가 아닌 다른 어종을 쓰는 물회가 있다.
하지만 지역을 상징하는 물회를 거론할 때 이를 빼놓을 수 없다.
강원도 오징어 물회는 싱싱한 오징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 후 채를 썰듯이 가늘게 썬 뒤 다진 마늘과 다진 파 등으로 양념을 한 초고추장을 넣고 찬물을 부어 먹는다.
다른 지역에서는 물회에 된장을 넣는 곳도 있으나 강원도 물회는 대부분이 초고추장을 쓴다.
채를 썬 양파와 오이를 비롯해 참깨 등도 함께 넣어 맛을 낸다.
전복과 해삼, 멍게 등 다른 해산물을 넣고 설탕 또는 매실액을 가미하는 경우도 있다.
양념을 어떻게 하느냐, 어떤 해산물을 추가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음식점마다 물회 맛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새콤달콤한 기본적인 맛은 어디 가나 빼놓을 수 없는 오징어 물회의 공통분모다.
강원도 오징어 물회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동해안 바닷가 어느 횟집에서나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지천으로 잡혔던 오징어 어획량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이제는 귀한 음식 대접을 받고 있다.
오징어순대 [촬영 이종건] |
다른 수산물과 마찬가지로 오징어 역시 어획량에 좌우되는 위판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다 보니 갈수록 맛보기 힘들어지는 음식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살아있는 오징어를 사용해야 하다 보니 연안에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을 때는 사실상 맛보기 힘들다.
오징어를 이용한 강원도의 레시피는 물회만이 전부가 아니다.
속초를 중심으로 향토음식화 한 오징어순대를 빼놓을 수 없다.
순대는 돼지창자에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 소를 넣어 쪄낸 음식을 말하는데, 돼지창자 대신 오징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오징어순대다.
따라서 만드는 방법은 일반 순대와 동일하다.
내장을 빼낸 오징어 몸통을 돼지창자 처럼 사용해 그 안에다가 소를 넣고 쪄낸다.
다만 오징어순대는 일반 순대와는 달리 소를 만드는데 돼지피는 사용하지 않는다.
찜통에서 쪄낸 오징어순대는 1㎝ 정도의 두께로 썰어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계란을 입혀 프라이팬에 부쳐내는 오징어순대는 또 맛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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