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려면 맑은 날 2인1조로 움직여라
『대한민국 자동차 명장 박병일의 자동차 백과』 연재
사고차, 침수차, 돈 먹는 하마를 만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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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실수를 한다. 소비생활에 있어서도 그렇다. 마트의 과일부터 아웃렛의 양복까지, 가끔은 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사기도 하고 바가지를 쓰기도 한다. 속이 쓰리긴 하지만 과외비를 지불했다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중고차라면 문제가 좀 다르다.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고가의 제품일 뿐 아니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광고 문구나 감언이설에 속아 차축이 비틀리는 큰 사고가 난 차나 폭우로 물에 잠겼던 차를 구입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또한 구입한 다음달부터 갖가지 문제를 일으켜 카센터를 밥 먹듯 드나들고 결국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중고차들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무관심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적어도 중고차 가격에 합당한 관심과 정보가 필요한 이유다.
“아, 날씨 좋다! 중고차 보러 가자!”
중고차와의 첫 미팅은 가능하면 맑은 날 낮 시간으로 잡아라. 왜 흐린 날 저녁이면 안 되냐고? 바로 자동차 바디에 남아 있는 희미한 울렁임(물결침 현상)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마주 오는 차에 받히거나 무언가와 강한 힘으로 충돌한 사고가 차에 남긴 흔적이 울렁임인데, 이는 햇볕을 마주 보는 위치에서 약간 사선으로 관찰해야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아무리 판금과 도색을 해도 프레스 가공한 원래의 형태로 완전히 복원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약 울렁임을 발견했다면 사고 이력에 대해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혼자일 때는 안 보이고, 둘이어야 보이는 것!
영업사원의 얼렁뚱땅 상술에 쉽게 넘어가지 않으려면 혼자보다 둘이 낫긴 하다. 하지만 여기서 하려는 이야기는 그게 아니다. 중고차를 외관만 대충 훑어보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위험천만한 일이다. 차에 타서 시동을 걸어보고 다양한 기능을 체크해봐야 한다.
대시보드의 계기판 게이지가 잘 움직이는지, 미터기의 조명 램프가 제대로 점멸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고 전조등, 미등, 브레이크등의 정상 작동 여부와 라이트의 상향, 하향각, 와이퍼와 혼까지 체크해야 한다. 다음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보고 핸드 브레이크의 상태, 스티어링의 유격 등도 살펴본다. 한 명은 차 안에서, 다른 한 명은 차 밖에서 보면 이상 여부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다.
볼트 하나로 사고차 한눈에 식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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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문짝이나 보닛을 교환한 이력이 있는 중고차라고 해서 피할 이유는 없다. 단, 문짝을 교환한 차 중에는 문짝을 받치고 있는 기둥, 즉 필러 기둥까지 수리한 차가 있는데 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보닛만 교환한 것이 아니라 휠하우스 쪽까지 수리했다면 깨끗하게 포기하는 것이 좋다. 전면 충돌 사고 차량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짝, 펜더, 보닛 교환 차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답은 볼트다. 차체에 해당 부품을 고정하는 볼트에 빛을 비추었을 때 아무 흔적이 없다면 일단 안심해도 된다. 만약 넓은 스패너가 움직인 자국이 보이면 어떤 이유에서든 볼트를 풀었다는 얘기고, 부품을 교환한 차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한다. 또한 보닛을 열면 지지 패널(라디에이터를 받치고 있는 가로로 된 철제 빔)이 보이는데, 사고로 차체에 가해진 충격의 정도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이므로 그 부분을 편 자국은 없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매년 장마와 폭우로 침수된 차들이 발생한다. 자차보험에 가입된 차들은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 사이트를 통해 침수 여부를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침수차들은 속이려 드는 사람들 앞에서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침수차를 식별하려면 시트 아래 스펀지 부분에 코를 대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지 맡아보거나, 안전벨트 끝에 있는 배선 커넥터 부분에 흙탕물 찌꺼기가 묻어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실내 B필러를 벗겨보는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중고차가 중고차다운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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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에는 당연히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듯, 자연스러운 오염과 상처가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미다. 중고차인데도 신차 못지않게 번쩍거린다면 오히려 의심을 해봐야 한다. 엔진룸을 예로 들어보자. 아무리 번쩍번쩍 닦아놓아도 주저앉을 것은 주저앉고 일정한 금속피로나 품질 저하는 필연적이다.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닛을 열어보는데 두서없이 보다가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차량의 상태는 계통별로 하는 것이 좋다. 즉 냉각 계통은 호스와 벨트 중심으로 봐야 한다. 팬벨트가 파손 직전인 중고차도 가끔 눈에 띈다. 전기 계통은 배터리의 용량과 비중을 모두 봐야 하는데, 판매점에 측정해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연료 계통을 볼 때는 누유 여부와 함께 엔진오일 상태까지 체크하는 것이 후환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다.
글 | 박병일(자동차 정비사)
박병일, 박대세 저 | 라의눈
중고차 잘 고르는 법, 사고차 판별하는 법까지 담겨 있어 가히 ‘자동차 백과’라 할 만하다. 막 면허를 딴 초보자부터 자동차를 사랑하는 마니아까지 오너드라이버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책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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