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저자 최신작
『잘되는 집들의 비밀』 정희숙 저자 인터뷰
안녕하세요. 『잘되는 집들의 비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이후에 신작을 기다린 분들이 아주 많으실 텐데요. 이번 신간은 무엇보다 책 표지에 적힌 “10,000명의 집을 정리하면서 깨달은 한국형 공간의 지혜”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한국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인들의 특징이 뭘까요? 바로 정(情)과 한(限)이에요. 제가 정리하러 가는 모든 집의 공통점이 뭐냐면, 짐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건데요. 집 안에 놓인 물건 중 상당수가 우리의 감정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담긴 물건을 보면 그와 관련된 감정이 떠오르는 거죠. 아이들이 어릴 때 받아온 상장에서부터 지금은 쓰지 않는 구형 휴대폰, 심지어 시집 올 때 가져온 접시를 40년 넘게 보관하는 분도 계세요. 그런데 이런 분들에게 무작정 버리라고 하면 어떨까요? 받아들이지 못하시겠죠.
그래서 저는 궁극적으로 정리란 물건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내 삶에 남길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는 일이죠. 정 때문에 쉽사리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분들께 저는 이렇게 이야기한답니다. “소중한 건 마음속에 담으세요. 적어도 우리 마음이 서랍보다 넓으니까요. (웃음)”
『잘되는 집들의 비밀』이라는 제목도 흥미로운데, 안에 보면 부자들의 정리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이 나와요. 부자들의 정리, 정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가요?
제가 10년 넘게 정리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소위 잘나간다 하는 집들을 많이 방문했어요. 일반적으로 부자들은 돈이 많으니 비싼 물건도 척척 새로 들여놓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부자들의 집은 굉장히 심플하고 소박합니다.
부자들은 집이라는 공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데요. 물건 하나를 들여도 신중하게 오래 고민해서 선택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쓰던 책상이에요”, “10년 전에 구입한 화병이에요” 같은 이야기를 많이들 하십니다. 특히 그림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잘 활용하시는데 요즘 많이 보이는 소재는 달항아리더라고요(웃음). 인테리어와 재테크. 두 가지 효과를 모두 노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또 부자들의 집에는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서재가 있었는데요. 책을 통해 삶의 다양한 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훈련이 집이라는 공간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거죠.
당장 집에 서재부터 만들어야겠는데요(웃음). 부자들은 집 안이 아닌 주변 환경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요?
맞아요. 특히 요즘은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분이 많다 보니 단순히 내 집뿐만 아니라 나의 공간에 맞닿아 있는 주변 환경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데요. 부자들이 집을 선택할 때 아무리 그 집이 마음에 들어도 옆집 현관문 앞에 물건이 잔뜩 쌓여 있다거나 하면 절대 가지 않는다고 해요.
공간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쳐요. 저는 풍수를 신망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부자들이 집뿐만 아니라 집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요소를 꼼꼼하게 점검한다는 건 확실해 보였습니다.
정리라는 게 냉장고 안이나 장롱 속처럼 내밀한 공간까지 모두 보여야 하는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심리 상담처럼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요. 고객 중 한 분은 이혼하고 1년 넘도록 무기력함에 빠져 간단한 외출도 어려울 만큼 힘겨운 날을 보내고 계셨는데요. 혼자 살기 충분히 넓은 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현관 바로 앞에 있는 가장 작은 방에서 이불을 깐 채 피난민처럼 생활하고 계셨죠. 상담을 한 첫날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밤에 자려고 누우면 본인 스스로 죽은 사람처럼 느껴진다고요. 그 말이 이 집에서 자신의 삶을 기필코 잘 살아내고 싶다는 외침처럼 들렸어요.
결국 그분은 용기를 내서 저와 집 정리를 시작했고, 3일 뒤 정리가 끝난 집을 보며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하나하나 공간을 매만지는 동안 치유받고, 용기를 냈고,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죠.
저는 정리가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치고 힘들 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필요한 게 바로 정리죠.
정리의 필요성을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실천이 참 어려워요. “내가 마음을 안 먹어서 그렇지, 막상 하면 잘해!”라고 큰소리치는 분들도 계시고요(웃음). 정리,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제가 만난 분들 중에 정리를 좋아한다는 분은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웃음). 대신 꼭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원래’ 정리를 잘 못해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원래라는 말은 타고났다는 뜻인데, 정리에 약한 DNA라도 갖고 태어났다는 걸까요? 아닐 거예요.
저는 정리를 재능보다는 습관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볼까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두기”를 배웠을 거예요.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정리왕’이었던 거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리가 어려워지죠? 그 이유는 바로 통제 가능한 공간의 넓이에 비해 물건이 과도하게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집에 컵이 몇 개인지, 청바지가 몇 벌인지, 신발이 몇 켤레 있는지 아시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깜짝 놀라서 그걸 어떻게 아냐고 되물으세요. 내 월급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면서 왜 우리 집 물건의 수는 모르는 게 당연할까요?
정리는 물건을 여기에서 저기로 옮기는 게 아니에요. 예쁘게 쌓는 것도 아니고요. 공간에 어울리고 쓰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입니다. 당연히 공간은 한정적이니 쓸모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고, 남아 있는 물건은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두어야 합니다.
정리의 핵심은 물건을 종류별로 정리하는 거예요. 옷을 예로 들어볼까요? 가장 먼저 할 일은 집 안에 있는 모든 옷을 꺼내서 반드시 한 공간에 모아보는 거예요. 그런 다음에는 점점 세분화해서 분류하세요. 아이 옷, 어른 옷. 그다음에는 티셔츠, 청바지, 블라우스, 원피스, 속옷 등으로 나누는 거죠.
정리를 예쁘게 수납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물건을 정리하는 이유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지 모셔두기 위해서가 아니잖아요(웃음). 기억하세요. 정리의 기본은 종류별로 모으고, 다시 세분화해서 나누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랄 텐데요. 이 책의 제목처럼 “잘되는 집”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관심”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앞서 정리는 습관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집을 자주 쓰다듬고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질 때 가장 필요한 게 바로 관심이거든요. 우리가 매일 머무르는 집이라는 공간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중히 여기면서 알뜰살뜰히 보살피면 자연스럽게 그 집에 머무는 사람들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어요. 그깟 정리가 뭐 그렇게까지 대단하냐 싶으시겠지만, 잘 정돈된 집이 주는 효능은 생각보다 아주 큽니다. 근사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유난히 여유롭고 안정감이 드는 것처럼 잘 정돈된 집은 우리에게 좋은 에너지를 가져다주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고, 심리적 만족을 느끼게 하죠. 그 모든 힘이 인간관계, 일, 사랑, 돈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좋은 집에 살고 싶으시죠? 이 말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좋은 집은 사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러분이 어떻게 집을 가꿔나가느냐에 따라 우리 집이 잘되는, 부자 되는, 그런 집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정희숙
엄마로 살다 마흔 살이 되어서 정리 분야의 일을 시작했다. 외국 번역서를 읽으며 공부했지만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닫고, 정희숙만의 한국형 정리법을 세우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지금까지 총 5,000여 가구, 1만 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 정리 노하우를 쌓았다. 이후 KBS <아침마당>, <뉴스 6>, MBC <스페셜>, <기분 좋은 날>, SBS <모닝와이드>, <배성재의 TEN>,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비롯한 다수의 방송 출연과 삼성전자, 현대백화점, 한샘 등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강연을 매년 수십 여 차례 이어나가며 대한민국 대표 정리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고 수납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사는 공간을 더 효율적이고 조화롭게 활용하도록 돕는 공간 컨설턴트로 거듭난 그녀는 집을 정리하는 일이 우리 삶을 얼마나 더 풍요롭게 변화시키는지 수없이 목격했다. 그리고 부와 운을 끌어당기는 다양한 공간 활용법을 모아 이 책 『잘되는 집들의 비밀』 에 담아냈다. 지은 책으로는 지난 2020년 우리나라에 정리 붐을 일으킨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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