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조언이 필요하다면
고민을 잘게 나누자
출처_imagetoday |
1년 중 이맘때, 사무실 안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누군가의 승진과 이동 소식이 들리고 팀이 쪼개지고 합쳐지는 걸 보며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진로와 관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회의실과 복도, 커피숍에 삼삼오오 마주 앉은 사람들은 심각해진다. “이번 인사에서 희망부서를 어디로 하는 게 좋을까요?” “나 회사 그만두고 쇼핑몰을 해보고 싶어.” “우리 부장과는 더 이상 일 못하겠는데 어쩌지?”
중요한 선택의 순간, 우리는 믿을만한 사람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내가 아는 것만으로는 같은 고민만 무한 반복하게 되니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나만의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것이다. 물론 조언이 늘 문제해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답답한 마음만 앞서 적절치 않은 사람을 찾아가거나, 즉흥적인 질문을 던지고 ‘어서 답을 내놓으라’ 보채는 경우 그렇다. 마음만 절박하지 조언을 들을 준비는 돼 있지 않은 것이다.
상대의 역할
고민을 털어놓기 전에 생각부터 정리하자. 상대가 내 말을 듣고 내 생각을 날카롭게 다듬어주길 원하는가?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정을 확인해주거나 반대 의견을 내주길 바라는가? 아니면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통해 내가 못 본 것을 제시해줬으면 하는가? 조언을 통해 기대하는 것과 조언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그려봐야 한다. 그래야 상대도 피상적인 ‘좋은 말’ 대신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조언을 건넨다.
이를 위해, 나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조언자가 내 문제를 파악하도록 돕자.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내 입장만 설명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디테일까지 장황하게 늘어놓아 상대를 질리게 했다면 당신은 조언이 아니라 그냥 하소연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이다.
‘약한 고리’ 이용하기
상사와의 관계, 진로, 가정생활 등 삶의 문제는 다양한데 매번 같은 사람에게 달려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새로운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새로운 조언자를 찾아 나선다면 조언을 얻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다양한 강점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구성된 ‘조언가 풀’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링크드인 설립자인 리드 호프먼은 『어떻게 나를 최고로 만드는가』에서 ‘약한 고리’를 활용하라고 했다. 약한 고리란 같이 보내는 시간도 적고 절친도 아니지만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아는 사람’을 뜻한다. 약한 고리의 범위가 좁은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 기회, 정보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 나와 친한 사람들 안에서 오가는 정보는 대체로 비슷비슷한 정보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특히 진로 고민이라면 약한 고리를 통해 일자리 기회나 사람을 소개받는 등 실질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고민을 잘게 나누자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야 의사결정의 질도 높아진다. 단순히 ‘회사를 그만둘까요?’ 질문 하나 덜렁 들고 조언자를 찾아가기보다 회사를 그만둘지, 몇 년 더 다니며 좋은 기회를 노릴지, 지금 회사에서 승부를 볼지 등 고민을 잘게 나누고 의견을 구해야 한다. 조언을 들은 후에는 그 조언을 따를 경우의 장단점을 따져보고 내가 처한 상황에 맞는 조언인지, 조언대로 움직일 구체적인 방법과 대비해야 할 만일의 사태는 무엇인지 체크해보자. 무비판적으로 상대의 의견을 수용하거나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무시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다.
돌아보면, 내가 가진 경험과 네트워크를 동원해 금쪽같은 조언을 해준 후배는 ‘조언 이후’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조언을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했는지, 그게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피드백 하는 사람 말이다. 부서를 옮기고 싶다는 후배에게 귀한 팁을 줬는데 얼마 후 후배의 인사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서 듣는다면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상대와 내가 약한 고리로 연결돼 있다면 조언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더 긴밀한 관계의 시작이다. 관계는 화초와 같아서 먹이고 키워야 한다. 조언자는 이미 당신을 위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필요한 것만 쏙 빼먹고 돌아선다면 화초는 바짝 말라 죽어버릴 것이다.
글 | 김남인('회사의언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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