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식도락가의 강릉 먹방 여행
미식가도 아닌데 입맛이 까다롭다는 소리를 듣는다. 맛집을 검색해도 실패하기 일쑤다. 그런 탓에 여행에서 먹는 일은 언제나 고민거리다. 그런가 하면 유난히 맛있는 집을 잘 찾는 사람이 있다. 줄 서는 집도 아닌데 결코 실패하는 법이 없다. SNS에도 없는 새로운 맛집을 발굴해내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이번 강릉 여행에서 먹는 일은 온전히 그에게 맡기기로 했다. 결과는? 물론 백전백승이다.
●겨울은 붉은 홍게의 계절!
무한리필 미스터홍게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따끈한 홍게찜이 생각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사이로 발그레해진 몸을 드러내는 홍게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먹기도 전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강릉에서 첫 식도락을 홍게로 정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더구나 무한리필이라니! 맛있는 음식을 앞두고 체면을 차릴 필요도 없다. 한 판 가득 홍게가 담긴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수족관에서 꺼내와 바로 쪄낸 홍게는 촉촉하고 부드러워 입안에서 녹는 기분이다. 다리 마디를 꺾어 살만 쏙 발라먹는 맛이란! 살이 꽉 찬 상급 홍게는 대게보다 더 값어치가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비싼 대게보다 가성비가 높은 홍게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리와 몸통을 싹싹 비우면 리필 주문이 가능하니 양껏 먹어보자. 게딱지는 모아 놓았다가 밥을 비벼 먹으면 훌륭한 마무리가 된다.
관광지에서 멀찍이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한 미스터홍게는 동네에 마실 나온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이다. 괜한 북적거림에 시달리지 않아 좋다. 특히 수율 좋은 상등급 홍게들만 취급한다는 주인장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난다면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중앙시장의 현지인 맛집
소와돼지 남촌곱창
강릉 중앙시장은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먹거리촌이기도 하다. 골목마다 작고 오래된 식당들이 숨어 있다. 홍게로 가득 채웠던 배가 꺼져갈 무렵 남촌곱창집을 찾았다. 허름한 외관에서 풍겨 나오는 맛집 포스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대포집 마냥 양철 테이블이 옹기종기 놓인 모습이 단골집 마냥 정겨운 곳이다.
막창과 곱창은 역시 숯불에 구워야 제 맛이다. 처음에 초벌구이 해서 나오기 때문에 은은한 불에 숯불 향을 입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사장님이 쉴 새 없이 불을 조절해주기 때문에 고기를 잘 못 굽는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재료가 신선하기 때문에 잡냄새가 하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소한 맛에 젓가락은 쉼 없이 움직인다. 집에서 만든 것처럼 반찬들도 하나 같이 맛있는데 특히 깻잎에 싸 먹으면 느끼한 맛을 단번에 잡아준다. 상추쌈도 강력 추천한다.
●횟집인데 돈가스가 맛있어!
해마루
‘돈가스도 맛있는 횟집’이라니! 야식 메뉴로 회 포장을 위해 찾았건만 문 앞에서 잠시 주춤거리게 되는 문구다. 이제껏 그의 맛집 더듬이가 빗나간 적은 없었는데, 횟집은 맞는 거겠지? 간혹 어린이 메뉴로 돈가스를 내놓는 집들이 있지만 직접 돼지고기를 두들겨 만들기까지 한다니 예사로운 집은 아니다. 당연히 회를 주문하면 기본 차림에 돈가스가 제공된다.
두툼하고 바삭한 돈가스는 겉바속촉의 정석이다. 일반 돈가스 전문점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맛이다. 어디 이 뿐일까. 불맛이 진하게 배어나는 볶음 우동에 전복, 멍게, 소라무침, 물회 등 식당에서 먹는 것 못지않게 푸짐한 한상이 차려진다. 두툼하게 썰어주는 회는 마니아들에게 엄지 척을 받을 만하다. 쫀득하고 차진 식감이 일품이다. 풍성하고 맛깔스러운 안주 덕에 밤이 늦도록 술잔이 오간다.
●달콤한 브리오슈의 유혹
강릉오빠
강릉 핫플인 월화거리를 찾은 건 순전히 브리오슈 때문이다. 빵지순례 명소인 강릉오빠를 건너뛸 수는 없으니 말이다. 강릉오빠의 브리오슈는 프랑스 귀족 빵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발효종, 고메 버터 등 최상품 재료들을 사용해 만든다. 브리오슈 전문 베이커리답게 종류도 다양한데 무엇을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안긴다.
가장 기본인 강릉 브로오슈는 질 좋은 호두와 아몬드를 가득 올려 달콤하고 바삭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직접 만든 잼을 올린 산딸기 브리오슈와 코코넛 초코 크림을 듬뿍 얹은 초코 브리오슈, 크림치즈 브리오슈 등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다이어트 중이라도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 말이 철떡 같이 믿고 싶어지는 집이다.
글·사진 정은주 트래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