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커피집이라 가능했던 소소한 마케팅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연간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은 무려 353잔. 거의 매일 커피를 마신다는 뜻이다. 특히 아이스커피는 겨울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회원을 모집하는 글이 올라오며, 핫 커피와 대결 구도를 이룰 만큼 많은 이들이 즐기는 메뉴다.
바빠서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신다는 요즘 빽다방은 가성비 좋은 저가 커피 전문점으로 자리 잡았다. '빽다방은 내게 커피를 쏠 수 있는 즐거움을 주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빽다방'의 역사는 재밌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당시 백종원 대표는 원조쌈밥집과 한신포차, 본가, 새마을 식당 등을 운영 중이었는데 논현동에 몰려있던 식당들이 입소문을 타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아질수록 불법 주정차가 심해졌고,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원조쌈밥집' 입구에 있던 작은 카페였다. 백 대표의 마음 한편에 카페에 대한 미안함이 날로 커졌다. 그러던 중 아예 인수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카페 사장의 부탁이 있었고, 어쩌다 보니 운영까지 하게 된 것이 카페의 시작이었다.
초기 이름은 '원조벅스'였는데 백 대표는 이 작은 카페를 프랜차이즈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저 줄을 서가며 원조 쌈밥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운영했다. 그래서 '원조'라는 워딩을 상호에 넣었고, 커피 원가도 따지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가성비 좋은 메뉴와 재미있는 브랜드 캐릭터로 인해 인터넷에 자주 언급되었고, 그 후 2년 뒤 '빽다방'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빽다방이 문을 연 2006년 당시, 커피 시장 규모는 3조 원으로 현재 커피 시장의 규모가 11조 원인 것에 비해 4배 가까이 작았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엔젤리너스 등 외국 프랜차이즈와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생겨나는 카페 문화가 정착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테이크 아웃 커피 트렌드가 퍼지기 시작했다.
후미진 골목 안, 작고 저렴한 커피집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빽다방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은 '원조 커피'를 이유로 들 수 있다. 백 대표는 본인이 좋아하는 믹스커피를 질리지 않게 대용량으로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원조 커피가 탄생했다. 특히 원조 커피의 아이스 버전이 인기를 끌었는데 식사 후 뒷골까지 시원해지는 냉커피를 마시고 싶었던 손님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충족시켰다. 다른 카페와 달리 각 얼음이 아닌 조각 얼음을 활용한 시원한 냉커피에 대한 소문이 퍼지며, 먼 곳에서 찾아와 대량 구매를 하는 손님도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3년이 지나면서 마침내 빽다방은 흑자를 보았다.
원조커피 외 성장 동력으로 볼 수 있는 음료가 있다. 빽다방은 대부분의 음료 전문점처럼 버블티, 밀크티, 흑당, 달고나 같은 트렌드에 맞춘 신메뉴를 출시하는 동시에 민트초코/피스타치오 빽스치노처럼 소비자의 요청을 반영하여 메뉴를 출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두 메뉴 외에도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는 전략으로 브랜드 충성도까지 얻게 됐다.
브랜드 특색을 가진 메뉴도 한 몫을 했다. 대표적으로 '옥수 크림'은 조각 얼음 위 고소한 옥수수, 아이스크림 그리고 크런치가 올라가는 독특한 재료 조합이다. 이러한 시그니처 메뉴는 브랜드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었고, 현재까지도 인기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익숙함을 전략으로 한 '소세지빵'이나 '사라다빵' 같이 한 번쯤은 경험해 본 맛을 새롭게 해석해낸 메뉴도 큰 호응을 이끌었다.
점주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주간 간담회 교육 현장 |
백 대표가 돈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빽다방. 초반에 후미진 골목 안의 작고 저렴한 커피집이 수익을 낼 것이란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백 대표가 평소 불편했거나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을 보충하고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표 카페로 자리 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