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봉요? 곧 저희 월매출 될겁니다" 나란히 퇴사하고 막걸리 전문점 차린 청년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 했지만,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예측하고 싶어한다.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고 싶어 하고, 주식 시장의 흐름을 알고 싶어 하고, 신년의 운세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인생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 모든 것들이 100% 들어맞는 법은 없다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예측 불가능성 말이다.
예측 불가능성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흔히 ‘인연’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타이밍에 불쑥 찾아와 혼을 쏙 빼놓고 저만치 물러가곤 한다. 그리고 어느새 옆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서있곤 하는 것이다. 그 시간이 짧든 길든 간에 인연은 인연이다.
막이오름 충북혁신도시점 강진수, 김성주 점주는 반복되는 우연 속에 인연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사업 파트너로 발전한 예다. 그들의 첫 만남부터 창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들어보았다.
막이오름 충북혁신도시점 외관 |
범상치 않은 인연의 시작
막이오름 충북혁신도시점 김성주(44) 점주와 강진수(37) 점주의 첫 만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기업에서 엔지니어로서 일하던 두 사람은 우연히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 달 동안 함께하며 가까워졌지만, 김성주 점주가 이직하면서 둘은 서로 다른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살았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그로부터 4년 뒤인 2018년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직장, 같은 부서에서 두 사람은 파트장과 파트원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그 후 햇수로 4년간 두 사람은 같은 팀에서 동고동락했다. 비록 성격은 달랐지만, 열정을 불태우며 일한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했던 두 사람은 회사 생활을 잘 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100% 만족할 수는 없었다. 무언가가 부족했다.
“성과도 좋았고, 회사에서 받는 대우도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희 둘 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든지 성취감을 온전히 누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그리고 모두가 아시다시피 대기업 직장인의 수명이 보장되어있지 않다는 점이 많은 생각을 들게 했어요.”
직장 재직 당시의 강진수 점주 |
저희는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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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오름 충북혁신도시점 강진수, 김성주 점주는 2021년 7월 퇴사한 뒤 2개월 만인 2021년 9월에 해당 지점을 오픈했다. 모르고 들으면 2개월 만에 준비를 모두 끝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은 무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창업을 준비했다.
“2020년 6월부터 막이오름 창업을 결심했어요. 그때 회사를 나와야겠다고 확고하게 마음을 먹은 때였거든요. 막연하게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지만 대상을 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무작정 번화가로 조사를 나갔죠. 그런데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어요. 도시 외곽에, 상대적으로 붐비지도 않는 곳에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가게만 손님이 가득했죠. 같은 업종인데 옆 가게는 썰렁하고요. 그때 결심했죠. 더본코리아 브랜드로 창업을 해야겠다고.”
막이오름 충북혁신도시점 외관 |
두 점주는 그날 바로 더본코리아의 브랜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막이오름이었다. 당시 막이오름은 정식 출점하기 전의 테스트 매장으로만 존재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브랜드였다. 결정과 동시에 추진을 시작했다. 본사에 창업 상담을 신청하고, 서울로 올라와 창업 설명회에도 참석했다.
“브랜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했죠. 인테리어도 인테리어지만, 무엇보다 안주의 가성비가 좋았어요. 품질이 우수했죠.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술’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세련된 인테리어에, 마치 맥주를 즐기듯 가볍게 우리 술인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두 점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년 동안 꾸준히 창업을 준비한 두 점주는 퇴사 후 여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오픈 준비에 열중했다. 일부러 높은 천고를 활용할 수 있는 점포에 자리 잡아 실내의 멋을 살렸고, 개방형 창을 사용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냈다. 그 때문일까. 해당 매장의 후기란에서는 맛과 서비스 다음으로 매장의 분위기에 대한 칭찬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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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효과란 바로 이런 것이죠
함께 포스기를 보고 있는 강진수, 김성주 점주 |
강진수, 김성주 점주는 막이오름 충북혁신도시점의 공동 대표이지만 매장에서의 역할은 다르다.
김성주 점주는 주방을 통솔하고, 강진수 점주는 홀을 통솔한다. 두 사람은 함께 직장 생활을 하며 내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장에서 서로의 영역을 나누었다. 김성주 점주는 매우 꼼꼼하고, 내실을 다지는 성격이라면 강진수 점주는 창의적인 편이다. 성격의 차이점이 매장에서는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이용한 것이다.
“직장 생활할 때, 두 사람이 실적을 내는 분야가 달랐어요. 제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 강했다면, 강진수 점주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여 회사에 기여하는 것에 강점이 있었죠. 아이디어도 강진수 점주가 잘 냈어요. 저는 중간중간에 가지를 쳐주고,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죠. 서로가 서로의 부족점을 보완하며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었답니다.”
대기업 출신의 두 점주는 서로 성격도, 강점도 다르지만 매장을 운영함에 있어서 열정은 우열을 가를 수 없을 정도다.
“오픈 직후부터 매출은 매월 상승했어요. 그런데, 작년 12월 정점에 오른 순간 오미크론이 터졌죠. 하지만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그래서 본사에 요청하여 단독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우리 술 할인 행사’였죠. 효과는 분명했어요.”
목표는 전국 1등입니다
이제 막 창업의 길로 들어선 두 점주의 목표는 간단하다. 막이오름 브랜드 내 전국 1등 매장이 되는 것. 그리고 막이오름계의 바이블이 되는 것이다.
“저희는 블로그 등 홍보 업체를 이용한 마케팅은 지양하고 있어요. 순수하게 저희 매장의 퀄리티로 승부하고 싶습니다. 업체를 써서 후기를 올리고,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손님들이 먼저 홍보하고, 입소문 타는 매장으로 발전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입소문이 타서 백종원 대표님이 직접 방문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