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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슬램덩크', 피·땀·눈물 담긴 스포츠 영화가 주는 감동

스포츠 영화가 울림이 있는 이유는?

운동 종목은 달라도 관객들 울고 웃기는

영화 '1947 보스톤'의 마라톤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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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단 한 순간을 위해 달려가는 스포츠 영화는 피, 땀, 눈물이 모두 담겨있다. 관객들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 순간들에 함께 울고 웃는 이유는 일종의 전율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 영화 특성상, 러닝타임 대부분은 고된 훈련으로 큰 허들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단합되지 않는 팀과 부상으로 인해 앞날을 알 수 없거나 포기를 하고 싶은 순간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고 끝까지 질주한다. 그것이 우리가 스포츠 영화에 빠져드는 매력이다.


스포츠 영화의 내러티브 구성은 비교적 단순하다. 팀 스포츠가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단합해 하나의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을 그린다면, 개인 스포츠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기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이 구성이 모든 영화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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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47 보스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오는 27일 1947년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마라토너 서윤복의 실화를 담은 실화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가 개봉한다. 이 작품은 42.195km의 마라톤 코스처럼 긴 여정을 관객들과 동행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제자 서윤복이 제51회 보스톤 대회에서 우승한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광복 이후, 국제대회에서 태극기를 달고 출전했다는 점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록이다. 마라톤 특성상, 같은 호흡으로 일정하게 달려야 하고 다양한 구간에서 속력을 줄이거나 높이는 스킬 역시 필요하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마라톤 종목은 '1947 보스톤'에서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만든다. 서윤복이 달리는 보스톤 마라톤 대회 코스는 출발지인 홉킨톤(Hopkiton)부터 애슬랜드(Ashland)까지 약 7km 지점의 완만한 내리막길과 19km 구간을 지나면 웨슬리(Wellesley) 여대와 최대 고비인 하트 브레이크 언덕(Heart peak hill)를 지나 보스톤 시내로 들어가는 코스로 구성돼있다. 마라토너들의 경이로운 순간은 두 눈이 충혈될 정도로 앞만 보며 멈추지 않는 다리에 있다. 극 중에서 서윤복(임시완)은 거리에서 튀어나온 셰퍼트(서윤복 선수의 실화라고 한다)로 인해 넘어지고 기존에 유지하던 페이스를 잃는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다시 일어난 서윤복은 다시 달린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순간이 스포츠 영화의 묘미라면 묘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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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제공=(주)NEW

지난 1월 4일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역시 N차 관람과 장기흥행을 하며 스포츠 영화로서 장기를 뽐냈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의 극장판으로 북산고등학교와 산왕공고의 인터하이 32강전을 영상화했다. 터질 듯한 열기와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로 숨을 죽이고 보는 재미가 있다. 애니메이션임에도 세밀한 컷 구성과 '슬램덩크' 팬들에게는 추억을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신선함을 보여줬다. 북산고등학교의 강백호, 송태섭,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이 한 마음으로 농구 코트를 가로지르는 모습은 영광의 시대를 다시 재현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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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사진제공=(주)바른손이앤에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불러온 농구 영화의 열풍에 힘입어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도 열기를 이어갔다. 리바운드(Rebound, 농구에서 슛이 빗나가며 바스켓을 맞고 튕겨 나온 볼을 다시 잡는 행위)처럼 극 중에서 부산중앙고등학교는 상대편보다 열세하지만 젖 먹던 힘을 다해 승부를 본다.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대회 당시의 부산중앙고등학교의 농구선수 천기범, 배규혁, 홍순규와 강양현 코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오합지졸 농구부에서 전국 고교농구대회의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되기까지. 발목 부상으로 더 이상 뛸 수 없는 상황과 한참 벌어진 격차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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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대표1'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스포츠 영화인 '국가대표'(감독 김용화)는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실화 모티브에 영화적 허구를 더해 제작했다. 스키 점프가 낯선 불모지이자 연습할 공간도 마땅치 않던 한국에서의 스키 점프 도전기다. 전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던 밥(하정우), 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칠구(김지석), 봉구(이재응)까지. 밥을 제외하고는 스키를 접해본 적도 제대로 된 스펠링도 모른다. 각자 다른 사정으로 스키점프를 하기 위해서 모였지만, 어느 순간 가장 높은 곳에서 날아오르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이들의 도전에 손뼉을 치게 된다. 시속 90km 승합차에서 목숨 건 질주와 폐놀이공원의 후룸 라이드를 개조하는 훈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뛰어오른 순간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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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게임'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987년 5월 16일 사직 야구장, 야구선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3번째 선발 맞대결을 영화화한 '퍼펙트 게임'(감독 박희곤)도 있다. 이 작품은 성장 스토리라기보다는 왕좌를 지키거나 내려오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극 중에서 롯데의 투수 최동원(조승우)은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였지만, 이후 해태의 천재 투수로 떠오른 선동열(양동근)로 인해 언론을 통해 라이벌 구도로 굳혀지게 된다. 부상으로 짓무른 손가락과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에도 점수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 공을 지키는 눈물겨운 승부를 볼 수 있다.


대부분 스포츠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화가 더 영화 같은 순간들이 많다. 우리가 스포츠 영화를 볼 때, 손에 땀을 쥐고 보는 이유는 그들이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순간들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삶은 영화보다 더욱 짜릿한 아름다운 경기와 비슷하니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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