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이정은 "나는 귀염상...무서워 보일 수 있을지 걱정"
칸 영화제 포토콜에 선 이정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 이 기사에는 ‘기생충’의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배우 이정은이 영화 ‘기생충’을 촬영하면서 했던 의외의 고민거리를 털어놨다.
‘기생충’에서 부잣집 박사장네의 입주 가사 도우미 문광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정은을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정은은 “팀플레이가 좋았다는 얘기가 제일 좋다”면서 “감독님이 계획을 안 하신 것 같지만 (이 모든 것이) 계획 안에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기생충’에 출연하게 된 과정을 묻자 “봉준호 감독님이 ‘옥자’를 할 때 내년에 스케줄을 비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뭔가 생각하는 게 있으시구나 하곤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미국에서 시나리오 작업할 때 내가 나오는 부분에 대해 콘티 몇 장을 보냈다”며 “이 사람은 문광이라는 여자고 대본은 쓰고 있으니 나중에 보여주겠다. 재밌고 이상한 작품이 될 거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꾸 읽을수록 영화에 나오는 산수경석처럼 마음에 와닿았다”며 “빈곤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최근에 없었다.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잘 참여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극 중 입주 도우미에서 잘렸던 문광이 박사장네로 다시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급반전됐다. 문광이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에 대해 “사실 내가 스스로 귀염상이라고 생각해서 누군가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을지 걱정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찍고 나서도 감독님에게 좀 무섭냐면서 늘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의 주문 사항은 ‘최대한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였다”며 “입주도우미에서 잘린 이 사람이 그들을 죽이러 가는 건지 아닌 건지, 그 애매모호한 선량함이 더 큰 공포감을 줬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기생충’은 가족이 모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 지난달 30일 국내에서 개봉했으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