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컬처]by 테일러콘텐츠

왕과 궁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옷소매 붉은 끝동'

로맨스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이 마의 시청률 10%를 넘겼다. 2021년 공개된 수많은 사극 중 기대작으로 꼽혔지만, 여러 편의 드라마가 비슷한 시간에 방영되는 주말 밤에, 톱스타가 출연하는 경쟁작을 물리치고 동시간대 1위를 할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적 인물을 검색하고 역사서를 읽게 만든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옷소매]의 주인공은 조선 제22대 왕 정조와 후궁 의빈 성씨, 덕임이다. 덕임은 궁녀 출신으로 정조의 첫아들 문효세자를 낳고 의빈에 봉해졌다. 하지만 갓 태어난 딸과 어린 아들을 연달아 잃은 후, 의빈도 만삭의 몸으로 세상을 떠난다. 정조는 죽은 의빈을 그리워하며 많은 기록을 남겼다. 드라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소재로 한 동명의 로맨스 소설과, 소설 발간 이후 밝혀진 기록을 바탕으로 이들의 사랑을 영상화했다. 특히 세손 이산 시절에 집중해 이산과 덕임의 로맨스, 이산의 불안한 입지와 정치적 대립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지: MBC

드라마는 주인공 덕임의 직업인 ‘궁녀’를 조명한다. [대장금], [동이] 등 이전에도 궁녀가 주인공인 작품은 있었다. [옷소매]는 다른 작품과 달리 지척에서 왕실 가족의 시중을 드는 지밀 궁녀를 중심으로 궁녀의 체계와 업무를 보여주고 그들의 시각에서 왕실 가족을 그린다. 그래서 궁녀는 주인을 섬기는 시종이자 주군을 모시는 신하이며, 권력의 흥망을 지켜보는 관찰자이자 권력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그려진다.


그 사이에서 덕임은 돋보인다. 총명하고 활동적이며, 장난기가 다분한 덕임의 목표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며, 동궁 지밀 나인으로서 세손을 모시는 일을 잘 하는 것이다. 그는 세손 이산을 알아가며 애틋한 마음을 품고, 그의 고통을 직접 목격하면서 평생 충성을 맹세했다. 덕임은 궁녀라는 자신의 신분과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여러 차례 산을 구했다. 그 과정에서 이산은 덕임을 사랑하게 되지만, 덕임은 그의 마음을 여러 차례 거절한다. 궁녀라면 왕의 사랑을 갈구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선택이다. 드라마는 주군의 사랑에 설레면서도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덕임의 심정을 조금씩 채색해 나간다.

이미지: MBC

[옷소매]는 사극 단골 캐릭터인 영조와 정조를 새롭게 해석했다. 젊고 영민한 후계자, 세손 이산은 할아버지에게 끊임없이 시험당하고 정적에 압박에 시달리지만 백성의 고통을 알기에 왕이 되어 힘을 얻고자 한다. 영조는 출생 콤플렉스와 자식을 직접 죽였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끔찍이 아끼는 손자가 아들의 전철을 밟을까 두려워한다. 이들 외에 중전 김씨(영조의 왕비 정순왕후)는 정치적 감각을 갖춘 내명부의 수장으로, 혜빈 홍씨(정조의 어머니 혜경궁)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뭐든지 할 강인한 인물로 그려진다. 역사적 인물의 모습은 왕의 가족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이들이 알 만한 내밀함이 더해져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드라마의 만듦새도 상당히 뛰어나다. 원작을 다이내믹하게 각색하면서 애틋한 정서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빼어난 영상미와 섬세한 연출 덕분에 진지한 정치 플롯과 설렘 가득한 로맨스 사이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이세영은 총명하고 야무진 덕임 역에 적격이며, 특히 덕임이 느끼는 충심과 연심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준호는 조선의 중흥기를 이끌 차기 군주와 한 사람을 열렬히 사랑하는 청년 이산의 모습을 모두 잘 보여준다. 두 배우의 케미도 좋아서, 회차가 거듭될수록 덕임과 이산의 사랑에 울고 웃게 만든다. 하지만 등장마다 가슴을 뛰게 하는 배우는 바로 영조 역의 이덕화다. 장면의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꾸고 상대 배우의 연기마저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련함은 매번 ‘이게 연기다!’를 외치게 한다.

이미지: MBC

반환점을 돈 [옷소매]는 이산의 정적이 그의 즉위를 막으려 본격적으로 나서며 갈등이 극에 달했다. 역모 플롯이 마무리되고 이산이 왕이 되며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때부터 이 드라마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왕이 된 이산은 덕임을 열망하지만, 나라를 우선해야 하는 군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덕임은 이산의 열망 앞에서 사소하더라도 선택을 할 수 있는 삶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이 러브 스토리의 결말은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의 사랑이 마냥 꽃길만 같을까? ‘궁녀가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부터 나올지도 모른다.

오늘의 실시간
BEST
tailorcontents
채널명
테일러콘텐츠
소개글
영화와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시선과 배우와 감독의 대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