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리겠다” 일본 애니 거장마저 무릎 꿇린 넷플릭스의 자본력
‘이웃집 토토로’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작품성을 인정받고 많은 팬을 보유한 지브리가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었습니다. 그동안 지브리는 넷플릭스 등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싸구려 취급’이라며 거절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지브리 작품이 대표적인 OTT 넷플릭스에 올라오면서 많은 분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브리가 싸구려 취급을 받지 않을 만큼 충분한 돈을 넷플릭스로부터 지급받은 게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넷플릭스의 자본력이 드라마 1회당 20억 원의 자체 콘텐츠를 양산할 정도로 풍족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지브리의 자존심마저 사버린 넷플릭스의 자본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
지브리가 받은 금액은?
지브리의 스즈키 토시오 대표는 2019년 야후재팬과의 인터뷰에서 ‘왜 온라인 스트리밍을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는 “싸구려 취급받는 것은 거절하고 싶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랬던 그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2월부터 매달 7개씩 총 21개의 애니메이션을 넷플릭스에 공급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브리의 작품은 모두 더빙과 자막이 제공되어 약 190개국에서 방영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스즈키 도시오의 마음을 돌린 비결은 ‘돈’으로 추정됩니다. 도쿄스포츠를 포함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브리의 영화 한 편을 편당 100억 원 내외의 금액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1개 작품이니 약 2조 원으로 지브리의 작품을 산 격입니다. 업계에서는 영화제작비가 필요한 지브리와 디즈니의 이탈로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부족한 넷플릭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스즈키 토시오 지브리 대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세계를 발견하길 바랍니다”라며 “지금 시대에 영화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많지만,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넷플릭스를) 결정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브리의 주요 감독 중 하나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영화 제작비를 벌 수 있습니다”라고 설득이 유요했다는 게 업계 평가입니다.
월 9500원 구독료
자본력의 원천은?
넷플릭스는 다양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넷플릭스는 드라마에 한 편당 2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제작사 협회에 따라 드라마 제작비는 회당 1억 원에서 6억 원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제작비 높아 화제가 되었던 tvN의 미스터 션사인도 회당 15억 원 안팎임을 고려하면 회당 20억 원을 지원하는 넷플릭스는 국내 드라마의 수배에 달하는 제작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도 부족했는지 넷플릭스는 2020년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20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매년 넷플릭스는 조 단위로 투자비용을 증액해왔습니다. 여기에 지브리 등 일본 애니메이션부터 각종 외부 콘텐츠를 구입하고 있으니 실제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투자하는 금액은 이보다 더 큽니다. 때문에 2019년 넷플릭스는 약 2조 억원 규모의 10.5년 장기채를 발행해 자금을 충당하기도 했죠.
현재까지 넷플릭스가 채권으로 충당한 자금은 126억 3000만 달러입니다. 여기에 2019년 기준 국내에서만 유료 가입자 184만 명으로 월 24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론 2019년 4분기 기준 1억 670만 명, 6조 3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죠. 이는 전년 동기 와 비교해 각각 유료 가입자 20%, 매출 31%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넷플릭스 없인 못 봤을 작품
이런 넷플릭스의 자금력과 콘텐츠에 대한 투자 덕분에 보지 못할 뻔한 작품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는 추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죠. 화제의 드라마인 킹덤은 12개국 언어로 더빙, 27개국 언어 자막이 제공되어 190여 개 국가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상업성 제로로 평가되었지만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예산 부족으로 기존 배급사가 발을 뗀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까지 넷플릭스의 투자가 없었다면 볼 수 없었을 작품이죠. 이들 작품은 상업적이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거나 제작비를 절감하려는 타 배급사와 달리 과감한 투자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콘텐츠 중심의 세계 트렌드
다만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과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위의 작품들은 넷플릭스의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었지만, 상업적 가치는 높지 않습니다. 또 대량의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음에도 정작 볼만한 콘텐츠가 없어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와중에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콘텐츠 투자비용을 늘리겠다고 밝혔죠. 사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트위치의 게임 스트리머 ‘닌자’를 한화 70억 원을 지불하고 자사 플랫폼인 ‘믹서’로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닌자의 이적과 함께 방송 시작도 전에 30만 명의 시청자가 닌자를 따라 믹스에 유입되었습니다. 이는 과거와 달리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중요시 여기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의 선두였던 아프리카TV에서 메이저 스트리머가 대거 타 플랫폼으로 이동하자 아프리카TV의 시청자가 크게 감소하는 일이 있었죠.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빅히트는 이미 3조 원의 몸값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기존 3대 가요기획사를 단번에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이 타 기획사로 이적했을 때도 빅히트가 현재의 몸값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즉, 플랫폼이 콘텐츠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양질의 콘텐츠가 플랫폼의 흥망을 결정하는 시대에 돌입한 것입니다. 결국 넷플릭스의 자금력은 양질의 콘텐츠에서 오고, 양질의 콘텐츠를 위한 거액의 투자가 지속되는 상황이 지브리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