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주인공이 더욱 빛나려면, 주인공보다 훨씬 악한 악역이 있어야 합니다. 영화계에서도 주인공만큼이나 악역의 서사에도 공을 들이는 추세죠. 한국 영화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여성 악역의 활약이 돋보이는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소름 돋는 살인마 연기를 보여준 한국 영화 속 여성 악역 캐릭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로라 공주> – 엄정화
큰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숨겨진 수작, <오로라 공주>는 엄정화의 재발견이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오로라 공주>는 엄정화가 분한 ‘정순정’이 끔찍한 사건으로 어린 딸을 잃은 후, 딸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하나하나 죽여나가는 잔혹한 이야기입니다.
정순정은 한 명 한 명 천천히 죽여나가며 시신 근처에 죽은 딸이 좋아하던 ‘오로라 공주’ 스티커를 옆에 둬 연쇄살인범으로 쫓기게 되는데요. 고어 영화 매니아들에게는 이미 이름난 영화인만큼 생각보다 높은 수위의 살인 장면이 많지만, 복수극인 만큼 어딘가 슬퍼 보이는 정순정의 표정을 보면 만감이 교차하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전도연
‘전도연이 전도연 했다’ 라는 극찬을 받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연희’도 뒤지지 않는 잔인함의 소유자입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10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한 비운의 영화지만, 정우성, 전도연 주연, 정가람, 김준환, 신현빈 등 떠오르는 충무로 신예들이 대거 출연하는 알짜배기 영화로 호평을 받은 영화죠.
전도연이 맡은 ‘연희’는 항구 입국심사원인 ‘태영’을 속여 보증을 서게 하고 잠적한 인물로 처음 등장합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사기꾼 잡범처럼 묘사되지만, 사실 연희는 돈을 위해서는 사람 두엇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죽여버리는 사이코패스였죠. 영화 초반까지는 언급만 될 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모두 연결시켜주는, 거미줄의 중심과 같은 인물이죠.
<콜> – 전종서
독보적인 연기력과 개성 있는 페이스로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배우, 전종서는 무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데뷔해 ‘제
2의 문소리’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는 배우입니다. <버닝> 이후 전종서가 선택한 차기작은 박신혜와 투톱 주연을 맡은 영화 <콜>이었는데요. 전종서는 1990년대를 사는 미스터리한 소녀 ‘영숙’을 연기했습니다.
어느 날 영숙은 20년 뒤 자신의 집에 사는 ‘서연’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되고, 서연의 아버지를 살려주며 친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영숙의 진짜 정체는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였는데요. 서연이 자신과의 연락을 소홀히 하자 서연의 주변 인물들을 전부 죽여버리는 잔학무도한 행보를 보이는 인물이었죠.
<숨바꼭질> – 문정희
오랫동안 인생작을 만나지 못한 문정희의 인생을 180도 바꾼 영화 <숨바꼭질>에도 인상적인 악역이 등장합니다. <숨바꼭질>은 당시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을 정도로 크게 입소문을 탄 영화였는데요. 문정희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면서 주인공 ‘성수’의 형, ‘성철’의 이웃이자 성철의 실종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주희’로 나오죠.
문정희는 거의 이중인격에 가까운 ‘주희’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린 신들린 연기력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는 사실상 문정희 혼자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숨바꼭질>의 ‘주희’는 문정희의 인생 캐릭터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배역이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