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준비하기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여름~가을에 살펴보고 결정한 지금 집이 있는 땅은 겨울이 되면 빙판길을 조심해야 한다. /청양=박우주 |
우리부부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만 26살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귀농을 선택했다. 그해 12월 10일 퇴사해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교육을 받다가 가장 추웠던 이듬해 2월 10일 지금의 충남 청양으로 내려와 시골 빈집을 얻어 귀농의 첫발을 내딛었다. 보통은 귀농 준비기간이 몇 년씩 걸리기도 하는데, 우리는 고작 두 달 정도였다.
정말 무모하고 용감한 도전이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실패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때 용기를 내 도전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영영 귀농을 하지 못하고 새로운 삶을 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우리도 젊은 패기로 도전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귀농교육을 들었을 때나 하러 갈 때, 가장 중요하게 꼽는 요소는 첫째 지역, 둘째 작물이다. 그런데 귀농 지역을 보러다닐 때 계절도 무척 중요하다. 우리는 첫 귀농 땐 겨울에 집과 땅을 봤고, 지금 살고 있는 새로운 집과 땅은 여름~가을 쯤 구했다. 오늘은 귀농을 준비할 때 계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부딪혀본 경험을 풀어보고자 한다.
겨울에 귀농할 시골 지역을 둘러보면 무척 삭막하다. 시골은 여름과 가을엔 정말 풍요롭고 아름답지만, 겨울은 썰렁하다. 우리가 처음 겨울에 땅을 둘러봤을 때도 작물 하나 심어져있지 않은 꽁꽁 언 땅이었고, 잡초와 아직 정리하지 않은 비닐이 널브러져 스산하기까지 했다. 이곳에서 살 수 있을지, 이 땅에서 뭘 심어서 돈을 벌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듯 겨울은 풍경이 삭막하지만, 사람과는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다. 농한기인 겨울엔 시골 사람들 대부분 농사를 짓지 않는다. 우리는 바로 그 시기에 이장님 댁을 찾아가 정말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할 일이 없는 시기이다 보니 굉장히 여유로웠고, 많은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식사자리에 초대받아 가면 기본 3시간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궁금한 것들을 다 물어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구매 또는 임대하려는 땅에 대한 이야기는 소중한 정보였다. 우리가 처음 임대한 땅도 이장님께서는 농사지을 땅이 없어서 묵혀져있었을 뿐 굉장히 좋은 땅이라고 하셨다. 땅을 팔거나 임대하려는 당사자들이야 당연히 좋은 말만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진실을 말해준다.
이렇게 한가한 겨울에 실세·고수 분들과 많은 대화와 정을 나누며 친해지면 귀농생활이 한층 편해진다.
첫 귀농 당시 집과 땅을 겨울에 구했던 우리는 덕분에 큰 도움이 된 좋은 분들과 빨리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 청양=박우주 |
물론 단점도 있다. 겨울이 지나 다른 계절이 찾아오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첫 여름엔 폭우가 와서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샜다. 또 집 바로 아래에 배수가 잘 안 되는 곳이 있었는데, 여름에 비가 온 뒤 배수로에서 물이 안 빠지니까 모기들이 많이 생겨서 고생했다. 다시 겨울이 지나 봄이 왔을 땐 배관들이 얼었다가 녹으면서 이곳저곳 터져 수리를 해야 하기도 했다.
농사도 1,000평 정도 중에 400평에 고추를 심었는데 탄저병이 계속 생겼다. 나중에 공부를 해보니 아카시아 나무가 있는 곳에서 탄저병이 많이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있었고, 실제 그 땅 주변엔 아카시아 나무들이 많았다.
이처럼 겨울에 집과 땅을 보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지만, 그래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해결을 했다. 그보단 감사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얻게 돼 만족한다.
우리의 첫 꿈인 내집과 내땅을 갖기 위해서는 2년 넘게 땅을 알아봤다. 살펴본 여러 땅 중 지금 살고 있는 땅은 여름에 보게 됐는데, 일단은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았다. 큰돈을 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몇 번을 찾아가 다시 살펴보고 주변을 탐색하며 사전조사를 철저히 했다. 또 그 마을 이장님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마침 우리가 친하게 지낸 이장님이 그 땅 주변 사람들과 아는 사이어서 그쪽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들었다.
농사짓는 땅은 사용하면 할수록 좋지 않아진다. 땅이 산성화가 되기 때문에 연작피해가 생길 수 있다. 다행히 그 땅은 개구리를 키우려고 했던 곳으로, 농사를 짓지 않았던 만큼 퇴비와 비료만 잘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미리 토양검사를 받아 필요한 영양을 넣었다. 참고로 토양검사는 첫 농지에 정말 필요하다. 청양은 농업기술센터에 가면 무료로 토양검사를 해준다. 그럼 그 땅에 어떤 것이 부족한지 나와서 그걸 넣어주면 된다. 농사지으려는 땅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기 때문에 꼭 해야 한다.
농사는 봄여름가을에 일조량도 중요한데, 바로 옆에 산이 있어 일조량이 다소 부족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우리는 큰 농기계가 없기 때문에 주변에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에게 여쭤보면서 미리 밭을 가는 비용 같은 것도 확인했다.
여름에 땅을 보면 배수를 확인할 수 있고, 농작물을 직접 볼 수 있고, 관정과 같은 농업에 필요한 설비들도 직접 사용하며 살펴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단점도 있다. 지금 이 땅의 경우 겨울의 추위를 미처 알지 못했다. 우리 땅은 주변에 아무도 살지 않고 바로 옆이 산이다. 그 산 때문에 응달이 생긴다. 여름에 땅을 구할 때 알지 못했던 응달에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얼면 녹지 않는다. 그래서 매년 겨울이 되고 눈이 오면 우리는 밀대로 눈을 쓸러 나간다. 주변에 아무도 살지 않기 때문에 약 500m정도 되는 거리를 쓸어야 한다.
정말 많은 눈이 계속 내릴 때는 아예 안 나간다. 아니, 못나간다. 예전에 수도권에 일이 있어서 올라갔다가 집에 왔을 때 눈이 계속 내린 적이 있다. 우리 집을 가려면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야하는데 그 언덕이 빙판길이 돼 차가 못 올라갔다. 그 트라우마로 우리는 겨울이 되면 면사무소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염화칼슘을 미리 받아서 집근처 도로 곳곳에 배치해 놓고 눈을 쓸면서 뿌린다. 그래도 몇 번 경험을 해보니 미리미리 준비해놓으면 걱정은 딱히 없긴 하다.
또 여름에 귀농을 하면 우리가 귀농 초기 큰 도움을 얻었던 겨울의 장점을 누리기 어렵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바쁘고 피곤하고 여유가 없다. 그래서 대화할 시간도, 친해질 기회도 부족하다. 아무래도 귀농하자마자 좋은 관계를 맺는 게 가장 좋고, 시기를 놓치면 친해지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물론 넉살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이사하기 전에 필요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뒀고, 굳이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형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둘이서 잘 살고 있다.
이처럼 귀농을 준비하는데 있어 계절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1년 정도 지켜보며 모든 계절을 살피는 것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충분히 지켜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팔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 땅 주변사람 등을 통해 충분히 조사를 해서 그 땅의 가치를 알아봐야 한다. 임대를 해도 보통은 5년이고, 구매를 하면 아예 내 땅이 되는 만큼 충분히 조사를 하고 귀농하는 것을 추천한다.
청양=박우주 sisaweek_cy@naver.com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