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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세계일보

루아르 최고의 카베르네 프랑 산지는 어디일까

생 니콜라 드 부르게이·부르게이·쉬농 루아르 대표 카베르네 프랑 산지

인근 소뮈르 샹피니와 쌍벽 이뤄

여성 오너가 섬세한 손길로 빚는 도멘 프레데릭 마빌로

예쁜 미식 레스토랑도 갖춰 여행자들에게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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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프레데릭 마빌로 오너 나탈리 마빌로. 최현태 기자

초록 포도나무 줄기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알록달록 예쁜 여름 꽃들이 테이블 사이 놓인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 여행자들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여행의 낭만을 나눕니다. 정원에는 세이지도 활짝 피어 달콤한 허브향을 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아삭한 채소를 곁들이고 육수가 자작한 소고기 안심 카르파초는 한점 떼어 입에 넣기 무섭게 씹을 것도 없이 사르르 사라지네요. 곁들이는 와인은 프랑스 루아르 밸리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 카베르네 프랑. 루아르 최고의 카베르네 프랑이 생산되는 생 니콜라 드 부르게이(Saint-Nicolas-de-Bourgueil) 마을이기 때문이랍니다. 이곳의 터줏대감 와이너리 도멘 프레데릭 마빌로(Domaine Frederic Mabileau)의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 미식에 카베르네 프랑 한잔 기울이니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미소가 입 꼬리에 크게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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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마빌로(Chez Odette) 위치와 카베르네 프랑 주요 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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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프레데릭 마빌로 전경.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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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와 샤를리. 최현태 기자

◆ 4대째 장인의 손길을 잇다

프레데릭 마빌로에 들어서자 와이너리 오너 나탈리 마빌로(Nathalie Mabileau), 두 아들 헤미(Remy)와 샤를리(Charly)가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반갑게 맞이합니다. 나탈리는 2020년 갑작스런 경비행기 사고로 남편과 이별한 뒤 두 아들과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헤미는 와인 메이커와 경영을 총괄하고 샤를리는 와이너리 옆에 딸린 미식 레스토랑 ‘쉐 오데트(Chez Odette)’의 운영과 셰프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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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 과정을 설명하는 홍보담당 로빈 비숑.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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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통 발효.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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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포라와 오크통 숙성. 최현태 기자

와이너리 홍보담당 로빈 비숑(Robin Bichon)을 따라 와인 셀러로 들어서자 오크통과 함께 암포라가 눈길을 사로잡네요. 모든 와인을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으로 만드는 프레데릭 마빌로는 암포라 숙성을 통해 포도의 순수한 과일 맛을 최대한 살리는 양조방식을 최근 시작했습니다. 암포라에서 숙성하면 좀 더 산뜻한 과일향을 잘 보존하면서도 미세하게 들락거리는 산소를 통해 천천히 숙성이 진행됩니다. 나중에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과 블렌딩하면 밸런스와 복합미가 더욱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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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샤를리, 나탈리, 헤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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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베르네 프랑. 인스타그램

마빌로 가문의 포도 재배 역사는 6대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레데릭은 1983년 나탈리 부모 소유 포도밭 3ha를 빌려 그의 첫 카베르네 프랑을 심으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프레데릭은 1991년 와이너리에 합류, 와이너리를 대대적으로 정비했고 와이너리 이름도 ‘도멘 부’에서 도멘 프레데릭 마빌로로 바꿉니다. 2003년 부모 장 폴(Jean-Paul )과 오데뜨(Odette)가 은퇴한 뒤에는 프리미엄 와인 생산에 주력해 불과 20년 사이에 루아르 밸리 최고의 카베르네 프랑 생산자 반열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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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마빌로 대표 와인.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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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르강변의 프레데릭 마빌로 포도밭.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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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니콜라 드 부르게이 토양. 최현태 기자

물려받을 때 18h이던 포도밭은 현재 생 니콜라 드 부르게이, 부르게이, 소뮈르, 앙주에 걸쳐 28ha로 확장됐습니다. 카베르네 프랑 100% 와인을 주로 선보이지만 슈냉블랑 등으로 다양한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도 생산합니다. 포도밭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는 1947년에 심은 카베르네 프랑으로 지금도 뛰어난 포도를 만들어 냅니다. 프레데릭 마빌로는 하이트진로에서 수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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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팅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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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마빌로 레 후이에. 최현태 기자

◆ 유기농으로 빚는 순수 카베르네 프랑

바이오다이나믹으로 빚는 대표 와인은 프레데릭 마빌로 레 후이에(Frederic Mabileau Les Rouilleres). 생 니콜라 드 부르게이 AOP 카베르네 프랑 100%입니다. 야생 딸기, 레드체리, 블랙베리 등 신선한 과실향으로 시작해 바이올렛 꽃향기에 이어 감초 등의 허브 아로마가 풍성하게 피어납니다. 입에서는 은은한 미네랄, 신선하면서 우아한 산미,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어우러지며 매끄럽게 목젖을 타고 넘어갑니다. 프레데릭이 1983년 첫 카베르네 프랑을 식재한 포도밭 이름이 레 후이에로 40년을 넘긴 수령의 포도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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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후이에 백레이블 정보. 최현태 기자

“올드바인은 포도나무가 더 깊숙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다양한 지층의 양분을 흡수해 복합적인 아로마, 미네랄 노트, 깊고 섬세한 풍미를 지니게 됩니다. 뛰어난 균형감과 구조감을 지녔고 숙성 잠재력도 좋은 와인이에요.” 와인 백레이블에는 친절하게 다양한 정보가 담았습니다. 토양(Sablo-graveleux·모래와 자갈), 식재년도(1983), SO2 함유량(35mg/l), 산도(3.7), 농법(바이오다이나믹) 등 소비자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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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왼쪽)와 헤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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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마빌로 레 하씬느. 최현태 기자

프레데릭 마빌로 레 하씬느(Frederic Mabileau Les Racines)는 브루게이 AOP의 카베르네 프랑 100% 와인입니다. 신선한 레드베리의 과실향과 꽃향기, 허브, 스파이스 노트가 어우러지며 뛰어난 복합미를 선사합니다. 생기발랄한 산도가 뒤에서 잘 뒷받침해주고 부드러운 탄닌이 더해져 뛰어난 밸런스를 보입니다. 프레데릭 부친이 식재한 라임스톤과 자갈 토양에서 자라는 평균수령 53년의 올드바인으로 만듭니다. 덕분에 심연 같은 깊이감이 잘 느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 풀어 헤쳐지는 다양한 맛과 향을 선사합니다. 천연 효모만 사용해 500L 규모의 큰 오크통에서 발효·숙성하고 연간 생산량은 4000병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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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마빌로 이클립스. 최현태 기자

프레데릭 마빌로 이클립스(Frederic Mabileau Eclipse)는 생 니콜라 드 부르게이 AOP 카베르네 프랑 100%입니다. 잘 익은 검붉은 과실향이 도드라지고 온도가 오르면서 삼나무, 시가, 흙내음, 가죽, 달콤한 향신료, 젖은 조약돌 등 복합적인 3차향이 끊임없이 피어올라 정신을 혼미하게 만듭니다. 촘촘하게 잘 짜인 탄닌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고 놀랄 정도로 신선하며 우아한 산미도 잘 뒷받침돼 세련되고 우아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인을 마주보는 듯합니다. 2ha의 싱글빈야드에서 자라는 평균수령 60년의 올드바인으로 만듭니다. 천연 효모만을 사용해 24개월동안 600L 새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치며 연간 3500병만 생산합니다. 매년 만들지 않고 가장 뛰어난 뀌베가 만들어졌을 때만 탄생하는 매우 귀한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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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마빌로 슈냉 뒤 퓌. 최현태 기자

프레데릭 마빌로 슈냉 뒤 퓌(Frederic Mabileau Chenin du Puy)는 소뮈르에서 생산되는 슈냉블랑 100% 화이트 와인입니다. 그린애플의 시트러스향으로 시작해 달콤한 파인애플과 너트, 은은한 오크향이 더해지고 생기발랄한 산도와 세련된 유질감으로 느껴지는 미네랄이 어우러지며 긴 여운을 선사합니다. 1976년 식재한 올드바인으로 만들며 천연효모를 이용해 500L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을 합니다. 연간 4000병 생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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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틱과 입노틱. 인스타그램

◆ 과일향 돋보이는 내추럴 스파클링

프레데릭 마빌로는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 펫낫(Pet-Nat)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루나틱(Lunatic)은 평균 수령 13년 슈냉블랑 100%로 만들며 연간 6000병 생산합니다. 서양배, 복숭아, 열대과일이 돋보이고 크리미한 버블과 생동감 넘치는 산미감이 잘 어우러집니다.


입노틱(Hypnotic)은 피노 도니스(Pineau d’Aunis) 60%, 그롤로(Grolleau) 20%, 카베르네 프랑 20%를 블렌딩합니다. 포도나무 평균수령 40년이며 연간 5200병 생산합니다. 달콤한 라즈베리, 딸기 향으로 시작해 스파이스 노트가 살짝 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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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앙트레.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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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레 망.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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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프레데릭에 헌정하는 와인 프레드.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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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마빌로 로고.

레드 품종 피노 도니스와 그롤로는 루아르 앙주 지역 로제 와인 생산에 주로 쓰이는 품종입니다. 와인메이커 레미는 그롤로 100% 와인 디앙트레(Diantre), 피노 도니스 100% 와인 상 레 망(Sans les Mains), 카베르네 프랑 100% 프레드(Fred) 등 테이블 와인, 뱅 드 프랑스(Vin de Farnce) 와인도 만듭니다. 가성비가 좋아 살짝 차갑게 해서 벌컥벌컥 마시기 좋답니다. 모던한 레이블이 눈길을 사로 잡네요. 디앙트레는 보라색으로 와인을 표현했고 악마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강렬한 그림을 담았습니다. 한 모금만 마셔도 악마의 유혹처럼 쉽게 빠져드는 매력적인 와인이네요. 상 레 망은 ‘손이 없다’는 뜻으로 핸들없이 타는 자전거의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프레데릭 마빌로는 로고와 와인 이미지도 팝아트처럼 모던하게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아주 친근감있게 다가갑니다. 프레드는 부친 프레데릭 마빌로에게 헌정하는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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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가 핀 쉐 오데뜨.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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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 오데뜨.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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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 오데뜨 샐러드.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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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 오데뜨 소고기 카르파초. 최현태 기자

◆ 할머니 비밀 레시피를 담다

프레데릭 마빌로 레스토랑 쉐 오데뜨(Chez Odette)는 ‘오데뜨의 집’이란 뜻입니다. 세프인 샤를리는 할머니 오데뜨의 비밀 레시피를 활용해 프레데릭 마빌로의 와인과 찰떡궁합처럼 어울리는 요리를 선보입니다. 오데뜨는 늘 포도 수확철마다 수고하는 이들을 위해 정성껏 요리를 했는데 오데뜨의 맛있는 요리를 먹은 사람들은 힘을 얻어 포도를 수확했다고 합니다. 그런 할머니의 열정을 기리며 레스토랑 이름 쉐 오데뜨로 지었습니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만 사용하며 지루하지 않게 메뉴를 자주 바꿉니다. 와인 페어링도 물론 가능합니다. 3잔은 17유로, 4잔은 23유로를 추가해 착한 가격으로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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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르 뚜렌 와인산지. F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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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렌 카베르네 프랑 산지. FWS

◆ 루아르 밸리 카베르네 프랑 산지

루아르 밸리 와인산지는 프랑스를 동서로 가로 질러 1000km를 흐르는 루아르강을 길게 펼쳐져 있습니다. 크게 서쪽부터 페이 낭테(Pays Nantais), 앙주·소뮈르(Anjou·Saumur), 투렌(Touraine), 상트르(Centre)로 구분됩니다. 워낙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다 보니 지역마다 주로 재배하는 품종이 다 다릅니다. 그중 앙주·소뮈르와 동쪽으로 경계를 맞댄 투렌의 생 니콜라 드 부르게이(Saint-Nicolas-de-Bourgueil), 브루게이(Bourgueil), 쉬농(Chinon)은 최고의 카베르네 프랑 산지로 손꼽힙니다. 소뮈르의 유명한 카베르네 프랑 산지 소뮈르 샹피니(Saumur-Champigny)를 포함해 4개 마을이 몰려있는데 자갈과 모래가 많은 토양이라 카베르네 프랑이 잘 자랍니다. 브루게이는 루아르강 북쪽, 쉬농은 루아르 강 남쪽에서 마주보고 있으며 생 니콜라 드 부르게이는 브루게이 서쪽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산지입니다. 1937년에 원산지통제명칭(AOC)을 받았고 포도밭은 1100ha 규모입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부르게이=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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