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다고? 이 옷은 세계를 홀린 '동묘 아재 패션'이다!
친절한 경제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21일)은 권애리 기자와 소비 트렌드 알아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유행하는 패션, 트렌드 보면 굉장히 난해한 경우가 있던데, 오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캐쥬얼 패션 소식 가지고 오셨다고요?
<기자>
네, 지금 보여드릴 영상을 보시면 "나도 저런 거 좋아하는데" 하시는 분들이랑 "우리 아들딸도 저런 거 사달라고 하던데, 이해가 안 간다" 하실 분들이 크게 갈릴 유행입니다.
먼저 이 유행을 선도했거나,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한 제품들을 그냥 보여드릴게요, 창고에서 꺼낸 옛날 아버지 신발에 새로 산 접착제를 실험해 본 것 같지만 아니고요, 지난해 가을 출시돼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해외 한 유명브랜드의 운동화입니다. 새것입니다. 심지어 아주 비쌉니다.
그리고 또 나오는 제품도 이런 유행에 가장 먼저 불을 당긴 것으로 꼽히는 또 다른 고가 브랜드의 운동화입니다.
요즘 기술로 이것보다 훨씬 매끈하고, 날렵하면서도 발 편한 신발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일부러 저렇게 두껍고 울퉁불퉁하게 디자인하는 겁니다.
문자 그대로 '어글리슈즈', 또는 옛날에 아버지들이 신으시던 신발 같다고 해서 '대디슈즈'라고 불리는 제품들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이런 못생긴 신발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년 정도 전부터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으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도 저게 인기라는 거죠?
<기자>
네, 앞서 보셨던 절대 저렴하지 않은데 정말 못생김을 끝까지 추구한 저 신발들이 굉장히 유명합니다. 흔히 말하는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특히 더 인기고요.
앞으로 지금 보여드리는 제품들은 한 국내 브랜드에서 아까 보신 것들보다는 좀 정도가 덜하지만, 그래도 보시면 아실 수 있듯이 일부러 두껍고 울퉁불퉁하게 만든다는 어글리슈즈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해서 내놓은 어글리슈즈 3종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차례로 출시된 이 신발들 3가지가 다 합쳐서 우리나라에서만 320만 켤레가 팔렸습니다. 해외 매출까지 따지면 1천만 켤레가 넘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지금 캐주얼화 회사들은 물론이고, 여성화 라인까지도 대부분 이런 어글리슈즈, 못생긴 신발 라인을 앞다퉈서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2년 사이에 이 정도로 패션계에서 주목됐던 상품군은 딱 하나입니다. 기억나실 것 같은데 롱패딩요, 작년에는 주춤했지만 2017년에는 대유행이었죠.
그때 아웃도어 브랜드들 통틀어서 롱패딩이 팔린 규모를 200만 벌 정도로 추정했는데 그때 대유행이라고 했거든요, 물론 신발은 대체로 패딩과 가격 차가 크고, 단순 비교할 수는 없는 품목이기는 하지만요, 이른바 못생긴 신발 계열이 얼마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고 있는 상품이 되고 있냐만 따져보면 롱패딩보다 지금 더한 유행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사실 이해는 크게 잘 안 되지만, 신발에서 그치지 않고 옷도 저렇게 약간 촌스럽게 나가고 있죠?
<기자>
네, 단순히 복고일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도 그렇게 사람들이 세련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복고풍인데, 그런 것들이 그야말로 대세입니다.
그래서 늘 우리 곁에 있었던 그 모습들. 아버지, 할아버지들의 패션이 새삼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 보시는 건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한 영국 디자이너가 지난여름에 우리나라 황학동 동묘시장에서 마주친 어르신들의 모습을 본인 인스타그램에 찍어올린 겁니다.
이른바 '구제옷'이 가득한 동묘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실제 이 사람의 디자인이 동묘시장에서 흔히 보는 모습과 겹치는 느낌이 있습니다.
비단 이 사람뿐만 아니라, 이런 느낌의 옷들이 요즘 유행의 첨단에서 그야말로 쏟아져 나옵니다.
특징을 보면 어르신들이 많이 쓰시는 전대, 그 전대를 찬 허리 밑에 추켜올려서 입은 이른바 배바지, 얻어 입은 것 같은 정도의 지나치게 큰 품의 바람막이 상의 같은 것들이 특징입니다.
이런 종류의 패션을 '고프코어'라고도 하고요, 아버지 패션, 그러니까 '대디코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아저씨 패션', 그리고 '등산복 룩' 이라고 부르면서 인기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예쁘게 꾸미지 않은 과거의 모습을 일부러 지향하는 것인가. 일단 여기서도 여러 번 소개해 드렸던 복고 열풍이 몇 년째 식지 않고 있잖아요, 이게 거의 그 끝까지 갔다고도 해석하고요.
동시대는 오히려 세련되고 매끈한 모습에는 모두가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거칠거칠 투박한 모습, 앞으로는 못 볼 거 같은 과거의 모습을 찾아내는 게 더 개성 있고 새로운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해석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예쁘고, 세련됐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모범적인 모습에 대한 반발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반영됐다고도 보고요.
물론 이러다 또 다른 유행이 찾아오겠지만, 아무튼 일단 한동안은 우리 어르신들의 허리에 찬 전대가 세계적인 흐름의 맨 앞에 서 있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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