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경치, 산불감시원이 부럽다
제주, 어디까지 아세요 대병악·소병악
가을에 찾기 좋은 쌍둥이오름… 초입 찾기 어렵고 거친 산길이 관건
대병악과 소병악. 뒤로 원물오름과 당오름, 도너리오름 등이 펼쳐진다. |
서쪽이 대병악이고 동쪽의 조금 작은 오름이 소병악이다. 두 산이 나란히 서 있어서 병악竝岳이라 부른다. 대병악은 북쪽으로, 소병악은 서쪽으로 트인 말굽형 굼부리(분화구를 뜻하는 제주 방언)를 가졌다. 풍수지리적으로 소병악의 동쪽이 좋아서 그곳에 상천리가 들어섰고, 농사도 잘된다고 한다.
상천리上川里는 서귀포시 안덕면 창고내(창곳내) 중산간의 자연마을이다. 창고내 상류 ‘모록밧’ 주변에 상천리가 들어섰고, 창고내 중류에 상창리와 창천리가 자리 잡았다. 그래서 상천리를 옛날엔 ‘모록밭’이라고도 불렀다. 대병악과 소병악은 상천리 서쪽에 있다.
오름 남쪽 억새밭에서 본 소병악(왼쪽)과 한라산. 풍광이 널찍하다. |
두 오름은 일찍부터 ‘론오름’ 또는 ‘른오름’으로 불렸고, 한자로는 ‘竝岳병악’, ‘岳병악’으로 표기되다가 19세기가 되어서야 ‘大山대병산’, ‘小山소병산’, 또는 ‘大岳대병악’, ‘小岳소병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병악은 ‘른오름’에서 생겨난 표기로, 쌍둥이오름이라는 뜻이다. 쌍둥이를 가리키는 제주어가 ‘래기(애기)’다. 자락을 서로 붙이고 솟은 두 오름은 생김새가 아주 비슷하며, 남쪽 자락에서 올려다보면 여인의 젖무덤을 빼닮았다.
안덕의 오름이 펼쳐지는 대병악 정상. 힐링 그 자체인 풍광에 발길이 묶인다. |
똑같이 말굽형 굼부리를 가진 두 오름 중 서쪽의 큰 오름이 해발고도 491.9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132m로 동쪽의 작은 오름(해발 473m, 자체 높이 93m)에 비해 조금 더 크고 높다. 나란히 붙었기에 탐방은 이어서 하는 게 좋다. 탐방로는 대체로 편치 않다. 그 때문일까, 두 오름은 제주 사람들조차 찾는 이가 드물어 길이 거친 느낌이다.
산록남로나 중산간서로에서 접근하는 게 편하다. 산록남로에서 본태박물관과 방주교회를 지나면 상천마을 뒤로 소병악이 보인다. 중산간서로에서는 카멜리아힐을 지나 북쪽으로 2km 남짓 거리다.
두 오름 사이 수풀지대에 지천인 꽃향유. 보라색 융단을 깐 듯하다 |
상천마을로 도로가 꺾이는 목장 끝에 소병악 들머리가 있다. 길을 모르면 입구 찾기가 불가능할 만큼 이렇다 할 표시가 없다. 목장 한켠의 들머리 철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요령껏 빠져나가야 한다. 목장 초지대를 가로지른 무덤 뒤로 길이 선명하다. 소병악은 대병악에 비해 길이 좋다. 울창한 숲 아래로 지그재그형 나무계단이 깔려 오르내림이 수월하다. 그러나 계단이 낡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소병악 정상에서 남동쪽 풍광이 압권이다.
특히 마보기, 하늬보기, 서영아리오름 너머로 너른 품을 펼치며 솟은 한라산은 아무리 봐도 감동이다. 이 풍광을 늘 마주하는 이곳의 산불감시원이 부럽기까지 하다. 길은 초소를 지나 서쪽으로 내려선다.
소병악 들머리는 목장지대를 통과한다. |
소병악에서 대병악 방향이 수월
대병악과 소병악 사이는 거친 수풀지대로, 잡목과 억새 등이 빼곡해 발을 들여놓기가 주저될 정도다. 희미한 길을 짚어 대병악 자락의 송전철탑까지 간 후 철탑 관리용으로 만든 듯한 길 따라 북쪽으로 가면 곧 왼쪽에 대병악 탐방로가 나온다. 여차하면 지나치기 십상일 만큼 입구가 희미하다. 바닥엔 폐타이어를 이용해 만든 매트가 깔렸으나 흙과 잔디에 덮여서 자세히 살펴야 눈에 띈다.
대병악 날머리의 우마용 물웅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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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대병악 정상까지는 길이 사납다. 꽤 가파른 사면을 따라 낡은 줄이 매여 있지만 정비된 탐방로가 아니어서 미끄러짐에 주의해야 한다. 무성한 활엽수들 사이로 구불구불 20분쯤이면 조망이 트이는 정상부 능선에 닿는다. 대병악을 향해 굼부리가 활짝 열린 소병악이 손바닥처럼 훤하고, 그 뒤로 한라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대병악 정상은 안덕면의 최고 전망대다. 군산과 월라봉, 산방산을 지나 바굼지오름에 모슬봉, 가시오름까지, 안덕과 대정의 바닷가 여러 오름이 그림처럼 늘어섰다. 그 너머로 송악산과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도 잘 보인다.
소병악 능선에서 본 한라산. 언제 봐도 멋진 풍광이다. |
말과 노루의 쉼터, 대병악
오른쪽 아래론 광활한 화순곶자왈이 아름답다. 병악 두 오름의 굼부리에서 흘러간 용암이 남쪽으로 돌아 이 너른 화순곶자왈을 만들었다고 한다. 수크령이 무성한 정상부에 이 모든 풍광을 끌어안은 등받이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제주의 가을 풍광을 만끽하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대병악 남쪽의 걷기 좋은 계단길. 구불구불 정겹다. |
정상의 남쪽 사면엔 주로 한라산에 자생하는 우리 식물로, 진달래의 한 종류인 참꽃나무가 많아 봄철 꽃을 보려는 이가 부러 찾기도 한다. 말과 노루도 이 멋진 풍광에 반했을까? 참꽃나무를 보려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이들의 배설물이 많다. 오름 자락의 목장 말들이 예까지 오르내리나보다.
하산은 정상에서 잠시 되돌아온 능선에서 남쪽으로 난 계단길을 따른다. 활엽수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나무계단이 여간 예쁜 게 아녀서 걸음이 즐겁다. 10분쯤이면 왼쪽으로 우마牛馬용 물웅덩이가 보이는 날머리다.
교통 모슬포항에서 광평리를 오가는 752-2번 버스가 ‘상천리사무소’ 정류장에 선다. 내비게이션에 ‘상천리복지회관’ 입력. 복지회관에서 서쪽의 오름 들머리까지는 200m 거리다.
방주교회. |
주변 볼거리
제주 건축기행_방주교회와 포도호텔, 본태박물관 병악오름 근처에 제주 건축기행에서 빠지지 않는 방주교회가 있다. 세계적인 건축사인 재일교포 이타미 준伊丹潤이 설계한 방주교회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외관이다. 방주교회에서 물, 바람, 돌을 테마로 만든 ‘수풍석박물관’, 제주의 오름과 초가지붕을 닮은 ‘포도호텔’ 등 제주의 자연을 담은 기념비적인 이타미 준의 작품과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유명한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본태박물관’이 서로 멀지 않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다.
모록밭 소고기비빔밥 상차림. |
맛집 상천리는 중산간의 작은 마을이어서 이렇다 할 식당을 찾기 어렵다. 카페와 식당을 겸하는 ‘모록밭(064-792-6080)’에서 닭백숙과 소고기국밥, 소고기비빔밥, 떡만둣국 등을 먹을 수 있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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