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찌꺼기의 외침, 친환경①]버려지는 커피찌꺼기 99.8%의 ‘재발견’
-비료ㆍ인테리어 재료로 쓰이며 ‘변신’
-최근 5년간 버려진 커피찌꺼기 57만톤
-커피 추출에 쓰이는 원두 0.2%에 불과
-쓰레기대란 주범 오명 벗고 재활용 붐
99.8% 대 0.2%. 서민과 갑부 비율이 아니다. 회사 경품 행사 당첨 확률도 아니다. 전자는 원두에서 커피 추출에 쓰여지다가 버려지는 것, 후자는 순수하게 커피 추출에 활용되는 양이다. 커피 재료인 원두 중 99.8%가 쓰레기로 방출되며, 단 0.2%만 커피에 활용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드는데 약 14g의 원두가 필요하지만, 정작 커피 추출에 쓰이는 것은 원두의 0.2%에 불과하다. 나머지 99.8%는 커피찌꺼기가 된다.
<사진> 커피찌꺼기가 지난해 13만톤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환경부는 지난 5월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 커피찌꺼기 재활용을 본격화할 길을 열었다. 생활폐기물로 분류됐던 커피찌꺼기를 수집ㆍ운반ㆍ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업계 주요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재활용률을 높여갈 전망이다. 사진은 커피찌꺼기 이미지. |
‘커피 전성시대’ 답게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국민 전체가 1년 동안 265억잔에 달하는 커피를 마신 셈이다. 그렇지만 커피를 내리고 난 뒤 발생한 커피찌꺼기는 고스란히 종량제 봉투에 담겼다. 커피찌꺼기는 그동안 일반 생활폐기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13만톤에 달하는 커피찌꺼기가 그렇게 버려졌다. 그러다보니 커피쓰레기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써왔다.
그런 커피찌꺼기가 달라졌다. ‘친환경’이란 이름으로 변신했다. ‘커피찌꺼기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가 앞장 섰다. 환경부는 지난 5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기존에 매각 또는 소각 처리되던 커피찌꺼기를 수집ㆍ운반ㆍ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까진 생활쓰레기로 버려졌던 커피지꺼기를 본격적으로 재활용할 길을 열고 업계의 커피찌꺼기 친환경 활용을 유도한 것이다. 이에 커피업계 역시 커피찌꺼기의 재변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규모가 큰 주요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커피찌꺼기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면서 커피찌꺼기는 새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찌꺼기는 2014년 약 10만7689톤이 발생한 데 이어 2016년(12만4134톤), 2017년(12만9536톤)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1~9월)는 9만6183톤으로, 최근 5년간 버려진 커피찌꺼기는 57만톤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커피찌꺼기를 생산적으로 재활용하는 방향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엄청난 양의 커피찌꺼기를 수거하는데 드는 물류비와 저장비, 비료화 비용 등 부담이 커 머뭇거리는 곳도 상당수에 달한다.
지난 2016년 4월부터 환경부,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함께 커피찌꺼기 비료화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스타벅스 관계자는 “커피찌꺼기를 전량 수거해 재활용하며 드는 비용이 과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폐기 비용보다 8배 이상 많다”며 “기업 부담이 늘어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계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커피찌꺼기 재활용률은 매년 증가해 올해 전국 매장 배출량의 97%에 달했다. 전체 5500톤 중 5335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회수한 커피찌꺼기는 친환경 퇴비로 재탄생돼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지역농가에 무상으로 제공됐다. 스타벅스의 커피찌꺼기 재활용률은 2016년 77%(3411톤), 2017년 89%(4447톤)으로 매년 10% 포인트 이상 늘었다.
커피찌꺼기는 매장 인테리어로도 변신 중이다. 지난 2015년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연 스타벅스 광화문역점은 전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커피찌꺼기를 사용해 만든 커피보드와 조명 갓, 테이블, 인테리어 마감재 등을 선보였다. 커피찌꺼기 재활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제리너스커피를 운영하는 롯데GRS도 2016년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만든 비료 500톤을 취약 농가에 지원하고, 지난해 4월 중소기업 등과 제주농가 판로 확대를 위한 동반성장 상생협력 협약식을 체결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현재 제주도 서귀포시 샛별감귤농장에 연간 240톤가량의 비료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찌꺼기 재활용은) 비용이 더 들어가긴 하지만 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재활용에 대한 여러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유정 기자/kul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