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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도 트렌드가 있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한국인이 좋아하던 바나나는 ‘노란 바나나’로 대표되는 캐번디시 (cavendish) 품종이다. 지난 1960년대 곰팡이 균이 일으키는 파나마병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그로스미셸 품종을 대체한 그 바나나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나나에도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샤인머스캣’ 포도처럼 과일도 품종을 골라먹는 트렌드가 일면서 바나나 유통업체들은 새로운 이름 짓기에 바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유기농’과 ‘대용량’ 추세도 바나나 트렌드에 스며들었다.







▶‘더 달콤함을 원해’ 당도 높은 바나나


스트레스를 높인 코로나19 사태의 영향 때문일까. 지난해 초콜릿의 매출이 껑충 뛰어오른 것처럼 과일류에서도 당도가 높은 품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인스턴트 식품 대신 과일을 섭취하려는 의지와 함께 스트레스를 달래줄 달콤함의 욕구가 결합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당도높은 파인애플’ 등 과일 포장지에는 당도 표시를 강조하는 문구가 늘고 있다.


바나나 또한 달콤한 맛을 가졌으나 그 중에서도 당도가 더 높은 품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바나나 전문 글로벌 청과 기업 스미후루의 경우, 당도가 24 브릭스(brix,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이상인 ‘로즈 바나나’의 올해 (1~4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87% 증가했다. 가격은 일반 바나나에 비해 2.5배 정도 비싼데도 불구하고 소비자 반응은 꾸준한 상승세이다.

'로즈 바나나' [스미후루 제공]

'로즈 바나나' [스미후루 제공]

▶바나나도 대용량


대용량 트렌드도 볼 수 있다.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늘어난 반면 장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대용량으로 식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바나나는 편의점에서 대부분 소용량 위주로 판매돼왔지만 대용량 추세에 따라 최근에는 편의점에서도 대용량 바나나가 판매되고 있다. 스미후루 관계자는 “집에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대용량 과일의 구매 성향이 강해지면서 바나나 역시 편의점에서 대용량 상품(4입 이상)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웰빙 소비자의 ‘픽’은 건강과 환경에 좋은 ‘유기농 바나나’


코로나19 확산후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는 유기농 식료품의 매출을 늘리고 있다. 바나나 역시 유기농 바나나의 매출이 상승하는 추세다.




▶미국에선 비싸도 ‘레드 바나나’, 유럽은 요리 활용 ‘그린 바나나’


지역별로 바나나 트렌드도 다르다. 미국에서는 특히 ‘레드 바나나’가 인기다. 바나나의 정체성과 같은 ‘노란색’을 과감하게 버리고, 딸기처럼 빨간색을 입었다. 일반 바나나보다 2배 정도 비싸지만 레드 바나나는 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과일이다. 맛 또한 라즈베리 맛이 감돌며, 노란 바나나에 비해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더 많다.





‘그린 바나나’도 있다. 익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단 맛이 덜하지만 인기 요소는 ‘저항성 전분’이다. 이는 대장까지 내려가 장 건강과 비만 예방 등 식이섬유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그린 바나나에는 저항성 전분이 20% 높게 들어있어 소화기 건강에 관심이 많은 유럽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의 리버풀 존무어스대 로드니 빌튼 교수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를 통해 “그린 바나나 속 저항성 전분은 천천히 체내로 흡수돼 오랜 기간 에너지를 제공하며,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생으로 먹기 보다는 ‘그린 바나나 가루’(Green banana flour)가 글루텐 프리 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취향 존중이 글로벌 푸드 트렌드를 이끌면서 바나나 역시 취향에 맞는 다양한 품종들이 소비자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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