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이라고 다 같은 밀은 아니었다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서구식단의 주식으로 쓰이는 주요 작물인 밀은 기원전 9000~8000년 경 서남아시아에서 재배가 시작됐다.
밀의 활용도는 상당히 높다. 쌀과는 달리 빵, 면, 술, 과자 등 주식은 물론 기호품으로도 많이 쓰인다. 밀은 쌀보다 단백질과 미네랄, 비타민 함량이 높고, 쌀이나 옥수수보다 칼로리는 낮다. 다만 쌀과 달리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지 않아 고기나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이나 콩을 통해 단백질을 보충하면 좋다. 고대 밀의 경우 일반 밀에 비해 맛이 풍부하고 글루텐이 섬세하고 단백질 함량도 높은 편이다.
밀도 종류가 다양하고 용도 역시 다르다.
▶ 엠머밀
엠머밀은 이립계 밀이다. 이삭 자리에 이삭이 두 개씩 나기 때문이 이립계라고 붙여졌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주된 곡물로, 현재 널리 재배되는 밀 품종들의 조상 중 하나다. 빵으로 만들기에 적절한 글루텐이 들어 있으며, 추위에 약해 봄에 파종해 가을에 수확한다.
▶ 스펠트밀
스펠트밀은 밀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고 흔한 고대 밀이다. 스펠트밀은 현재에도 제빵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에선 ‘딩켈(DINKEL)’이라고 부른다. 스펠트밀은 엠머밀의 자연 혼성종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고대밀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현대 밀보다는 신축성과 탄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수화성이 낮고 발효가 오래 걸린다. 일반 밀보다 단백질과 비타민 함량이 높고, 소화가 잘 된다.
▶ 듀럼밀
듀럼밀은 스파게티와 마카로니, 비스킷을 만드는데 쓰인다. 글루텐 함량이 높은데 그 중에서도 글리아딘의 비중이 높아 제빵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듀럼밀은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지중해 일대에서 재배된다. 낟알이 호박빛을 내는데, 밀가루로 갈면 파스타 면의 노란빛을 띈다.
▶ 호라산밀
호라산은 중앙아시아의 지역명이다. 호라산 밀의 기원은 이집트, 터키, 메소포타미아 설이 있으나, 주로 이집트에서 재배된 원시 곡물을 가리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 밀보다 낟알이 2배 이상 크고, 노란 황금빛깔을 띈다. 보통 호라산 밀을 카무트라고 부르기도 하나 카무트는 미국에서 호라산 밀을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경작하고 가공 유통하는 단체다. 카무트에서는 호라산 밀을 인증된 유기농 기준에 따라 재배한다.
호라산 밀은 단백질과 셀레늄 함량이 높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열량이 낮다. 식이섬유 함량은 현미의 3배, 백미의 8배나 많다.
호라산 밀의 건강상 이점을 밝힌 연구도 많다. 학술지 ‘저널 오브 크로마토그래피 A’에 따르면 호라산 밀은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하고 항산화 성분인 페놀산 화합물이 30여 종이나 들어 있다. 또한‘프런티어 바이오사이언스’ 저널에는 일반 밀보다 호라산 밀로 만든 빵을 먹인 동물이 산화 스트레스에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 아이콘밀
아이콘밀은 ‘낟알 하나’라는 뜻이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밀로, 모든 밀의 조상 격이다. 풀과 견과류 풍미가 나며 고대 밀 가운데에서도 가장 구하기가 어렵고, 재배량이 적어 가격도 상당하다.
▶세몰리나
현대 듀럼밀의 내배유로 만든 황금빛 밀가루다. 빵보다는 파스타를 만드는 데에 쓰인다. 시칠리나에선 전통적으로 세몰리나로 만든 빵을 먹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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