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가이드’에 오르며, 미국에서도 사랑한 ‘스타 셰프’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목포에서 먹어본 첫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며 ‘목포의 맛’을 극찬했다. 임정식 셰프는 최근 목포에서 나는 수산물이자 ‘목포 9미(九味)’의 하나로 꼽히는 식재료를 활용해 ‘멕시칸 낙지 또띠야’를 만들었다. 임정식 셰프를 비롯해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이창후 제로콤플렉스 셰프, 김성운 테이블포포 셰프, 이형준 그랑아무르 셰프 역시 목포산 식재료를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을 만들었다. 이 음식은 이제 목포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셰프들이 레시피를 기증, 요리를 만들고 싶은 청년들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목포가 ‘맛의 도시’로 떠올랐다. 목포가 고향인 개그우먼 박나래는 “목포에는 맛집이 없다”며 “들어가면 다 맛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목포에선 골목길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에서도, 길거리 푸드트럭에서도 일품 요리가 넘쳐난다.
목포가 ‘맛의 도시’로 부상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목포는 바다와 육지를 잇는 곳으로 1960년대부터 ‘파도 위의 시장’으로 불리는 ‘파시’가 만들어졌다. 수백 척의 고깃배가 드나들며 만들어진 바다 위의 어시장에는 엄청난 물량의 해산물과 식재료가 모여들었다.
문정훈 서울대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목포는 한반도를 잇는 맛의 집산지였다. ‘자산어보’엔 목포로 모이는 홍어, 낙지, 꽂게, 준치, 아구, 민어, 병어 등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있다”며 “실제로 목포엔인근 섬으로부터 온 다양한 해산물이 존재했고, 이는 현재의 목포 9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1미, 세발낙지=목포를 상장하는 토산품이다. 발이 가늘다는 뜻의 세(細)발낙지로 불린다. 목포, 영암, 무안, 신안 등지에서 잡히는 지역특산품으로 ‘갯벌 속의 인삼’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자산어보’에는 낙지를 ‘말라빠진 소에게 서너마리만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고 적혀있다. 산낙지로도 먹지만 연포탕과 낙지비빔밥, 낙지회무침 등 13가지 요리로 변신할 수 있다.
▶ 2미, 홍어삼합=홍어는 남도 사람들이 즐겨먹던 대표적인 수산물이다. 홍어와 돼지고기, 묵은지를 곁들인 것이 바로 홍어삼합. 홍어에는 ‘일코 이애 삼날개 사살 오뼈’라는 말이 있다. 가장 빨리 삭는 코 부위를 가장 맛있는 부위로 쳤다. 삭힌 회를 그대로 먹는 방식도 유명하지만, 목포에는 무침, 찜, 애국, 전, 튀김 등 다양한 요리가 있다.
▶ 3미, 민어회=민어는 크기가 워낙에 커서 ‘민물고기의 고래’라고 불리는 생선이다. 민어는 6월부터 맛이 오르기 시작한다. 목포의 민어회는 다른 지역과 달리 회뿐만 아니라 껍질, 부레, 뱃살, 지느러미까지 조리해 먹는다. 그 중에서도 ‘민어가 천냥이면 부레가 구백냥’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부레를 귀하게 여겼다.
▶ 4미, 꽃게무침= 꽃게의 단맛과 감칠맛에 어우러진 양념의 조화가 일품인 요리다. ‘자산어보’에선 ‘막 캐낸 꽃게는 호랑이를 상대할 힘을 준다. 맛은 달콤하고 좋다’라는 표현이 나와있다. 꽃게의 살을 발라 흰쌀밥에 비벼먹으면 달아난 입맛이 돌아온다.
▶ 5미, 갈치조림=‘10월의 목포 갈치는 삼겹살보다 낫고, 은비늘은 황소 값보다 높다’는 말이 있다. 제주산 은갈치 못지 않은 명성을 자랑하는 목포산 먹갈치다. 9월 말부터 목포 앞바다에서 잡는다. 산란을 앞둔 먹갈치는 유달리 맛이 좋다. 회로 먹거나 기름을 살짝 발라 구워 먹는 것도 맛있지만 감자와 호박 등 푸짐하게 넣은 갈치 조림이 일품이다.
▶ 6미, 병어회, 병어찜= 병어는 비늘이 없고 표면이 매끄러운 흰살 생선이다. 양식에 성공한 사례가 없고, 구하기가 쉽지 않은 귀한 음식이다. 상아색의 흰살 생선인 병어는 쪄내면 부드럽고 입에서 녹는 식감이 난다. 막 잡은 병어는 단맛이 나고 비린내가 전혀 없다. 살짝 얼려 회로 먹는 것이 병어의 참맛을 알 수 있다. 자작하게 끓여냔 병어찜은 국물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 7미, 준치무침=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나올 만큼 맛이 좋은 생선이다. 몸 전체에 뼈가 많아 조심이 먹어야 하는데, 목포에선 뼈째 썰어 초장에 무쳐 먹는다.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 8미, 아구탕, 아구찜= 못생기고 비늘이 없는 아귀는 예전엔 거름이나 사료로 쓰던 생선이었다. 버려지기 일쑤였던 아귀의 진면목이 알려진 것은 전국 어디에서나 ‘아귀찜’을 만날 수 있게 되면서다. 이제는 내장까지 맛있어 버릴 것이라곤 이빨 밖에 없는 ‘귀한 생선’이 됐다. 맛이 담백하고 국이나 찌개를 끓이면 시원하다. 콩나물을 넣어 매운 찜 요리를 해서 먹기도 한다.
▶ 9미, 우럭간국=우럭은 예로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렸던 어류다. 활어회나 매운탕으로는 최고의 생선이다. 우럭을 끓이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하얀 육질은 부드럽고 탄성이 좋다. 쫄깃쫄깃하면서도 지방이 적어 감칠맛이 뛰어나다.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shee@hr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