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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서 먹던 음식, ‘감자범벅ㆍ올챙이묵’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강원도는 저지대(해발 100m 이하)가 전체 면적의 6%에도 못 미친다. 과거 첩첩산중에 터전을 일군 강원도 사람들에게 비옥한 논과 밭은 언감생심이었다. 화전경작을 벌여 감자, 옥수수, 메밀 같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길렀다. 감자옹심이, 메밀전, 옥수수밥 같은 소박한 음식들이 발전한 배경이다.


하지만 그런 소박한 향토음식들은 대중화에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오늘날 강원도를 상징하는 음식으로는 닭갈비(춘천), 한우(횡성), 추어탕(원주) 등과 해안가에서 나는 해산물이 주로 꼽힌다. 다른 다양한 토속음식을 먹으려면 강원도 산간지역을 직접 찾는 수밖에 없다. 

감자범벅, 올챙이묵 그리고 송어 샐러드로 구성된 점심밥

감자범벅, 올챙이묵 그리고 송어 샐러드로 구성된 점심밥

▶처음 만나는 강원도의 맛 = 지난 20일, 오전 11시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센터에서 강원도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자리가 열렸다. 생소한 강원도 음식을 서울에서 먹을 수 있다는 얘기에 현장에 다녀왔다.


이날 행사는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가 마련했다. 최근 강원도 전통 식재료와 음식 20가지 <그래픽 참조> 가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이름을 올린 것을 기념한 자리다. 맛의 방주는 국제슬로푸드협회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세계 각지의 전통 먹거리를 찾아서 보존하는 프로젝트다.

강원도 전통 식재료와 음식 20가지

강원도 전통 식재료와 음식 20가지

행사에 참석한 이들에겐 감자범벅, 올챙이묵 그리고 송어 샐러드로 구성된 점심밥이 차려졌다.


감자범벅은 삶은 감자와 콩 위에, 막걸리에 넣어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덮어 다시 삶은 뒤 한데 뒤섞어 먹는 토속음식이다. 지금은 강원도에서도 감자범벅을 차려내는 식당을 찾기 어렵다. 올챙이묵은 메옥수수(고지대에서 재배하는 찰기가 없는 옥수수) 가루로 묽은 반죽을 만들고, 이걸로 면을 뽑아 만든 음식이다. 면이 올챙이를 닮아 올챙이묵이라고 부른다. 

감자범벅, 올챙이묵 그리고 송어 샐러드로 구성된 점심밥<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감자범벅, 올챙이묵 그리고 송어 샐러드로 구성된 점심밥 <사진=윤병찬 기자 yoon4698@heraldcorp.com>

식사를 준비한 김단 셰프는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강원도 레시피를 따르되, 약간의 ‘변주’를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김 셰프는 특별히 감자범벅을 컵케이크 모양으로 만들었다. 기본적인 레시피는 같은데, 다만 컵케이크 틀에 삶은 감자를 두고 그 위에 반죽을 올려 다시 쪄냈다.


전통적인 올챙이묵은 싱겁기 때문에 보통 김치나 양념간장을 곁들어 먹는데, 김 셰프는 크림소스를 접목했다. 메옥수수 가루로 만든 반죽으로 올챙이 모양으로 면을 만든 뒤 이걸 ‘뇨키’(크림파스타와 비슷한 이탈리아 음식) 스타일로 끓였다.


송어샐러드는 머리, 꼬리 등을 잘라내고 내장을 제거한 뒤 20일 간 건조숙성한 송어를 활용했다. 숙성된 송어의 껍질은 꾸덕하고 속살은 기름이 배어 맛이 좋아진다. 껍질을 벗긴 송어에 적양배추와 매콤한 소스(토마토소스에 와사비를 섞은 것)를 곁들였다. 참고로 평창은 국내에서 처음 송어양식이 시작된 곳이다.


김 셰프는 감자범벅과 올챙이묵을 두고 ‘고난의 음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감자범벅과 올챙이묵은 만들기가 꽤 까다로운 음식이어서 음식에 변화를 가미해 과정도 고행이었다”고 말했다.

접시에 음식을 담고 있는 김단 셰프<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접시에 음식을 담고 있는 김단 셰프 <사진=윤병찬 기자 yoon4698@heraldcorp.com>

▶소멸위기, 강원도 음식 = 강원도는 바다와 산을 아우르는 지형적 특징 때문에, 갖은 식재료를 활용하는 다양한 음식이 발달했다. 하지만 지금 그곳에선 “소멸위기에 직면한 음식과 식물들이 많다”(김종덕 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는 탄식이 나온다.


지난 2007년 강원발전연구원이 펴낸 ‘강원도 음식관광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는 사라질 위기에 놓인 토속음식에 대한 진단이 나온다.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 고유의 향토음식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감소됐고 급속한 지역관광 성장 과정에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한 음식점이 증가했다.”


김단 셰프는 “토속음식을 먹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그걸 만들던 식재료도 사라지는 것”이라며 “모든 식재료에는 저마다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공부해야 그 식재료를 제대로 해석하고 재창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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