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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두 달 밀렸다” 200억 기부했다가 세금 폭탄 맞았습니다

좋은 의도로 한 일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안겨줄 때가 있는데요. 앞으로 기부할 예정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세제법을 좀 더 면밀이 들여다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낸 기부금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국은 기부천사가 나오기 힘들다’, ‘기부 많이 하면 세금 폭탄만 맞게 된다’는 말이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가수 김장훈은 이제껏  200억원에 달하는 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연예계 기부천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전성기 시절  1년에  300개가량의 행사를 소화했고 , 연 수익은  80억원 정도 됐다 ”라며  “광고도  40~50개 정도 찍었는데 기부천사 이미지로 광고가 들어온 것이기에 전액 기부했다 ”라고 밝혔습니다 . 그에게 기부는 특별한 행위가 아닌 습관적인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
이처럼 기부한 액수만 놓고 보면 강남에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정돈 거뜬히 살 수 있어 보이는 그가 최근  “경제적인 부분에서 걱정이 있었다 ”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 지난  4월  MBN의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장훈은  “보증금  3천만원에 세들어 사는 중 ”이라며  “가끔 공연을 통해 돈을 버는데 월세가 밀릴 때도 있다 ”라며 방송 당시 두 달 치 월세가 밀린 상태라고 고백했습니다 .

김장훈 씨는 공익 목적의 기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과중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현 조세제도를 비판할 때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인데요. 공익 목적의 기부에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지난 2013년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대폭 줄여버린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한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예컨대 10억원을 가진 이가 2억8천만원을 기부했을시 개정안 통과 이전엔 2억3884만원의 세금만 내면 됐지만 이후로는 3억5200여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하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김장훈 씨의 경우 개인의 소득과 지출이 공개되지 않아 기부금에 대한 세금의 정확한 산출은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껏 기부로 인해 수억대에 달하는 세금을 내온 것으로 추정합니다.

좋은 마음에 기부했다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42억원을 기부했다 27억원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된 것인데요.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인 고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은 지난 2006년부터 10년에 걸쳐 미국 하버드대, 터프츠대, 대만 국립대 등 해외 여러 대학에 총 42억원에 달하는 돈을 기부했습니다. 김 전 총장이 낸 기부금은 학교 재학생들의 장학금을 비롯해 항일 투쟁의 역사를 알리는 포럼 개설, 한국학 강좌 개설 등 한국을 알리는 데 쓰였는데요.

공익적 성격이 분명한 기부였음에도 국세청은 김 전 총장이 사망한 뒤 그들의 자녀에게 기부금에 대한 명목으로 세금  27억원을 부과합니다 . 국내 법인에 기부한 것이 아닌 해외 소재 학교에 기부했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인데요 . 법적 문제로 시시비비를 가리자면 국세청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 현행법상 국가가 지정하지 않은 , 공익법인이 아닌 단체에 기부하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 이에 대해 김 전 총장의 자녀는 국세청의 처분에 불복해 재작년  1월경 조세심판원에 구제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

조세심판원은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인데요 . 해당 기관은 김 전 총장 자녀가 문제를 제기한 사안에 대해 사회 통념상 교육비 등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상속 ·증여세법의 조문을 근거로 들어  27억원 가운데  14억원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합니다 . 김 전 총장의 후손들은 나머지  13억원에 대해서도 소송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결국 절차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포기해야만 했는데요 .

공익 목적의 기부에 거액의 세금을 물리는 행위는 기부업계가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해선 해결해 나가야 할 큰 과제인데요 . 정부 당국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


한 의원은 현 세제법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기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해 마치 기부 억제법이라고 볼 수도 있다”라며 “기부금에 대해선 소득공제를 대폭 늘릴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는데요. 문제는 현행법상 기부를 했다 떠안게 된 세금 때문에 오히려 빚을 내야 할 상황에 놓일 이들을 구제할 법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작년 4월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익 기부 과세에 대한 입법과제’보고서를 통해 해결방안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국회입법조사처 측은 세금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아닌, 선의에 의한 공익 기부자에게 과도한 증여세를 물리는 행위를 ‘위헌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과세관청이 현행법상 세금을 적법하게 매긴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본 것인데요.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형평면제처분제도’를 제시했습니다. 공익 기부자가 미리 세법을 살피지 못해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할 위기에 처했을 때 이런 억울한 사례가 애초 나오지 않도록 선제 입법방안을 추진하자는 것이죠. 실제로 독일은 이 같은 규정을 이미 시행 중에 있는데요.


다만, 또 다른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관계자는 “형평면제처분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기부가 공익 목적인지 과세관청에서 판단하려면 상당한 행정력이 동원돼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기부업계에서는 세법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기부자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합니다 . 국세청이 일일이 전수조사를 할 수 없어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례가 수두룩할 거란 얘기인데요 . 이와관관련해 한국모금협회 관계자는  “정부 당국은 기부를 독려하지만 정작 고액기부가 별 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는 찾아볼 수 없다 ”라며  “혹여 의도치 않게 세법에 어긋난 기부를 했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라고 지적했습니다 . 지금까지 기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세금은 더 많이 내야 하는 현 조세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 여러분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현행 조세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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