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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노컷뉴스

유현준 "동서양 건축의 차이, 비가 갈랐다"

동서양 건축이 달라진 이유와 그 결과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8월 26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유현준(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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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유현준의 시간입니다.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와 함께하는 시간이죠. 요즘 이제 동양과 서양 특히 코로나 관련해서도 왜 서양은 확진자 수가 훨씬 더 많은지 이런 비교하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오늘은 공간의 차이, 건축 문화의 차이 이런 것들이 동양과 서양에서 어떻게 그리고 왜 발현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좀 나눠보도록 합니다. 유현준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유현준> 안녕하세요.


◇ 정관용> 지난주에 우리가 기후 차이 갖고 얘기 시작했어요.


◆ 유현준> 네.


◇ 정관용> 동양은 비가 많이 왔다. 서양은 비가 없었다. 그렇죠? 그래서 땅이 서양은 단단하고 바위 같은 게 많으니까 단단한 바닥에다가 돌처럼 무거운 벽을 많이 세웠다. 그런데 동양은 그게 안 됐다, 땅이 물러서. 대신에 나무가 많으니까 나무기둥을 세웠다 이 얘기까지 했어요.


◆ 유현준> 복습 잘하셨네요. 맞습니다, 거기까지 했고요. 나무기둥을 세우면 이게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게 내부와 외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 정관용> 나무기둥을 세우면 내외부가 모호해요?


◆ 유현준> 그러니까 벽으로 건물을 지어서 방을 만들게 되면 방의 안과 밖이 딱 벽으로 명확하게 단절이 되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그걸 기둥으로 세우게 되면 우리가 정자 같은 걸 상상을 해 보시면 기둥 4개로 지붕을 받치고 정자가 만들어지죠. 그런데 거기는 거의 벽이 없잖아요.


◇ 정관용> 그런데 옛날 우리 집 보면 다 또 흙담도 쌓고 하잖아요.


◆ 유현준> 그러니까 그거를 실제로 집 안에서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그런 데는 흙으로 벽을 세우기도 하고 창문 같은 건 그 당시에 우리가 종이가 이미 발명돼 있었기 때문에, 동양에는. 창문을 종이로 가볍게 만들 수 있었거든요.


◇ 정관용> 넓은 창문이 가능했죠.


◆ 유현준> 그리고 그걸 처마에다가 걸기도 하고. 그런데 반대로 서양 같은 경우에는 벽에다가 구멍을 조그마하게 뚫어서 나무로 된 덧문을 달았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맞아요.


◆ 유현준> 그래서 안에서 밖이 잘 안 보이는데 동양의 건축은 가벼운 창문으로 되어 있고 벽이 기둥으로 받치고 있으니까 벽이 거의 없어도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 정관용> 옛날 우리 한옥 보면 큰 한지 창 겸 문. 그게 네 짝, 다섯 짝 있고 쭉쭉쭉 접어서 위로 올리기도 하고 그럼 벽이 사라지기도 하고 막. 그거군요.


◆ 유현준> 그러니까 안에서 밖을 보는 게 많아지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건축은 동양의 건축은 극동아시아의 건축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고 바깥 경치가 잘 보이니까 그곳하고의 관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러니까 풍수지리 같은 것도 발달하게 되고.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너무 열려 있으니까 담장을 세워야 되는 거예요. 벽 자체가 내 방을 지켜주지 못하니까 담장을 낮게 세워서 거기에서 1차적으로 보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한옥집을 떠올려보면 그렇네요. 집이 있고 마당이 좀 있고 꼭 담장이 있어요. 대신에 담장의 높이는.


◆ 유현준> 낮죠.


◇ 정관용> 이 집 안에서 볼 때 먼 경치가 보일 정도만큼만 해요.


◆ 유현준> 네. 그 이유는 담을 높게 못 세우니까.


◇ 정관용> 세울 또 재주도 없고.


◆ 유현준> 세우면 벽이 넘어가잖아요. 땅이 지반이 낮으니까. 우리가 건축을 기둥 구조로 했던 이유랑 똑같은 거죠.


◇ 정관용> 반면에 서양은요?


◆ 유현준> 서양은 벽을 높게 세우고 그걸로 건물을 지을 수가 있었으니까. 대신 창문은 조그마하게, 크게 못 뚫죠. 그걸 크게 뚫으면 집이 무너지니까. 내외부가 명확하고 그러다 보니까 건축 설계를 할 때도 안에서 밖을 보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요. 밖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게 중요해집니다. 창문이 어떻게 뚫렸는지 창틀은 어떻게 디자인해야 되는지 어떤 조각으로 장식할지 창문은 어떻게 황금비율의 모양으로 뚫어야 될지 건축 입면은 어떤 비례를 가져야 되는지 이런 것들이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동양 건축은 사실은 건축 입면이라고 하는 게 거의 지붕밖에 없어요. 우리나라 한옥을 보시면 지붕이 전체 입면의 절반을 차지하잖아요. 왜냐하면 비가 많이 오니까 경사도 급하고, 지붕의 경사. 그러니까 앞에서 봤을 때 사실 동양 건축은 거의 지붕의 건축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현대에 와서 동양의 건축가들이 도시건축을 하는 데 되게 취약한 부분이 대개 거기에 있어요. 그러니까 전통의 것들을 계승해서 적용하기가 되게 어렵습니다. 대부분 다 단층짜리 건물에 지붕이 대부분인데 현대식 건물들은 다 여러 층으로 돼 있으니까 입면 설계라는 걸 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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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그런데 서양은 과거부터 여러 층으로 입면 설계를 쭉 해 온 역사가 길다. 그러다 보니까 건축 양식의 변화 같은 것도 시대별로 쫙 나오잖아요. 그런데 동양은 그런 게 별로 없죠?


◆ 유현준> 거의 그냥 동양의 기둥과 지붕 시스템은 레고피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레고시스템처럼 거의 몇십 년 동안 변화가 없이 오히려 변화라고 하면 주변 자연환경하고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건물이 만들어지는가 이런 쪽으로 발전한 거죠.


◇ 정관용> 우리 공부해서 배웠잖아요. 무슨 비잔틴 양식이 어떻고 뭐 어떻고.


◆ 유현준> 로마네스크 양식, 고딕 양식.


◇ 정관용> 그런 게 어떻게 해서 나온 거예요, 서양에서는?


◆ 유현준> 구조적인 기술이 한 번 바뀔 때 그런 것들이 나오기도 하고요.


◇ 정관용> 기술, 기술적 측면.


◆ 유현준> 네. 그런 것에도 바뀌고요. 관념적으로 약간 바뀔 때도 생깁니다.


◇ 정관용> 종교적 어떤 측면 이런 거.


◆ 유현준> 대표적인 게 바로크 양식 같은 거.


◇ 정관용> 그건 뭐죠?


◆ 유현준> 바로크가 갑자기 장식이 많아졌거든요. 그것에 대한 배경으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그 당시에 나왔던 게 종교개혁이라는 게 있었거든요. 구교에 대해서 신교가 비판을 하면서 나오니까 그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어떻게 보면 대개 인간의 감성 같은 걸 억누르고 있다가 그것들이 풀어지면서 그 감정을 좀 감성적인 부분을 표출하고 하면서 화려한 장식들이 들어가고 그렇게 해서 바로크 양식이 발생을 했다 얘기도 하죠.


◇ 정관용> 그럼 이제 건축을 바라보는 건축관의 차이도 있는 거죠? 그걸 좀 동양의 건축관, 서양의 건축관 이렇게 좀 정리해 주시면.


◆ 유현준> 그러니까 동양의 건축은 관계 중심의 건축이다.


◇ 정관용> 관계.


◆ 유현준> 네. 주변하고의 관계가 되게 중요하고 서양 건축은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좀 기하학적이라고 보여져요. 내부와 외부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그리고 특히 이제 이런 특징들은 종교건축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유현준> 어떤 성스러운 공간을 하나를 만들 때 그 규칙을 꼭 만들려고 하고 기하학적으로 풀려고 하고 수학적인 것들, 논리적인 것들을 되게 강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반면에 동양의 건축은 종교건축에서도 그런 건 별로 안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관계 중심으로 풀어간다는 차이점이 좀 있습니다.


◇ 정관용> 동양은 관계 중심, 서양은 기하학적.


◆ 유현준> 기하학적이고 논리적인 그런 건축들이 많죠.


◇ 정관용> 기하학적이고 논리적인. 그러다 보면 관계가 아니라 건축물 그 자체를 바라보는.


◆ 유현준> 건축물 자체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단 재료상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 번 건물을 지으면 그게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많고 그러다 보니까 그게 계속해서 누적해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좀 있죠.


◇ 정관용> 그런데 이제 나무로 짓다 보면 또 우리는 옛날부터 온돌 문화 이런 게 있었으니까 2층짜리 집이 없었잖아요, 기본적으로. 그런데 서양은 예로부터 2층, 3층 집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도시로 집적되는 건 서양 쪽이 유리했겠네요.


◆ 유현준> 그렇죠. 아무래도 고층으로 3~4층짜리 건물이 지어지다 보면 내가 사는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훨씬 늘어나잖아요. 기하학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그러다 보면 누가 제일 이익을 보냐면 장사하는 사람들이 제일 이익을 보는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 유현준> 그래서 내 물건을 사줄 사람이 많아지면 상업이 발달하고. 상업이 발달할수록 화폐장도 늘어나면서 부자가 될 가능성도 많아지는 거죠. 그래서 사실 부르주아라고 하는 그런 계층들이 처음 생긴 건 북유럽 쪽에서 제일 먼저 그쪽에서 생겼고 현대식 자본주의 개념 같은 것들도 그쪽에서 많이 생기고 기존의 어찌 보면 정치권력과 종교권력들을 어떻게 보면 대응할 수 있었던 새로운 시민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사실은 그런 도시에서도 많이 발생을 하죠.


◇ 정관용> 서양이 그래서 근대화를 먼저 했다 이렇게도 볼 수 있는 건가요?


◆ 유현준> 그럴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공간적인 특징이. 그래서 그거는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똑같은 극동아시아라고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 그 차이를 좀 느낄 수 있어요.


◇ 정관용> 어떤 차이가 나옵니까?


◆ 유현준> 그러니까 한국은 말씀하신 대로 온돌을 두기 때문에 계속해서 점일화된 그런 도시에 살았다고 하면 도시라고 하기도 어려운. 그래서 5일장, 3일장 열렸다면 일본은 온돌을 쓸 수가 없잖아요. 거기는 지진이 많기 때문에 구들장이 내려앉거든요. 그러니까 난방 시스템이 일본은 온돌이 아닌 가벼운 다다미방에다가 화로를 넣는 식으로 발달을 합니다. 그러면 이 사람들은 2층짜리 집을 지을 수가 있어요.


◇ 정관용> 맞아요.


◆ 유현준> 그래서 조선의 경복궁은 단층으로 되어 있지만 오사카성은 5층으로 되어져 있고. 교토에 지어진 몇백 년 된 건물들도 도시형으로 되게 밀집된 2층짜리 집이 지어져 있고 그러니까 상업이 좀 발달할 수 있었던 건축적 배경이 있죠.


◇ 정관용> 그럼 거기도 또 도시화가 좀 더 진척됐다, 우리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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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사진=연합뉴스 제공)

◆ 유현준> 저는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도시화가 좀 더 발전을 빨리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상업이 발달하면서 예술의 대량 생산도 사실 먼저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우키요에 같은 판화가 그림들도 어쨌든 목판화를 통해서 컬러 그림을 대량 생산하고.


◇ 정관용> 그렇죠, 일본의 경우.


◆ 유현준> 일본의 경우에 그렇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사실은 유럽보다 먼저 나왔고. 그게 나중에는 어쨌든 만화, 망가 문화도 됐고. 이런 것들이 기초가 됐다고 생각을 하죠.


◇ 정관용> 또 한 가지는 아마 이런 게 있을 거예요. 우리나라나 또 중국과 우리의 관계 이런 걸 보면 우리가 어찌 보면 중국에 사대했고 또 우리나라는 이제 중앙집권적 한양 중심의 그런 절대왕정을 추구했다면 일본은 오랫동안 춘추전국시대를 겪었지 않습니까? 또 서양, 유럽 같은 경우는 다 조그마한 소국들이 끊임없는 전쟁을 했잖아요. 그러다 보면 전쟁으로부터 각자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성이 필요해지는 거고 그러니까 오사카성 이런 것들이 나오는 거고 유럽에도 성이 그렇게 많은 거죠.


◆ 유현준> 그렇죠, 맞습니다.


◇ 정관용> 우리는 그런 게 필요 없는 거고. 어찌 보면.


◆ 유현준>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러한 어떻게 보면 더 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비호를 받았던 어떤 정부가 그런 왕조가 사실은 내부의 갈등을 그냥 잠재울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면 여기서 하나 질문이 생겨요. 그러면 왜 우리는 성이 없느냐. 저는 그런 데서 화산지반이라는 것도 일본에 큰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앞서서 높은 성을 쌓기 어려웠다고 하는데 일본은 또 배수농업도 잘 되는 데였으니까 어찌 보면 그런 데서는 또 성을 쌓는 데 유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정관용> 우리도 성이 있기는 있어요.


◆ 유현준> 산성으로 있죠.


◇ 정관용> 산에 있죠, 산에.


◆ 유현준> 산에 있어서 지형을 이용해서 국가 간의 전쟁을 막는 쪽의 성만 주로 발달한 거죠.


◇ 정관용> 어찌 보면 기후의 차이로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는 거네요.


◆ 유현준> 많은 부분들이 사람들의 생각이라든지 문화나 특히 건축 같은 경우에는 기후에 의해서 많이 결정이 납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강수량이 가장 큰 결정을 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보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1년에 1000mm 이상 내리는 그런 지역이죠. 유라시아대륙의 동쪽에 있으니까. 계절풍 영향을 받아서 1000mm가 넘고요. 특이하게도 그런 지역들은 다 벼농사를 짓습니다. 유라시아대륙의 서쪽 그러니까 유럽 쪽인데 거기는 계절풍 영향이 없기 때문에 비가 1년 고루 내려요. 800mm, 850mm 정도 내립니다. 그러니까 지반이 단단하고 거기는 밀농사를 짓습니다. 그러니까 품종이 달라요. 1000mm가 넘으면 벼농사, 1000mm가 안 되면 밀농사를 짓는데 그게 농사 방식이 좀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서 벼농사를 지으면 비가 집중호우가 내리다 보니까 관개수로를 위한 토목공사를 많이 해야 돼요. 집단노동을 많이 하고.


◇ 정관용> 물을 가둬두는 거, 물을 빼는 거. 집단노동이 필요한 일들.


◆ 유현준> 그다음에 모내기도 집단으로 하고. 태풍 오기 전에 추수도 같이 해야 되고. 그런데 밀농사는 씨 뿌리는 모습 자체가 혼자 씨를 뿌리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밀레의 씨 뿌리는 농부 사진 보면 혼자 가방에 씨 담고서 이렇게 뿌리잖아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개인주의가 좀 더 발달을 하는 그런 성향이 있죠. 그러니까 우리는 항상 집단을 먼저 우선시하고요. 그다음에 서양 사람들은 개인을 우선시한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는 그런 농사방식 차이, 그리고 그것의 원인인 강수량. 그런데 정작 건축물은 또 서양이 집단거주가 가능한 도시집적화, 동양은 또 우리나라는 안 그런 쪽. 이건 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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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준>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좁은 도시 안에 여러 사람들이 살게 되면 그 안에서 계층이 나눠지게 되죠. 계층도 나눠지고 역할들도 다양한 직업군들이 생겨나겠죠. 그러면서 좀 동양하고는 좀 다른 구조를 띠는 것 같아요. 물론 동양이라고 해서 모두 다 똑같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중국의 남북 간의 관계가 좀 다르고요. 강수량이 중국의 북쪽과 남쪽이 다르기 때문에 가치관의 차이도 나타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집단을 우선시하느냐, 개인을 우선시하느냐 이 가치관의 차이가 밀농사 지역이냐 벼농사 지역으로 딱 나눠져요.


◇ 정관용> 딱 나눠지는군요. 주로 우리가 지금 유럽하고 극동아시아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를 비교하고 있는데 동남아시아 쪽은 우리보다 비가 훨씬 더 많이 오니까 그냥 기둥밖에 없는 집들, 워낙 또 더우니까. 금방 얘기가 돼요. 그럼 저쪽 서남아시아나 중동 이쪽은 또 열심히 설명을 해야 됩니까?


◆ 유현준> 거기는 비가 적게 내리니까 일단 지붕이 별로 중요하지 않죠. 그리고 구할 수 있는 건축 자재 자체가 진흙밖에 없기 때문에 강가에. 그걸로 벽돌을 구워서 벽을 쌓는 그럼 지붕은 평평한. 그런 최초의 도시의 모습들을 보면 다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그쪽에 농사는 주로 뭘 지었죠?


◆ 유현준> 농사는 그 당시에 보리도 쓰고 밀도 하고 이렇게 했는데 그 당시에 주요 방법은 사실은 물은 대개 풍부하고 강가에 비옥한 땅은 있으니까 관개수로를 이용을 해서 나일강가라든지 아니면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해서 그런 데서 농사를 했죠. 그러니까 농사짓기에는 되게 적합한 그런 것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어찌 보면 현대적 건축 공법이 나오기 전의 옛날 얘기인 거고. 요즘은 우리 땅이 무르다고 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돌로 못 세운다고 하는데 땅을 다 파서 콘크리트를 메워버리고 그 위에 콘크리트로 100층짜리 건물을 지으니 이런 그런 구분이 없어진 거 아니에요?


◆ 유현준> 없어졌죠. 그래서 모든 도시가 비슷한 모습을 띠는. 그래서 국제주의 양식이라고 합니다. 두바이의 모습이나 아니면 맨해튼의 모습이 거의 구분이 안 가는 똑같은 방식이잖아요.


◇ 정관용> 맞아요. 상하이 푸동지구도 그렇고.


◆ 유현준> 푸동지구도 뭐 방콕도 그렇고. 그것들이 어떻게 보면 인간의 힘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이런 기후적 제약이라든지 이런 걸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거죠. 그래서 사실은 그게 개성이 좀 없어지면서 문화가 단조로워지고 안 좋은 건 생물학적으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하나로 통일이 될 경우에는 어떤,


◇ 정관용> 다양성이 없어지는 거죠.


◆ 유현준> 그랬을 때 한 번에 다 망가질 수 있는. 그게 사실은 인류의 위기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늘은 기후, 강우량으로부터 건축, 인간의 삶의 습성 얘기까지 쭉 이야기를 펼쳐봤어요.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 고맙습니다.


◆ 유현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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