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짜리 건물인데 35층에서 불이 났다"…대피 요령은?
에어매트 5층 이하일 때…손으로 머리 감싸고 가운데로 뛰어야
10층까지는 완강기 대피, 사다리차는 30층까지 다다를 수 있어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 50층 이상 건물 35층에 있을 때 불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이럴땐 가장 가까운 피난안전구역을 찾으면 된다. 이곳에서는 최대 3시간까지 버틸 수 있으며 내부에는 마실 물과 방독면, 소화기 등이 구비돼 있다.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이후 고층 건물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망자 7명 중 5명은 연기에 의해 질식사했고 나머지 2명은 호텔 창문을 통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숨졌다. 전문가들은 층수별로 안전한 대피 수단을 택해 대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6일 소방청에 따르면 불이 났을 땐 무작정 대피하기보단 119에 전화해 몇 층에서 불이 났는지, 연기가 어느 정도 확산했는지를 먼저 파악한 뒤 안내에 따라 이동하는 게 안전하다. 연기는 위로 확산이 되기 때문에 자신이 있는 곳보다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위층인 옥상으로, 위층에서 불이 나면 1층으로 대피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피할 땐 젖은 수건으로 입·코를 막은 뒤 낮은 자세로 벽을 짚으며 이동해야 한다. 대피가 불가능할 땐 집 안 대피 공간이나 화장실로 들어가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막고 119에 구조 요청을 하는 게 안전하다.
에어매트는 5층 이하까지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에어매트는 5층 용, 10층 용, 20층 용이 있지만 고층에서 뛰어내릴 때는 부상 혹은 사망의 위험이 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도 5층 용까지 안전 인증을 내준다.
에어매트에 뛰어내리더라도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엉덩이부터, 최대한 한가운데를 향해 뛴다고 생각하고 뛰어내려야 한다. 또 에어매트에 다시 공기를 주입하는 데 20초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러 명이 뛰어내릴 땐 소방대원의 통제에 따라 한 명씩 간격을 두고 뛰어내려야 한다.
10층 이하에서 탈출한다면 완강기가 안전할 수 있다. 완강기는 창틀과 연결된 로프를 타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올 수 있는 장치로, 10층까지 설치하게 돼 있다. 다만 완강기가 설치돼 있더라도 위치나 이용 방법을 모르면 활용할 수 없어 훈련이 필요하다. 이번 부천 화재 때도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를 활용해 탈출한 투숙객은 없었다.
10층보다 더 높은 건물의 경우 사다리차를 이용한 탈출 방법이 있다. 이때 사다리차는 일반적으로 최대 30층 정도까지만 구조할 수 있고 건물과 일정한 간격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또 이번 화재 때처럼 사다리차가 출동하더라도 이미 주차된 차들 때문에 진출로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땐 '특별피난 계단'을 이용할 수 있다. 특별피난 계단은 일반 피난 계단과 달리 문이 달린 출입구에 전실(부속실)이 있어 압력으로 외부 공기와 연기를 차단할 수 있다. 현재 건축법 시행령 제35조에 따르면 특별피난 계단은 지상 11층 이상(공동주택 16층 이상) 또는 지하 3층 이하 건물에 적용된다.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30층마다 '불이 나도 일정 시간 버틸 수 있는' 피난 구역이 설치돼 있다. 2012년부터 의무화됐다.
예컨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서울 잠실 롯데타워(123층)는 22층, 40층, 60층, 83층, 102층에 각각 피난 구역이 있다. 이곳에서는 최대 3시간까지 버틸 수 있으며 내부에는 마실 물과 방독면, 소화기 등이 구비돼 있다고 한다. 피난 구역에는 불이 나도 운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원을 갖춘 직통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다. 일반적으로 불이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 되지만 '피난' 엘리베이터는 예외다.
이처럼 피난 방법이 있지만 막상 화재가 발생했을 땐 당황할 우려가 크므로 평소 정부, 지자체를 통한 홍보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에어매트 훈련법 등 보다 적극적으로 화재 대피 요령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설 기자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