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토스 인터넷은행 탈락시킨 '결정적 질문들'
키움과 토스의 준비 부족 드러낸 외평위의 송곳 질문…당국
"조건부 인가도 검토했지만 도저히…"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 관련 당정에 참석했다. 이날 당정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신청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모두 탈락한 것에 대해 추가 대책을 논의한다. /사진=뉴스1 |
무산된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법안을 통과시켜준 여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소집해 ‘정부의 의지 부족’을 질타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완화, 외부평가위원회를 통한 인가 심사 변경 등을 놓고선 작년 인터넷은행법 통과 당시의 논란이 재현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인터넷은행법의 취지 등을 감안하면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동반 탈락이 그만큼 충격적인 결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과 정치권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제3인터넷은행 무산의 근본 원인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준비 부족 탓이 컸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예비인가를 내주고 싶어도 줄 수 없을 만큼 수준 이하였다는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평위가 키움과 토스에 낙제점을 준 결정적 질문이 있었다. 알려진 것처럼 키움은 혁신성, 토스는 자본력이 약점이었다. 외평위는 당연히 이를 확인하는 질문을 던졌다.
키움은 외부평가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젠테이션(PT)에서 28개 주주사들과 협업해 자영업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내놨다. 외평위는 “기존 은행들도 아직 자영업자 특화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키움은 “28개 주주사의 고객을 다 합치면 1억명에 달하는데 이 정보를 가지고 신용평가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외평위가 다시 “신용정보법이 개정되지 않아 고객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지만 키움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0일 당정회의에서 “기초적인 준비조차 안 돼 있었다”고 말한 이유다.
PT에 실무자급을 내보냈던 키움과 달리 토스는 이승건 대표가 직접 나섰다. 이 대표는 회원 1000만명을 확보한 토스 플랫폼을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년여 만에 분기 흑자를 낸 카카오뱅크보다도 빨리 흑자 전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자본 확충 계획은 오히려 키움보다 공격적이었다. 키움이 ‘출범시 3000억원, 2023년까지 1조원’이었던 반면 토스는 ‘2022년까지 1조2500억원 달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토스도 외평위의 송곳 질문에서 막혔다. 한 외평위원이 “토스의 주주들은 상당수가 벤처캐피탈이고 매각 차익이 목표인데 이들의 지분 매각시 계획은 뭔가”라고 묻자 토스가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한 것. 금융당국은 “주주구성과 자본확충의 플랜B가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키움과 토스 모두 외평위 심사 결과 점수가 합격선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토스가 키움보다 더 높았지만 토스는 은행업의 기본인 자본조달력에서 낙제점이었다. 금융당국은 혁신성 부족을 지적받은 키움에 대해선 조건부 예비인가를 내주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점수가 더 낮은 키움만 인가를 내줄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포기했다. ‘인가 불허’가 아니라 ‘재심사’의 기회를 주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키움과 토스’만 기회를 얻게 되고 혹시 모를 새로운 신청자의 출현은 원천봉쇄된다는 게 문제였다. ‘불허’하고 다시 하자는 결론은 그렇게 나왔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예비인가 신청 접수 후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의 혁신성과 토스의 자본력은 신청 단계에서부터 예상됐던 약점이었던 만큼 보완을 유도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 금융당국은 4월 시행된 금융샌드박스 심사에선 신청자들에게 취약한 부분을 알려주고 개선하도록 해 가급적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30일 당정회의에서 “3분기 추가 인가 때에는 적극적으로 컨설팅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