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암 전문가의 조언 5가지
암 이겨내는 사람들의 특징
"똑같이 암을 제거해도, 왜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을까?"
암 수술에 있어 재수술이 없을 정도로 탁월한 외과 전문의이자 소화기 내시경 전문의 이병욱 박사는 총 30년 동안 암과 대면해왔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이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가 의사로서 수술대에 서면 설수록 깨달은 것은, 암은 수술이나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로 열심히 치료한다고 낫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암은 육체만의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에서는 암을 물러나게 해도 마음에서 암을 버리지 못하면 결국 모든 치료가 물거품이 되는 경우를 수 없이 목격한 후 얻은 그의 결론이다.
그는 암과 환자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동안 쌓아온 수많은 의학적 견해, 신체적·정신적 치료법까지 총 정리해 저서 <나는 삶을 고치는 암의사입니다>에 담았다.
암을 고치는 왕도는 없으나 정석은 있다고 믿는 그의 조언들을 살펴보자.
1. 암만 보지 말고 몸 전체를 보라
암세포는 특이하게도 처음 생긴 곳과 전혀 다른 곳으로 선발대를 먼저 보내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크기가 1~2mm만 되어도 이런 전이 능력을 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박사는 암치료는 1기~4기로 분류되는 것과 검사수치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전한다. 위암이라고 해서 위에만 한정적이지 않고, 유방암이라고 해서 유방에만 암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을 치료할 때 중요한 것은 암만 보는 것이 몸 전체를 보는 것이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몸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 암세포에 대항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로 치료하면 그뿐, 다음해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다시 걸리기 마련인데, 대신 그 전에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길러 두면 이겨낼 수 있다는 이치와 같다.
2.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자
먹고 자고 배설하고 걷는 정도만 되도 치료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삶의 질을 누릴 때 사람은 절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의 사이즈가 작아지는 것이 곧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삶의 질을 우선시해서 면역치료를 하다 보면 암 사이즈는 줄어들 수 있지만, 암의 사이즈를 줄이기 위해 처치를 하다 보면 삶의 질은 망가져 죽음을 재촉하는 결과가 나온 경우가 많았다.
경우에 따라서 '여생을 얼마나 어떻게 편하게 보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더 나은 결과가 기다릴 수 있다. 살아 있는 한 스스로 먹고, 마시고, 대화하고, 걷고, 푹 자는 그런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
3. 마음이 무너지면 몸 전체가 무너진다
"정신적인 암에서 벗어나야 암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환자들을 볼 때마다 그가 꼬박꼬박 했던 말이라고 한다. 마음을 지키지 못하면 삶의 열정을 잃어버린다. 죽음 직전까지 사람은 전혀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가 기억하는 한 환자는 유방암이 척추와 폐로 전이 되었지만 병원을 올 때마다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늘 웃으며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었고 손수 만든 화전과 떡을 챙겨오기도 했다.
나중에는 항암치료를 권유받는 것이 스트레스라며 병원을 나와 필요할 때 입원할 수 있는 면역 치료만 받으며 암과의 '동거'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병원에서는 몇 달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그 후로도 7년 간 면역치료를 하며 암을 잘 다스리다 떠나셨다고 한다. 하루하루를 선물로 받아드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내신 결과였다. 암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마음을 지키는 것이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귀중한 사례다.
4. 무엇보다 의지적으로 먹어야 한다
암은 소모성 질환이다.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병이라는 뜻이다. 먹어야 산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암 환자야말로 이 말이 더욱 절실하다. 그리고 항암제를 할 때는 특히 더 그렇다.
암에 가장 나쁜 것은 편식과 금식이다. 경우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금식을 시킬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잘 먹어야 한다. "음식을 입에 달고 사세요." 이렇게 말할 정도로 하루 종일 먹는 게 좋다. 음식 공급이 1순위이기 때문이다. 소화가 안되면 소화가 될만한 음식으로 많이 먹자.
5. 처음 간절했던 마음을 잊지 말자
죽을 만한 나이란 없다. 이만하면 살 만큼 살았다는 나이도 없다. 그렇기에 하루하루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생각할 만큼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쯤이야 과식해도 되겠지’ ‘한번쯤은 밤을 세워도 되겠지’ 같은 일들이 반복해 일어나다 보면 몸의 균형은 금방 깨진다. 술과 담배는 안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을 하거나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돌아간다면 재발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첫사랑을 잊을 수 없는 것처럼 처음 암에 걸렸을 당시 살고 싶었던 희망을 기억하면서 살자. 그때 느낀 공포와 좌절을 지나치게 곱씹을 필요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노력을 잊어서는 안된다. 건강을 찾았다면 상태를 유지시키는 노력이 또 동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