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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마음건강 길

"암이 걱정된다면 커피를 권하지 않습니다"

'태초 먹거리 학교' 이계호 박사 이야기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계호 박사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계호 박사     /연합뉴스

"태초 먹거리 학교에서는 암 환우가 하루에 커피 한 잔 먹어도 되는지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양이 적더라도 발암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나로서는 암 환우에게 한 잔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태초 먹거리 학교를 운영하는 이계호(70) 박사는 지난 20년간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먹거리를 분석해본 사람이다.


미국의 오리건 주립대학교에서 분석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충남대 화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2000년에 벤처기업인 한국분석기술연구소를 설립, 먹거리 분석을 해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 발암물질(아크릴 아마이드, 벤조피렌)이 생긴다"면서 "한국의 대부분 커피 업자는 시판하고 있는 커피에 발암물질이 어느 정도 들어있는지 자체적으로 체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박사는 "암 환우가 아닌 일반 사람의 경우 하루에 1∼2잔 정도의 커피를 마셔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그 이상으로 많이 마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커피에 포함된 발암물질은 시리얼, 과자, 감자튀김 등에도 많이 들어있어 그 축적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쏟는 것은 그동안 순탄치 않은 삶과 관련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곡상을 하던 아버지가 파산하자 그는 학교를 중퇴하고 자동차 세차장에서 돈을 벌었다. 3명의 동생과 할아버지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과외 강사, 포장마차 운영자, 통기타 가수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뒤늦게 학업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학비와 생활비가 들어가지 않는 미국의 대학교 화학과에 가서 5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충남대 교수로서 안정적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생이었던 그의 딸이 22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3년 후인 25세에 온몸에 전이돼 숨지자 충격과 절망에 빠졌다.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이후 그는 암 환우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먹거리 건강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0년에는 충북 옥천과 대전에서 수강료를 받지 않는 태초 먹거리 학교를 열었다.

이계호 박사가 세운 '태초 먹거리 학교'의 모습     /이계호 박사 제공, 연합뉴스 사진

이계호 박사가 세운 '태초 먹거리 학교'의 모습     /이계호 박사 제공, 연합뉴스 사진

-- 평소에 술은 마시나.


▲ 우리 집안 사람들은 술이 몸에 안 맞는다. 나는 술을 마시면 힘들고 괴롭다. 우리 아들도 술을 못 마신다.

어린시절 이계호 박사와 어머니  /이계호 박사 제공, 연합뉴스 사진

어린시절 이계호 박사와 어머니  /이계호 박사 제공, 연합뉴스 사진

-- 운동은 하나.


▲ 아내와 나는 대전 아파트 주변의 갑천을 매일 1∼2시간씩 걷는다. 젊은 시절에는 테니스를 좋아했다. 미국에 건너간 1982년부터 테니스를 시작했고, 귀국해서는 충남대 교수 대표로 전국 교수 테니스대회에 나가 우승한 적도 있다. 나의 기본적인 체력은 테니스에서 나왔다. 지금은 테니스를 거의 못 하고 있다.


-- 본인의 평소 식단은


▲ 소식한다. 아침과 점심은 먹지만 저녁은 간단히 해결한다. 아침은 발효 콩을 먹은 뒤 현미 쑥떡, 샐러드 한 접시, 계란 하나, 사과 한 쪽을 먹는다. 점심 메뉴도 비슷한데 현미 잡곡밥, 고등어조림, 대구탕 같은 것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저녁은 쑥떡 하나, 과일 하나 정도로 가볍게 먹는다.


-- 하루에 한 끼 먹는 사람도 있는데.


▲ 하루에 세 끼, 두 끼, 한 끼라는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전체 열량과 영양소가 어떻게 되는지, 균형은 잡혀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두 끼로 나누든, 세끼로 나누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 혈당 상승이 걱정돼 탄수화물을 안 먹는 사람도 있는데.


▲ 서양 사람들의 경우 고기만 먹지 않는다. 탄수화물인 빵을 곁들인다. 에스키모인들은 고기만 먹는데, 그들의 수명은 짧다. 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균형 있게 먹으라고 권한다. 혈당 상승이 걱정되면 혈당 지수(GI)가 낮은 탄수화물을 먹으면 된다. 단 것이 당긴다면 올리고당을 추천한다. 달지만 혈당을 적게 올린다.


--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을 하나.


▲ 오후 11시쯤 잠자리에 들고 오전 6시께 일어난다. 젊었을 때는 밤늦게까지 공부하곤 했지만, 이제는 밤 12시 이전에 잠이 온다. 아침에 일어나면 소금물로 양치질을 한 다음에 소금물로 가글(입가심)을 하고, 소금물 200㎖ 정도를 마신다.


-- 아침부터 소금물을 왜 먹나.


▲ 나의 식단대로라면 소금 섭취량이 적기 때문이다. 나는 찌개류, 국 등 짠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 본인이 세운 한국분석기술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나.


▲ 처음에는 반도체나 신소재 같은 물질을 분석했다. 이제는 농림수산부나 식약처 등 정부 기관과 일반 기업체 등이 의뢰하는 것을 분석한다. 요즘은 사람이 먹는 식품 등이 주요 분석 대상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람의 먹거리, 대형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1차 농축수산물과 2차 가공식품을 많이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먹거리 문제가 무엇인지 눈에 보인다.


-- 커피도 분석했나.


▲ 한국에서 팔리는 많은 상업용 커피를 3년간 분석했다. 캔 커피, 커피믹스뿐 아니라 지역의 유명 브랜드 커피까지 분석했다. 정부 연구기관이 의뢰했던 과제였다.


-- 그 결과는.


▲ 조금은 의아했다. 먹거리에 유난히 민감한 한국 사람들이 커피의 발암 물질에 둔감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커피 발암물질 문제는 미국에서 먼저 이슈화됐다. 2018년 3월 30일 캘리포니아에 있는 고등법원이 이 주에 있는 90개의 커피 프랜차이즈 수천개 매장에 담배와 같이 발암물질 경고문을 붙이라고 판결했다.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일상 속 다양한 형태로 자리잡은 커피      /연합뉴스

-- 커피를 마시면 암에 걸리니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


▲ 건강한 사람은 하루에 1∼2잔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 많이 마시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커피를 많이 마신다. 하루에 3∼4잔 먹는 사람도 많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많이 마신다.

-- 암 환우에게 커피는 안 좋은가.


▲ 태초 먹거리 학교에서는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셔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암 환우들이 많다. 무척이나 커피가 당기는 환우들이 그런 질문을 한다. 나는 그들에게 걱정 없이 한잔 정도 마시라고 말하지 못한다. 물론,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커피의 발암물질이 권장치 이상으로 높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소량이더라도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암 환우에게 마셔도 된다고 하겠는가. 로스팅이 잘돼서 발암물질이 없다면 한잔 정도 마시라고 권할 것이다. 커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고, 건강에 좋은 폴리페놀 등 주요성분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 세계적으로는 커피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가.


▲ 현재는 커피에 발암물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적은 양이어서 먹어도 좋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 문제는 원래 커피에는 발암 물질이 없는데, 볶는 과정에 따라서는 발암물질이 무척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 커피가 발암물질 2그룹이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 1그룹은 동물과 사람에 각각 실험해서 발암물질이 확인된 것을 말한다. 벤조피렌이 여기에 속한다. 2그룹은 동물에게는 발암물질로 입증됐지만 사람에게는 실험 중인 상태다. 이는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된다. 아크릴 아마이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커피를 강하게 볶으면 벤조피렌이, 약하게 볶으면 아크릴 아마이드가 생성된다.


-- 로스팅을 잘하면 발암물질을 피할 수 있나.


▲ 그렇다. 나는 6년째 커피 로스팅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를 위해 고가의 로스팅 기계들도 구입했다. 그 결과,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도 발암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로스팅 방법을 개발했다.

-- 그 방법을 커피 업체들은 모르나.


▲ 커피 사업자 수십명을 만났지만, 발암물질을 최소화하는 데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어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사장은 나를 만난 뒤 점장들과 논의했는데, 많은 점장이 반대했다고 한다. 다른 업체 매장이 발암물질을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자신들이 먼저 발암물질 최소화 선언을 하면 손해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 당국이 커피 발암물질을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지난 2020년 10월 한국의 식약처는 커피의 발암물질이 0.8㎎/㎏ 이하가 되도록 하는 권장치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의 기준치인 0.4㎎/㎏의 두배가 되는 수준이다. 아크릴 아마이드라는 발암물질은 커피뿐 아니라 시리얼과 감자튀김, 과자 등에도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식약처는 그 양을 줄여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 이 규제는 잘 이행되고 있나.


▲ 2020년 당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커피 업계가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업계 자율로 관리토록 권장했다. 그 결과, 업계 스스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업체들이 이 기준치를 충족하도록 조처해야 한다. 커피 업체들도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커피 업자들이 로스팅 과정에 무신경한 이유는.


▲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식품업자들의 최우선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다.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워낙 많은 커피가 소비되기에 이제는 시민들 건강도 고려해야 한다. 작년에 한국으로 수입된 생커피콩(생두)은 1조7천억원(13억달러)어치이고,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2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업자들은 수입의 아주 적은 부분을 로스팅 과정에 투자해 소비자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계호 박사     /연합뉴스

이계호 박사     /연합뉴스

-- 커피 생두에서 곰팡이가 발견된 적도 있는데.


▲ 유명 프랜차이즈 대기업이 수입한 생두에서 곰팡이 독소가 발견된 적이 있다. 올해 2월에 일어난 일이다. 커피 곰팡이 독소는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습기에 노출돼 생긴다. 간암을 일으키는 물질이어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 여고생이 유방암에 걸리는 일도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 유방암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여성 호르몬의 과다분비다. 여성호르몬은 50세의 갱년기가 되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계속 많이 나오면 여성 암의 원인이 된다. 미국에서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40세 이하가 10∼15%에 불과한데, 한국에서는 젊은 층의 유방암 환자가 매우 많다. 젊은 시절에 여성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된다는 뜻이다.


-- 왜 여성 호르몬이 많이 나오나.


▲ 한국의 간식 문화가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한국 여성들이 많이 먹는 간식은 고지방과 고단백이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해서 30대에 결혼할 때까지 기름에 튀긴 음식을 많이 먹는다.


-- 왜 기름에 튀긴 음식을 좋아하나.


▲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도 호떡인데, 기름에 튀기는 경우가 많다. 주인의 입장에서도 쉽게 구울 수 있으니 편리하다. 기름에 튀기지 않으면 여러 번 뒤집으면서 구워야 하니 손이 많이 간다. 일반 빵도 기름에 튀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빵을 좋아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튀김 기름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사용해서 산패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산패는 기름이 오랫동안 공기에 노출돼 산성이 되어 불쾌한 냄새가 나고, 맛이 떨어지고, 빛깔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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