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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 ‘백종원 거리’에서 백종원 식당이 모두 사라진 까닭은..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여러 TV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사랑을 받고 있는 백종원은 ‘홍콩반점‘,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등의 외식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업가이자 요리연구가이기도 하다. 최근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골목 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백종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자기 이름을 내건 골목은 낭패를 보고 있다.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논현동 먹자골목은 그의 프랜차이즈들이 19개나 몰려있어 ‘백종원 거리‘라 불리곤 했다. 그러나 최근 ‘백종원 거리‘는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정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시장 인근에는 ‘백종원 거리‘가 있다. 백종원 거리는 영동시장의 먹자골목에 백종원의 외식 브랜드의 1호점들이 19개나 입점해 있어 붙은 별칭이다. 가장 인기 있는 식당으로는 ‘백종원의 원조 쌈밥집‘, ‘한신포차‘, ‘백가구내식당‘, ‘빽다방‘, ‘한국본갈비‘ 등이 있다. 이곳은 백종원 식당들 외에도 다양한 맛집과 술집들이 즐비해 있어 24시간 내내 활기를 잃지 않는 곳으로 유명했다.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얻은 이미지 덕에, 소비자들은 백종원 식당들을 ‘검증된 맛‘으로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젊은 층 고객은 물론 중장년층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대중적인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저렴한 가격 등의 강점으로 백종원의 많은 외식 브랜드들이 성공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영동시장 먹자골목은 더본코리아의 신규 브랜드가 론칭될 때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마켓의 역할과도 같은 곳이었다. 이러한 백종원 식당들이 줄줄이 입점해 있는 백종원 거리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더본코리아 운영 직영점 철 수 수순 밟아

백종원 거리에 있는 19개의 백종원 식당들은 모두 더본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직영점이다. 이 점포들은 한신포차와 인생설렁탕 등 몇 가지 점포를 남겨두고 대부분 철수의 수순을 밟았다. 더본코리아는 이미 2019년, “2년 전부터 논현동에 위치한 매장들을 순차적으로 철수시키고 있다”며 “2곳 정도의 가맹점만 남길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종원 거리라는 별칭의 의미가 사라진 현 상황에, 강남구는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백종원 거리를 지역의 관광특구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백종원 식당들은 실제로 코로나 이전에 해외에서 ‘외식 문화 연수단’ 등의 단체들이 60-70명씩 방문하여 가게들을 방문하는 등 중국인·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백종원의 원조쌈밥집은 매출의 30%가 일본인 관광객이라니 말 다 했다. 강남구는 하나의 관광 자원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임대료 상승 을지로도 마찬가지

상황의 원인은 바로 ‘임대료 상승‘이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가파르게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이야기하며 “지난 5년간 백종원 거리 내 임대료가 3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영동시장 먹자골목 인근은 한 번에 임대료가 10%씩이나 상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상황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상업용 건물의 임대료가 상승하게 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임차인이 퇴출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논현동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큰 규모의 상권은 당연히 임대료 상승의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는 지역이다.

논현동 먹자골목 외에 대표적인 서울의 젠트리케이션 사례를 하나 살펴보면, 을지로가 있다. 을지로는 예전부터 여러 산업들이 공존해 온 그야말로 ‘삶의 현장‘과도 같은 동네였다. 그러나 레트로 감성의 열풍으로 소비자들은 을지로 특유의 분위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을지로는 ‘힙지로‘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또 하나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많은 식당과 카페가 생겨나면서 을지로 일대의 임대료는 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오르기 시작했고 생계를 위해 원래부터 을지로에 자리 잡고 있던 상인들은 어쩔 수 없이 내몰리게 되었다.

백종원 식당이 줄줄이 철수된 상황에 대해 여러 부동산 관계자들과 인근의 상인들은 주식으로 비유하면 더본코리아는 상투에 팔고 나간 셈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올라가는 임대료에 더해 최저임금 인상까지, 권리금을 손해 보면서까지 백종원 거리에서 철수하고자 하는 상인들도 속출하는 상황에 웬만해서는 운영의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가 힘들 것이다.


임대료 상승은 큰 외식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백종원마저도 피해 갈 수 없었던 문제였나 보다. 영동시장 먹자골목은 전과 같이 다양한 백종원 식당들을 찾아볼 수 없어 많은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자신의 가게를 철수시켰을 수많은 소상공인들의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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