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감상하는 목포 유달산~고하도…신선놀음이 따로 없네
겨울N남쪽여행
판옥선 전망대서 이순신 정기 `뭉클`
목포항 반추하며 대추차 한잔 `일품`
기름기 좔좔 민어회·쑥굴레떡 `군침`
목포 해상케이블카. [사진 제공 = 목포시] |
둥실 떠오른다. 잠시 출렁이더니 이내 잔잔한 바다 위를 나아가듯 순항한다. 저 멀리 구름이 흐르고, 발밑으로는 나무가 흔들린다. 아 웬걸, 바다가 아니라 하늘이다. '맛있는 항구도시' 목포에 지난 9월 시원한 하늘길이 열렸다. 유달산과 목포 앞바다, 고하도에 이르는 3.23㎞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다. 산해진미와 풍경이 모여 낭만 항구도시가 완성됐다. 입에 더해 눈까지 더욱 즐거워졌다.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 북적북적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북항~유달산~고하도에 이른다. 편도로도 티켓을 살 수 있고, 왕복으로도 끊을 수 있다. 하루 평균 6000명가량이 탑승해 9월 개장한 이후 누적 승선 인원이 40만명을 훌쩍 넘었다. 가격은 바닥이 유리인 크리스탈케빈이 성인 기준 2만7000원, 일반케빈이 2만2000원이다. 목포시민은 4000원 할인받는다.
왕복으로는 40분가량 산과 바다와 도심 풍경까지 즐길 수 있는데, 스테이션에 내려서 거닐 수 있는 것이 포인트다. 목포의 명물 유달산에서 내릴지 말지는 선택이다. 일등바위와 이등바위를 위시한 기암괴석을 감상하고 다시 탈 수 있는데 길이 다소 가파르다. 고하도 스테이션에서는 내렸다가 타야 한다.
섬 북쪽에 위치한 스테이션에서 내리면 멀리 남쪽으로 신기한 건물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배를 겹친 모양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함선이 남아있사오니…' 바로 그 충무공 이순신의 판옥선이다. 근데 왜 13척일까? 일설에 따르면 멀리 배 한 척이 더 있었다고 한다.
판옥선 전망대가 이순신 마케팅에 근거 없이 동참한 건 아니다. 충무공 이순신은 명량대첩에서 승리를 거두고 106일 동안 고하도에 머무르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지금의 목표대교 근방을 지나는 배들에 해협통행세를 걷어 함선 제조와 수군 양성에 활용했다.
고하도 옆 데크 산책길. |
판옥선 전망대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어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야 하는데, 오르다 보면 '끝까지 올라간 보람을 느끼게 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벽에 적혀 있다. 층마다 목포의 역사와 먹거리, 볼거리를 소개한 전시물을 찬찬히 보면서 옥상으로 오르면 정말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고하도와 유달산, 바다, 그리고 하늘을 수놓은 케이블카를 눈에 담을 수 있다.
고하도 옆으로 조성된 데크를 따라 걷는 것도 묘미다. 길 중간에 이순신 동상이 맞아주고, 최북단에는 황금빛 용머리 상과 목포대교를 만날 수 있다. 밤이 되면 테크와 목포대교에 불을 밝혀 야경도 압권이다. 느릿느릿 천천히 걸으면 왕복으로 40분 정도 걸린다.
'호텔 델루나' '1987' 촬영지 등 볼거리
요즘 목포 근대역사관이 붐빈다.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사진촬영 명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11월 중순 평일에도 어김없이 인파가 가득했다. 코롬방제과를 들고 있는 여대생 5명이 외관 인증샷만 찍고 케이블카를 타러갔는데, 그러기엔 건물에 남은 상흔이 아른거린다. 브라운관에 호텔로 등장했으나 이 건물은 1900년 12월 일본영사관으로 지어져 광복 이후에는 목포시청, 시립도서관, 문화원으로 사용되다가 2014년부터 근대역사관 1관으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목포의 영광과 상처가 서려 있는 유산이다.
건물 창문 위에 하얗고 동그란 문양은 전범기를 형상화한 것이다. 건물 뒤쪽에는 총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한국전쟁의 상처를 증명했다.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목포의 시작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대역사의 모든 것을 전시해놓았다. 역사관의 입장료는 1000원이다.
목포 바닥에서 인증샷 명소의 원조는 유달산 남쪽 자락 시화골목길 초입 연희네슈퍼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1987에서 김태리의 집으로 등장했다. 여전히 인기인데, 이 주변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한 풍경도 이목을 끈다. 최근에는 '롱 리브 더 킹:목포영웅'도 시화골목길에서 촬영했다. 영화는 빛을 못 봤지만 배경만큼은 작품상을 줘도 될 만큼 탁월하다.
벽에 적힌 이 동네 아낙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삶의 고단함이 느껴져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나 소개하자면 이렇다. "신랑 얼굴도 안 보고 시집 와서 봉께 / 솥단지 한 개 / 고단스(서랍장) 한 개 / 도로 도망 갈려구 / 엎풀쳐 눌러 부려서 / 말도 못하게 불쌍하게 / 살았지라" 제목은 '결혼생활'이고 지은이는 진화순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목포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즈넉한 카페 월당에서 마시는 팔팔 끊인 대추차가 일품이다.
목포 9미, 쑥굴레떡 등 먹거리도
목포는 맛있는 항구다. 먹거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쌀쌀한 겨울이 성큼 다가오니 뜨거운 국물이 당긴다. 목포 9미 중 하나인 우럭간국이 제격이다. 만드는 과정이 독특하다. 우선 우럭을 말리고, 푹 삶는다. 국물에 바다 맛 그대로 우려져 나온 뽀얀 국물이 진국이다. 우럭은 질기지 않으면서 흐물흐물하지도 않아서 씹는 재미도 좋다. 민어회는 기름기가 좔좔 넘쳐흐르는데 담백하다. 소량뿐인 부레 부위도 별미이고, 껍질도 오돌토돌 감칠맛이 있다. 여기에 뱃살 지느러미까지 내어놓는 게 목포 민어회의 특징이다.
꽃게무침도 밥도둑이다. 살이 꽉 들어찬 꽃게를 빨간 양념에 버무려 꽃게의 단맛과 양념의 매콤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갈치젓갈도 톡 쏘는 맛으로 이렇게 외치게 만든다. "여기, 밥 한 공기 더 주세요"
마지막으로 쑥굴레떡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쑥떡 바깥에 앙금이 덕지덕지 묻어있는데, 조청 소스를 찍어 한입에 털어넣으면 엔도르핀이 돈다.
목포 =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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