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100대만 팔아도…한국車도 드디어, 제네시스 1호 오픈카 태동? [세상만車]
국산 오픈카, 때가 무르익었다
제네시스, 콘셉트카 2종 공개
100대 소량생산 가능성 있어
![]()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위)과 엑스 그란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편집=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때가 됐습니다. 결심만 남았습니다. 아니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죠. 국산 1호 오픈카(Open Car, 컨버터블) 얘기입니다.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국산차 브랜드 최초로 오픈카에 대한 야망과 열정을 이미 보여줬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과시했습니다.
제네시스는 지난 4일 킨텍스(경기도 고양)에서 개막한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오픈카 야심작 ‘엑스 그란 컨버터블 콘셉트(X Gran Convertible Concept)’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앞서 지난 2022년 1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서 ‘엑스 컨버터블’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뒤 이듬해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했죠.
제네시스, 2023년 ‘오픈카 대망’ 표출
![]() 2023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된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오픈카를 향한 제네시스의 열망을 처음 보여준 엑스 컨버터블은 개발 방향성을 보여주는 콘셉트카이지만 양산차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붕이 여닫히는 컨버터블 특성을 활용해 ‘자연환경과 교감하는 운전 경험’이라는 제네시스의 전기차 디자인 방향성을 담았습니다.
한국의 미와 정서를 담은 컬러도 사용했습니다. 외장 컬러에는 신성하고 기품 있는 두루미의 자태에서 영감을 얻은 펄이 들어간 흰색 계열의 ‘크레인 화이트’를 칠했습니다.
실내도 한국 전통 가옥의 지붕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 두 가지를 적용했습니다. ‘기와 네이비’는 전통 가옥의 기와에서 영감을 얻은 색상이죠.
‘단청 오렌지’는 한국 전통 목조 건물에 무늬를 그려 넣는 채색기법인 단청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 2022년 세계 최초로 공개된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편집=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제네시스 디자인 언어 ‘역동적인 우아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컨버터블답게 하드톱 문루프 등으로 개방감을 향상했습니다.
문루프는 컨버터블의 하드톱이 열리지 않더라도 차 내부로 햇빛이나 달빛이 들어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천장의 유리 패널입니다.
긴 보닛과 짧은 프런트 오버행(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 긴 휠베이스로 품격 높은 외관을 추구했습니다.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에 대한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오면 대박”, “벤틀리 오픈카만큼 멋지다” 등 안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자동차 디자인 메카’이자 ‘슈퍼 오픈카 고향’ 이탈리아에서도 이름을 날렸습니다.
2023년에는 이탈리아 자동차 및 산업디자인 전문지인 오토 앤드 디자인이 주최한 ‘카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올해의 콘셉트카’로 선정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과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콘셉트카가 공개되고, 호평이 이어지자 진짜 개발될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나돌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26년 양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죠. 하지만 아쉽게도 진짜 소문으로 그쳤습니다.
콘셉트카? 양산차 뺨치는 완성도 갖춰
![]() 2025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제네시스 엑스 그란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 |
제네시스는 2년 뒤 ‘오픈카 출시 열망’에 불을 다시 지폈습니다.
제네시스가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엑스 그란 컨버터블’은 플래그십 세단인 G90를 기반으로 완성된 럭셔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2도어 콘셉트 모델입니다.
제네시스가 지난 10년간 축적해온 디자인 자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는 새로운 럭셔리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엑스 그란 컨버터블은 엑스 컨버터블처럼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 ‘역동적인 우아함’을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기존 제네시스와 달리 새롭게 해석한 전면부의 두 줄 그래픽, 낮게 깔린 캐빈과 루프라인, 매끄러운 실루엣을 통해 플래그십다운 존재감과 조형미를 동시에 추구했습니다.
![]() 2025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엑스 그란 컨버터블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전면부에는 두 줄 헤드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이 적용돼 제네시스 고유의 정체성을 계승했습니다.
그릴 내부에는 금속 끈을 엮은 듯한 다이아몬드 패턴의 3D 메시가 적용돼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완성했죠.
측면부는 길게 뻗은 보닛과 넓게 부풀린 펜더로 차체의 볼륨감을 강조했습니다.
벨트라인을 후면부까지 연장해 소프트탑 루프와 차체를 분리하고, 부드럽게 솟아오르는 리어 캐릭터 라인을 더해 유려하고 우아한 비례감을 강조했습니다.
차량 표면 안쪽에 숨겨져 있다가 필요할 때 돌출되는 히든 타입 후방 카메라, 손동작만으로 트렁크를 개폐할 수 있는 제스처 인식 방식을 채택하는 등 기술적 디테일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외관에는 각각의 콘셉트에 맞춰 지중해의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컬러를 적용했습니다.
고급 와인용 포도를 연상시키는 푸른빛의 천연가죽으로 실내를 가득 채우고, 특유의 광택을 지닌 유칼립투스 원목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했습니다.
엑스 그란 컨버터블은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그 모습 그대로 양산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납니다.
국산 오픈카, 콘셉트카·쇼카는 있다
![]() 오픈카 자료 사진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여기서 궁금증 하나.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차 브랜드는 그동안 왜 오픈카를 만들지 못했을까요. 아니 왜 안 만들었을까요.
국내에서 1년 동안 판매되는 오픈카는 4000대 안팎입니다. 적다고 적고 많다면 많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현황을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오픈카는 4649대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신차 판매대수가 4.5% 감소했지만 오픈카는 16.3% 증가했죠. 오픈카 전단계로 볼 수 있는 쿠페도 판매대수가 41.3% 늘었습니다.
자동차 시장을 양분한 세단과 SUV보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차종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국산 오픈 콘셉트카 [사진출처=매경DB] |
지난해 판매된 오픈카 중 국산차는 없습니다. 중고차 시장에 쌍용차 칼리스타, 한국지엠 G2X, 기아 엘란이 간혹 매물로 나오지만 모두 국산차는 아닙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입차죠.
콘셉트카는 있습니다. 기아 쏘울을 기반으로 만든 쏘울스터, 현대차 투스카니 컨버터블, 기아 익씨드, 쌍용차(KG모빌리티) 라오켄 등입니다.
행사나 의전용으로 사용하는 쇼카도 있습니다. 현대차 벨로스터 오픈카와 에쿠스 리무진 오픈카죠. 모두 기존 모델의 뚜껑을 잘라냈을 뿐입니다.
세단·쿠페 뚜껑 따기 정말 어렵네
![]() 국내 판매됐던 오픈카. 자료 사진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오픈카는 쇼카처럼 세단이나 쿠페의 뚜껑을 잘라내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뚜껑을 따면 오픈카는 될 수 있지만 판매할 수는 없습니다. 안전하지 않아서죠. 도로를 달릴 수도 없습니다. 행사나 의전 등 특수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이유입니다.
판매용 오픈카는 베이스 모델이 되는 세단이나 쿠페보다 더 복잡한 설계·제작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설계 단계부터 오픈카로 만들 것을 상정한 뒤 세단과 별도로 개발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세단과 달리 B필러(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 중 앞문과 뒷문 사이에 위치), C필러(뒷문과 뒤 유리창 사이의 기둥), 지붕이 없어서죠.
기존 세단이나 쿠페의 지붕을 잘라내면 강성이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A필러(앞 유리창과 앞문 사이의 비스듬한 기둥)만으로 차에 가해지는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강성을 높여야 하죠.
보강재를 추가하고, 충돌·전복 사고 때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따로 갖춰야 합니다. 차량 성능과 연비에 영향을 주는 무게가 더 나가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톱을 여닫을 수 있는 기술력도 있어야 합니다. 소프트 톱의 경우 전문업체에 맡겨야 합니다.
소프트 톱 설계 능력, 직물 제작 능력을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 2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겠죠. 세단·쿠페와 디자인만 비슷할 뿐 완전히 새로운 차입니다.
![]()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 출품된 포르쉐 911 카레라 GTS 카브리올레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문제는 더 있습니다. 제작 기술력을 갖췄다고 양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시장성이 있어야 합니다. 오픈카는 열어둔 지붕을 보관할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탑승·적재 공간이 좁아집니다. 실용적이지는 않습니다.
복잡한 설계·제작 과정 때문에 가격도 비쌉니다. 일반적으로 베이스 모델이 된 세단이나 쿠페보다 500만~2000만원 비싼 값에 판매됩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모델별 가격표에 따르면 미니(MINI) 쿠퍼S는 4810만원, 미니 쿠퍼S 컨버터블은 5370만원입니다. 560만원 차이나죠.
BMW 420의 경우 컨버터블이 쿠페보다 580만원 비싼 7800만원에 판매됩니다. 포드 머스탱 GT 가격도 컨버터블이 쿠페보다 600만원 높게 형성됐죠.
수입차 시장에서 인기높은 벤츠 E클래스도 마찬가지로 오픈카 모델이 비쌉니다. 벤츠 E450은 9850만원, E450 카브리올레(컨버터블)는 1억1470만원으로 1620만원 차이납니다.
포르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오픈카 모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4 GTS는 2억41900만원으로 일반형보다 1580만원 비싼 값에 팔립니다.
전문업체와 협업, 소량생산한다면
![]() 양산차로 바로 나와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엑스 그란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 |
현재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차 브랜드가 오픈카를 출시하지 않은 이유는 능력이 없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국산차 브랜드들은 오픈카의 베이스 모델이 되는 세단·쿠페 제작 기술과 강성 보완 기술에서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픈카 중 가장 어려운 톱 설계는 대다수 수입차 브랜드들처럼 전문업체에 맡기면 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내놓을 수 있죠.
오픈카는 설계·제작·품질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성이 적은 차종입니다. 국내에서 오픈카가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도 수익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못 만들었던 게 아니라 안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오픈카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 판매해도 손해보지 않을 자신이 있는 프리미엄·력셔리 브랜드의 전유물이 된 이유죠. 글로벌 브랜드들도 오픈카 모델을 내놨다고 모두 한국에 판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오픈카 시장 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죠.
다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같은 디자인의 세단 이미지도 함께 끌어올리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선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산차업계는 이제는 국산 1호 오픈카가 나올 때가 됐다고 전망합니다.
제네시스 브랜드 위상이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죠. 2015년 현대차에서 독립한 뒤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 존재감을 강화한 효과입니다.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 대부분이 쿠페와 오픈카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개발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 영화 ‘쇼생크탈출’의 오픈카 명장면 [사진출처=영화 장면 캡처] |
업계는 현대차가 개발·생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픈카 전문제작 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벤츠와 BMW 등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도 자체 제작보다는 협업을 선호합니다.
또 수익성을 추구하는 볼륨 모델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모델인 만큼 1년에 100대 정도를 소량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프리미엄·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존재는 자동차 시장을 넘어 그 나라의 위상과 경제에도 영향을 줍니다. 프리미엄·럭셔리카의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은 오픈카입니다.
오픈카는 자유, 해방, 일탈은 물론 낭만의 상징입니다. 젊은 오빠차입니다. 쇼생크탈출, 델마와 루이스 등 자유와 해방을 다룬 영화에서는 말없이 주인공보다 더 주목받는 ‘명품 조연’(신스틸러)입니다.
맑은 하늘,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 ‘삼위일체’ 덕에 오픈카를 가장 타기 좋다는 봄을 맞아 국산 1호 오픈카의 탄생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최기성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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