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 부속물 못먹는 그녀도...소주잔 기울이게 하는 대구 노포 맛집! [푸디人]
오드래기부터 뭉티기·등골까지… 생소하지만 중독성 있는 대구 10미의 진수! 백종원도 극찬한 그 맛집을 소개합니다.
[푸디인-58] 46년 전통 왕거미식당 (feat. 오드래기)
‘오드래기’
서울 촌놈에게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소고기 부위입니다. 이름만 가지고는 도저히 상상조차 안 되는데요. 뭉티기 먹으러 대구에 갔다가 오드래기라는 신세계를 접하고 ‘세상은 넒고 먹을 것도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오드래기는 대구에서 뭉티기를 내놓는 식당이라면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봉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46년 전통을 자랑하는 ‘왕거미식당’ 입니다.
영업시작 시간인 오후 4시 전에 가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고 조금만 늦으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저도 서둘러 갔는데 운 좋게 비어있는 한자리를 잡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과 시끌벅적한 주당들의 걸쭉한 이야기가 오가는 분위기에 제대로 노포를 찾아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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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하면서도 질기지 않고 고소한 ‘오드래기’
![]() 왕거미식당의 오드래기. 안병준 기자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왕거미식당의 ‘오드래기’는 정말 맛이 기가 찹니다. 그동안 이렇게 맛있는 걸 못 먹어 본 게 후회스러울 정도네요.
왕거미식당의 오드래기는 쫀득하면서도 질기지 않고 설탕, 소금, 청주 등으로 양념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감싸고 돕니다. 연탄불로 구웠기 때문에 불맛도 그윽합니다. 사진에서 소의 떡심처럼 생긴 게 오드래기이고 고기처럼 보이는 건 양지머리입니다. 오드래기만 먹으면 질릴 수 있는데 소기름이 반지르르하게 묻어난 양지머리와 같이 먹으니 절묘한 조합이었습니다.
오드래기는 소의 힘줄을 부르는 대구 지역 말로, 정확하게는 염통 옆에 있는 대동맥을 말합니다. 오드래기는 씹을 때 오드득 오드득 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대구 사투리에 가깝죠. 소 한 마리당 200~600g 밖에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인 데다 혈관을 얇게 펴서 잡내가 나지 않게 잘 처리해야 하니 쉽게 먹어보지 못할 수밖에 없었네요.
![]() 염통 옆에 있는 대동맥인 오드래기. SBS ‘3대천왕’ 캡쳐 |
대구10미로 유명한 뭉티기가 빠지면 섭섭하죠. 뭉티기는 고깃덩어리의 경상도 사투리인데 뭉텅 자른 한우 생고기를 뜻합니다. 서울의 육사시미, 전라도의 생고기와 같은 셈이죠.
뭉티기를 먹을 때 신선한 고기인지 알아보기 위해 흔히들 접시를 뒤집어 봅니다. 당일 도축해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싱싱한 고기는 찰기가 좋아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죠. 왕거미식당의 뭉티기도 접시를 뒤집어 조금 흔들었지만 역시나 떨어지지 않네요.
![]() 왕거미식당의 뭉티기. 안병준 기자 |
등골도 아주 오랜만에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등골은 소 한 마리당 100g 정도밖에 안 나와 특수부위 중 특수부위로 꼽히는 부속물이죠. 하지만 젤리 같은 식감에 씹을수록 은은한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신선도에 대해서는 말이 필요 없습니다.
참고로 뭉티기와 오드래기, 등골 등을 시키실 때 반 그릇도 가능하다는 점 참고하시고요. 다만 한 가지 메뉴는 반드시 한판을 시켜야 한다고 하네요.
![]() 등골과 참기름. 참기름은 당일에 짜서 사용한다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참기름 중 가장 고소한 풍미가 살아있는 참기름이었다. 안병준 기자 |
백종원 ‘3대천왕’도 풍자 ‘또간집’도 엄지 척!
![]() 노포스러운 모습의 왕거미식당. 안병준 기자 |
왕거미식당은 SBS ‘백종원의 3대천왕’과 유명 유튜버에서 이제는 어엿한 방송인으로 자리 잡은 풍자의 ‘또간집’에서 극찬받았습니다. 식당 내부 벽에는 연예인들의 사진과 사인으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백종원님은 대구 왕거미식당에서 “식감 좋은 오드래기와 육즙이 나오는 양지를 같이 먹으니 최고의 술안주”라고 치켜세웠고요. 중국 전문가답게 중국 꼬칫집에서 많이 드셨다네요.
풍자는 너무 빨리 먹어서 촬영감독이 “조금 천천히 드세요”라고 만류했을 정도입니다.
근데 이 집은 무엇보다 양념장이 최고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백종원님도 “매워 보이는데 살짝 매콤한 맛이다. 마늘의 식감과 고추장 느낌이 난다”고 묘한 매력을 언급했는데요.
![]() 46년간 속이지 않고 국내산 소고기를 판매해왔다는 왕거미식당. 안병준 기자 |
저는 왕거미식당의 참기름에 흠뻑 빠졌습니다. 사실 생고기는 내세울 만한 맛이라는 게 없어 양념장 맛에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집의 참기름은 지금까지 먹어본 참기름 중 최고로 고소하면서도 그 향이 엄청나게 강하게 느껴집니다. 땅콩버터를 섞은 거 아닌가 할 정도로 고소한 풍미가 넘치는데 다른 참기름처럼 투명한 거 보니 그건 아닌 거 같고요.
도저히 궁금해서 사장님께 여쭤보니 참기름은 그날 짜서 사용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듯 진정한 맛집은 역시 아주 작은 차이에서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대구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대구 10미 중 하나인 뭉티기와 오드래기, 한번 맛보시고 가시죠~
![]() 왕거미식당 메뉴표. 안병준 기자 |
안병준 기자 anbu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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