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女행] 일몰 명소라는 `인천 4대 해변` 직접 가보니...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드는 12월. 시원하고 청량한 여름 바다도 좋지만, 오직 겨울 바다만이 지닌 분위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섬에서 호젓하게 즐기는 겨울 바다 구경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온 휴식이지만,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많아 막상 떠나기는 쉽지 않다.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섬 여행의 특성상 날씨와 시간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우리의 선택을 막아서기 일쑤니까.
이에 올겨울 섬 여행의 매력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여기, 당일치기로도 거뜬한 섬 여행지를 소개한다. 도심에서 가까운 인천, 그중에서 배를 타고 가지 않아도 바다를 볼 수 있는 섬인 용유도·영종도를 점찍었다.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지만, 각기 다른 매력의 해변들이 포진해 있었다. 시간이 모자란 바쁜 여행객이나 배멀미가 심한 여행객들도 문제없는 여행지들이니 눈여겨 봐두시길.
을왕리 해수욕장
인천광역시 중구 을왕동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늘목 또는 얼항으로도 불리며 1986년 국민 관광지로 지정되었다. 백사장 길이는 약 700m, 평균 수심은 1.5m로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다. 울창한 송림과 해수욕장 양쪽 옆으로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어 경관이 매우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곳. 해수욕장으로는 드물게 넓은 잔디밭과 충분한 숙박 시설이 갖춰져 있어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청소년들의 단체 수련을 위한 학생야영장, 수련장 등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낙조가 아름답기로 서해안에서 손꼽히는 을왕리 해수욕장. 명성을 자랑하듯 공기는 차가워도 햇살은 강렬했다. 직진하듯 내리꽂히는 빛줄기 아래 밀려오는 파도는 마치 눈이 부시는 것처럼 바래졌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모래사장에 발을 디뎠다. 어떤 곳에서는 정처 없이 걸었고, 좀 더 한적한 곳에서는 그 모습을 담았다. 햇살이 더없이 따스하게 내려 사진 찍기에도 좋았다. 하지만 찬바람 때문에 한곳에 오래 머무는 건 무리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바람을 자랑하는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엔 찬 바람을 피해 여유를 즐기기 좋은 카페도 많다.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도보 10분 정도, 언덕 끝에 자리 잡은 ‘카페오라’를 발견했다, 차를 마시며 카페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전경이 일품인 곳. 야외 테라스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겨봐도 좋겠다.
왕산 해수욕장
을왕리에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나타나는 왕산 해수욕장. 불과 5분 거리에 떨어져 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을왕리가 화려한 피서를 즐기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좋다면 왕산은 한가한 어촌 같은 풍경이다. 드넓은 해변 앞으로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야영을 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염전길 옆으로 비껴가는 듯한 왕산 낙조는 용유팔경 중 하나라고 하는데,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은 과연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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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요트와 보트가 정박 중인 요트 선착장 ‘왕산 마리나’를 방문하는 것도 왕산 해수욕장을 즐길 수 있는 법 중 하나다. 해상 계류장에는 출입문과 보안 시스템이 있어 일반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지만, 배를 구경하며 산책로를 거닐 수 있다. 물론 요트 체험도 가능하다. 장봉도, 덕적도, 이작도, 영흥도, 자월도 등 주변 섬을 항해하는 코스를 선택해서 체험하면 된다. 하늘과의 경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고 드넓은 바다가 보고 싶다면 왕산 마리나의 한적한 산책로를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선녀바위 해수욕장
왕산, 을왕리 해수욕장에서부터 인천대교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목엔 갖가지 기암괴석들이 바다 위로 빼곡하게 솟아오른 곳이 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바위가 바로 선녀바위다. 많은 해안가가 그랬지만, 선녀바위 해변은 특히 아름다웠다. 파도가 밀려오면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그 물결을 쫓아가고, 또다시 물결이 밀려오면 뒷걸음치는 아이들 장난도 빼놓을 수 없는 곳.
뾰족한 바위가 바다의 풍광과 잘 어우러지고 바위로 잔잔하게 부서지는 파도가 일품인 이곳의 풍경은 일찍이 SNS에서 인증샷 성지가 됐다. 또, 캔버스 위에 수채화로 담기 좋은 사생지로도 알려져 있으며 어둠이 깔리는 해 질 녘 선녀바위 너머로 붉게 물드는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 또한 많다. 방문 당시엔 차만 가끔 휙휙 지나갈 정도로 한적했지만.
유유히 걷다 야트막한 언덕이나 바위산을 돌면 어김없이 새로운 해안가가 나타났고, 시야에 들어온 백사장은 아스라이 펼쳐져 있었다. 선녀바위 뒤편에 있는 작은 선착장은 조용한 시골 어촌의 소박하고 멋스러운 풍경을 연출하니 잊지 말고 찾아보길.
마시안 해변
마시안 해변 앞 갯벌은 보기 드물게 생태계가 잘 발달되어 있고 각종 바다 생물이 비교적 잘 살아있는 곳이다. 때문에 갯벌 상태를 잘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면서 주민들의 소득도 보장되는 터전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어촌 계원들이 자율 관리 어업 공동체를 구성하여 갯벌을 보호하고 있다. 갯벌 체험 명소로도, 또 '해넘이(일몰)' 명소로도 유명한 마시안 해변은 최근 차박족들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 트인 마시안 해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마시랑 카페’를 방문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마시안 제빵소’와 함께 해변을 끼고 있는 영종도 카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곳. 카페 앞 정원이 넓게 깔려 있어 바다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잠깐 걷기에도 좋다. 한 편에 마련돼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겨봐도 좋겠다. 마시안 해변을 벗어나면서는 바닷가를 방문하며 빼놓을 수 없는 해물이 가득 들어간 칼국수를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삼면이 바다인 데다 사계절이기까지 한 대한민국에 가볼 바다는 많고 모두가 가지각색의 매력을 띄지만, 역시 겨울 바다만의 고유한 느낌이 있다. 예상한 대로 황량하지만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바라보는 그 풍경의 일부가 되는 듯한, 나날의 일도 고민도 사라져버리는 듯한 경험이 가능한 겨울 바다만의 매력.
그렇게 잔뜩 짊어지고 간 이런저런 먼지들을 인천 바다에 털고 돌아왔다. 걷다가 해수욕장이 나오면 백사장 위를 천천히 거닐고, 어시장과 제방을 찬찬히 둘러본 여행은 차갑고 상큼한 겨울 공기에 섞인 비릿한 바다 내음으로 기억될 듯하다. 가까운 곳에서 섬의 느낌을 만끽하고 싶다면, 또 한가롭고 여유롭게 겨울 바다를 느끼고 싶다면 인천을 방문해 보자.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전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심수아 여행+ 인턴기자 / 사진 = 유신영 여행+ 인턴PD,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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