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맞은 제주밭한끼…제주밭작물로 재주껏 만든 ‘신메뉴’ 공개
지난해 히트작 ‘신기루빵집’의 확장판 ‘신기루맛집’ 24가지 신메뉴로 컴백
지슬스콘, 맥리조, 핑크카레… 로컬맛집 12개 매장에서 11일부터 판매 개시
아방솟덕이 제주밭작물로 개발한 제주빙떡, 메밀묵바, 꽃빙떡 |
지난 9일 제주시 오등동에서는 오직 200명을 대상으로 단 하루만 운영하는 식당 ‘신기루맛집’이 열렸다. 제주 밭작물을 활용해 만든 24가지 신메뉴를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는 ‘100인의 시식단’(2회 운영) 신청은 조기 마감됐다.
지난 9일 열린 신기루맛집 현장. 200명의 시식단 제주밭작물로 만든 신메뉴를 시식했다. |
‘신기루맛집’은 지난해 제주 5개 로컬 빵집이 제주 밭작물로 만든 빵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빵빵한 제주밭한끼-신기루 빵집’의 확장판이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로컬 맛집이 참여해 빵을 넘어 한 끼 식사, 브런치,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을 개발했다. 12개 맛집은 4개월 이상 ‘흑백요리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한 고민 끝에 신메뉴를 완성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노을을 담은 카페인팜의 디저트 제주노을소르베. |
게무로사(초코비트 케이크), 되도록 채식 칠분의오, 라이터스블럭(제주밭작물샐러드), 마마파운드, 섬마을과자점(제주메밀크런치초콜릿), 아방솟덕, 어머니의뜻을담다 단지(메밀 콜라비물김치·메밀약밥), 젤라떼리아 섬, 진진제과(애월밤호박모스·애월밤호박진진빵·쫀득밤호박모찌), 카고크루즈(제주양하핑크알프레도소스파스타), 포쉬노쉬, 카페인팜(제주노을소르베와 젬스톤스콘 2종) 중 눈에 띄는 메뉴를 개발한 셰프들의 제작 후기를 직접 들었다.
·포쉬노쉬 - 제주 핑크 키마카레
제주 핑크 키마카레. |
한 그릇으로 두 가지 요리를 먹는 듯한 카레라이스다. 물을 넣지 않고 캐러멜라이징한 양파와 다진 돼지고기와 소고기, 홀토마토, 당근 등을 볶아 만든 진한 키마카레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여기에 비트 퓨레와 생크림을 끓여낸 핑크크림을 부으면 리소토 느낌의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포쉬노쉬의 인기 메뉴인 돈가스는 말돈소금과 들기름을 함께 낸다. ‘제주 핑크 키마카레’를 개발한 고은희 대표. |
“제주 비트를 카레에 직접 넣었더니 색이 빨갛게 나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고은희 대표는 앞서 진행된 ‘제주밭한끼 워크숍’에서 다른 셰프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비트크림을 별도로 추가하는 형태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아한 식사’라는 뜻의 포쉬노쉬는 일식 돈가스에 말돈소금과 제주산 들기름을 함께 내거나, 한식 장아찌와 된장국을 내는 재치 있는 조합으로 인기 있는 로컬 맛집이다. 고 대표는 감자, 당근, 양파 등 질 좋은 제주산 채소 중 크기가 ‘표준’을 벗어나거나 작은 흠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일명 ‘파치’를 활용해 맛도 잡고 자원활용도 하고 있다.
·되도록 채식, 칠분의오 – 제주토종자색찰보리 아란치니
제주토종자색찰보리 아란치니 |
갓 튀겨낸 동그란 볼을 베어 무니 탱글탱글한 찰보리가 경쾌하게 씹힌다. 조연으로 합류한 홍감자, 당근, 양파, 표고버섯과도 조화롭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대표 간식인 아란치니는 동그란 튀김으로 주로 쌀이나 고기 등을 넣어 만든다. 고소한 제주콩크림소스와 상큼한 비트소스에 찍어 먹으면 비로소 ‘제주다운’ 맛이 완결된다. 제주된장과 콩가루, 둠비, 두유로 만든 콩크림소스는 다른 음식과의 궁합도 기대하게 한다.
채식인들이 사랑하는 ‘되도록 채식 칠분의 오’의 김치떡볶이(왼쪽 사진). 김지현 대표가 이번 신메뉴에 들어간 재료를 소개하고 있다. |
되도록 채식 칠분의오의 김지현 대표는 중동의 콩 완자 팔라펠과 병아리콩 딥소스 후무스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제주 작물로 만든 오마주”라 표현했다. ‘7일 중 5일은 되도록 채식을 지향하자’는 의미를 담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 대표의 취미는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비거나이징’”이다. “찰기 없는 보리와 채소가 잘 뭉쳐지지 않아서 제주 감자의 비율을 높여가며 여러 차례 시도했다”는 그는 “보리의 재미난 식감을 살릴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아방솟덕 – 제주빙떡, 메밀묵바, 꽃빙떡
제주 메밀로 만든 메밀묵바와 빙떡. |
이선영 대표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요리의 정체를 알아차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얇게 부친 메밀전병에 무로 만든 소를 넣어 돌돌 말아내는 제주 대표 토속 음식 빙떡이 고급스러운 칵테일 파티의 핑거푸드로 변신했다. 빙떡을 장식한 메밀꽃과 콩꽃, 꽃빙떡의 받침으로 삼은 청귤칩 등 정성과 응용력이 집약된 접시는 파인다이닝 요리를 방불케 한다. 익숙한 식재료를 활용한 즐거운 변주를 볼 수 있는 것이 ‘제주밭한끼’ 프로젝트의 매력이다.
한입 사이즈로 만들어진 미니 빙떡 안에는 무 외에 단호박, 비트 소가 각각 들었다. 재료에 따라 데치거나, 볶아서 아삭한 식감을 살렸다. 막대가 꽂혀 있어 아이스크림처럼 잡고 먹을 수 있는 메밀묵바는 그냥 먹어도 되고 메밀칩 등 다양한 토핑으로 멋과 맛을 달리할 수 있다. 양갱틀에 찍어내고 간장 스포이트로 간을 맞출 수 있는 꽃빙떡도 ‘사진발’ 최강 메뉴다.
메밀꽃 장식으로 정성을 담은 빙떡을 만든 아방솟덕의 이선영 대표 |
‘아빠 부엌’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인 ‘아방솟덕’은 제주 재료를 사용해 주문자의 취향과 요구에 맞춰 매번 새로운 구성을 선보이는 케이터링 전문점이다. 현직 영양사 이선영 대표가 음식업 경력 27년의 남편과 운영한다.
·마마파운드 – 지슬스콘, 메밀&마농 비스코티, 청보리버터바, 제주레몬딜버터
지슬스콘, 제주레몬딜버터, 메밀&마농 비스코티, 청보리버터바(위부터) |
제주도 출신 이한솔 대표가 만든 ‘지슬스콘’은 스코틀랜드에서 온 스콘의 정체성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강력한 제주의 기운을 뿜어낸다. 바삭한 겉면과 쫄깃함이 느껴질 만큼 촉촉한 속살이 입안 가득 포만감을 준다. 함께 반죽한 바질페스토도 풍미를 올리는 데 한몫한다.
이 대표는 “가을 감자보다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아 식감이 촉촉하고 단맛이 강한 제주 봄 감자를 사용해 훨씬 맛있다”고 설명했다.
세 아이에게 먹일 건강한 디저트를 만드는 이한솔 대표 |
마마파운드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버터바는 이번 ‘미션’을 통해 청보리버터바로 업그레이드됐다.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가 풍부한 청보리는 “말차처럼 씁쓸한 맛은 없으면서도 갈변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카페인 걱정이 없어 아이들에게도 맘껏 먹일 수 있다는 것이 세 아이 엄마인 이 대표가 꼽는 청보리의 강점이다. 이 대표는 HACCP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만든 디저트를 곧 전국에 납품할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젤라떼리아 섬 – 체다깜냥, 가파도 보리보리, 맥리조
맥리조, 가파도 보리보리, 체다깜냥(위부터). |
‘신기루맛집’의 수확 중 하나는 제주 청보리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안민규 대표는 가파도에서 자란 새싹보리와 제주산 보리와 콩으로 만든 보리개역으로 ‘가파도 보리보리’를 탄생시켰다. 파릇파릇한 젤라토는 어린 찻잎을 갈아 만드는 말차보다 구수하고, 쑥보다는 담백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손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통통한 가파도 보리의 알갱이는 ‘맥리조’에 들어가 씹는 재미를 더했다.
제주의 자연주의 1세대 젤라토 매장으로 통하는 젤라떼리아 섬의 안민규 대표 |
안 대표의 세 번째 ‘맛 실험’은 제주산 감자와 체더치즈로 만든 ‘체다깜냥’으로 이어진다. 젤라토인지, 감자 수프인지 물음표가 그려지는 맛은 마마파운드의 지슬스콘에 발라먹는 순간 정체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강력한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 마멀레이드로 만든 자색 양파가 새콤달콤한 맛의 포인트가 된다. 개업 5년 차 젤라떼리아 섬은 인공적인 향이나 색소는 쓰지 않는 제주의 자연주의 1세대 젤라토 매장이다.
이번에 탄생한 신메뉴는 11월11일부터 각 매장에서 일반 판매에 들어갔다. 신기루맛집 참여 업체는 물론 제주밭한끼에 참여한 맛집과 프로그램 정보가 담긴 지도는 제주밭한끼 홈페이지(www.jejubaat.com)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제주 |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