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만 자도 쌩쌩한 사람의 비밀…당신과 '이것'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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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이나 잤는데 피곤한 사람, 하루 4시간만 잤지만 쌩쌩한 사람…. 유전학적으로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의 양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8일 뉴로사이언스뉴스 등에 따르면 루이스 프타체크 UCSF의대 교수팀은 수면시간이 건강을 담보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짧게는 하루 4시간만 자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수면 엘리트'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해당 논문은 지난 15일 셀프레스의 오픈 액세스 저널 '아이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프타체크 교수는 "사람이 하루 8시간씩은 자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데 유전학적으로 보면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의 양이 다르다는 게 확인됐다"며 "사람마다 키가 다르지만, 어느 정도의 신장이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여간 '가족성 선천성 단기 수면'(FNSS)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연구했다. FNSS는 수면 패턴의 유전적 변이로 수면·각성(sleep-wake) 시간과 수면의 양이 보통 사람과 다른 유전 형질을 말한다.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하루 4~6시간만 자고도 낮에 정상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
뇌 신경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수면 부족이 많은 사람에게 신경 퇴행을 촉진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함께 연구에 참여한 푸잉후이 박사는 'FNSS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효율적인 수면 능력 덕에 신경 퇴행 질환을 피할 것'이란 가설을 세웠고, 동료들과 검증에 나섰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 실험에서 FNSS 유전자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를 가진 생쥐에게 FNSS 유전자가 생기자, 뇌에 치매 특징 단백질이 훨씬 덜 생긴 것. 이 같은 실험을 통해 FNSS 가족의 유전자 중 '짧게 잠을 자도 수면 부족을 겪지 않게 하는' 5개의 유전자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들 유전자가 다른 뇌 신경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의 모든 뇌 질환 환자에게서 '수면 장애'가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푸잉후이 박사는 "인간이 잠들었다가 깨는 데는 여러 뇌 영역의 원활한 공조가 필요하다"다며 "이런 뇌 영역이 손상되면 아예 잠을 못 자거나 잠들더라도 숙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가 실제 수면장애 치료 등에 이용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프타체크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한 유전자는 그림 맞추기 퍼즐의 조각 몇 개에 불과하다"면서 "지금은 가장자리와 구석에서 조각이 들어갈 위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