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드디어 이륙! 플라잉 모빌리티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에어 모터사이클이 현실이 되고 있다. VTOL 기술과 AI 자율비행을 바탕으로 플라잉 모빌리티 시대가 열리며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모빌리티의 진화는 도로가 아니라 하늘에서 이루어진다.

© Alef Aeronautics

“모험을 마다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으면 삶이 지루해져요.”


유명 소설 [치티치티 뱅뱅 하늘을 나는 자동차] 속 문장이다. 첩보 소설 [007] 시리즈를 창시한 작가로 이름을 떨친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은 아들을 위해 유일한 동화를 썼다. 그 동화가 바로 [치티치티 뱅뱅 하늘을 나는 자동차]다. 괴짜 발명가 포트 중령이 낡은 자동차를 고쳐 하늘을 날게 만든 뒤 가족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내용으로, 작가 사후에 인기를 끌면서 1960년대 영화로도 제작됐다.


동화나 영화의 소재였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등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길 대신 하늘로 날아다니는 ‘에어 모터’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자동차로 또 비행기로, 모델 A

대표 제품이 미국 스타트업 알레프 에어로노틱스가 개발한 ‘모델 A’다. 얼마 전부터 공식 시험비행에 들어간 이 자동차는 평소에는 도로 주행을 하다 필요하면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를 위해 자동차 내부에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8개의 프로펠러를 달았다. 따라서 도로를 달릴 때는 일반 자동차처럼 네 바퀴를 이용해 굴러가고, 하늘을 날 때는 프로펠러를 이용해 차체를 공중에 띄운다. 프로펠러는 비행기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내장돼 있어 안전하고 소음도 적다.


수직이착륙기(VTOL)라 뜨고 내릴 때 활주로도 필요 없다. 이론상 도로가 막히면 헬리콥터처럼 바로 수직으로 날아올라 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항공청(FAA) 규정 때문에 도심과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비행이 제한된다. 또 주택 등이 있는 곳에서는 원칙적으로 야간 비행이 금지돼 낮에만 날아갈 수 있다.


8개의 프로펠러는 각각 따로 작동하도록 분산 전기추력 시스템(DEP)으로 설계됐다. 쉽게 말하면 프로펠러 중 일부가 고장 나도 나머지 프로펠러가 알아서 균형을 잡아 작동해 안전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날개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하늘을 나는 비행체 역할을 하지만 날개는 따로 없다.


대신 박스 윙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구조를 채택했다. 박스 윙 구조에 따라 일반 자동차와 달리 운전석 양옆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곡선형 차체가 공기 흐름을 바꾸는 날개 역할을 한다. 외부에 날개를 장착할 필요가 없는 만큼 주차하기도 편리하다.

모델 A는 활주로 없이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 규제가 풀리고 시스템이 확립되면 교통체증으로 막히는 구간은 날아서 빠르게 이동한다는 운전자들의 오랜 꿈이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 Alef Aeronautics<p>

모델 A는 활주로 없이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 규제가 풀리고 시스템이 확립되면 교통체증으로 막히는 구간은 날아서 빠르게 이동한다는 운전자들의 오랜 꿈이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 Alef Aeronautics

알레프 에어로노틱스에 따르면, 모델 A는 공중에서 차체가 옆으로 90도 회전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그렇더라도 탑승자의 몸이 기울지 않는다. 내부에 짐벌 장치를 설치해 차체는 회전해도 좌석이 일반 자동차의 운전석처럼 고정 자세를 유지한다.


이런 비행과 주행이 가능하려면 당연히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자율주행 및 자율비행 기능을 갖춰야 한다. 현재 모델 A는 AI가 장애물을 자동 감지해 회피하는 기능과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기능이 내장돼 있다.


속도는 얼마나 나올까. 자동차로서는 그다지 빠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저속차량(Low Speed Vehicle, LSV)으로 규제받기 때문에 도로를 달릴 때 최고속도가 40km/h로 제한된다. 저속차량이란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사회적 약자들도 도심에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고속도를 시속 40km 이하로 제한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한 차량을 말한다.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인 모델 A도 LSV로 등록돼 속도가 빠르지 않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는 달릴 수 없다. 반면 공중에서는 최고속도 177km/h로 날 수 있다. 주행과 비행거리도 각각 다르다. 도로에서 자동차 모드로 달리면 한 번 충전 시 최대 320km까지 가고, 비행 모드에서는 완전 충전하면 최장 170km까지 난다.


차체는 비행을 위해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만들었다. 그만큼 가볍고 튼튼하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모델 A에 장착된 탄소섬유 복합 소재는 그물망 같은 구조로 공기를 차단하지 않고 이물질만 막아준다. 여기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낙하산까지 갖췄다.


관건은 가격이다. 모델 A는 30만 달러로, 약 4억3500만원이다. 꽤 비싸지만 자동차와 비행기를 하나씩 산다고 생각하면 경제적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예약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3300대 이상 주문이 밀려들었다. 알레프 에어로노틱스는 올해 말까지 생산을 완료해 내년부터 주문자들에게 차량을 인도할 예정이다. 


세단 형태의 4인승 에어 자동차 ‘모델 Z’도 2035년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 FAA로부터 시험비행 허가만 받은 상태다. 일반인 이용을 위한 정식 비행 절차는 현재 따로 밟는 중이다.

모빌리티의 새로운 시장, 에어 택시

이 밖에도 하늘을 나는 다양한 자동차가 개발되고 있다. 네덜란드 비행 자동차 전문 회사 PAL-V에서 만든 ‘PAL-V 리버티(Liberty)’도 모델 A처럼 지상에서는 자동차로 달리다가 하늘을 나는 비행기로 변신한다. 비행은 헬리콥터처럼 회전날개를 펼쳐 날아오른다. 다만 완전 VTOL이 아니어서 짧은 활주로가 필요하다.

PAL-V 리버티의 최고속도는 주행 모드 시 시속 160km, 비행 모드 시 시속 180km로, 주행 거리는 각각 1315km와 500km에 달한다. © PAL-V<p>

PAL-V 리버티의 최고속도는 주행 모드 시 시속 160km, 비행 모드 시 시속 180km로, 주행 거리는 각각 1315km와 500km에 달한다. © PAL-V

중국 기업 샤오펑(Xpeng)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업체의 비행용 자동차는 평소에 분리된 자동차와 비행기를 필요시 결합해 이용할 수 있다. 즉 차량에 비행체를 결합하면 도로를 달리다가 날아오르는 방식이다.


미국 스타트업 ASKA에서 만드는 ‘A5’는 날개를 접을 수 있는 4인승 비행용 자동차다. 프로펠러를 장착해 수직으로 뜨고 내릴 수도 있고, 짧은 활주로를 활용해 날아오를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비행용 자동차가 등장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업이 등장할 수 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에어 택시다. 이미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는 여러 업체가 에어 택시 사업을 준비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은 4인승 에어 택시를 개발 중이며, 독일 벨로콥터는 작고 가벼운 2인승 비행 자동차를 이용해 도심의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에어 택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아처 에비에이션은 델타항공과 제휴를 맺고 프로펠러를 이용한 4인승 비행 자동차를, 독일의 릴리움은 중거리 이동을 목표로 6인승 에어 카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항(Ehang)이 헬리콥터 방식의 2인승 비행 자동차를 이용해 일부 지역에서 상용 서비스 중이다.


국내에서도 비행용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세운 슈퍼널이 4~5인승 비행 자동차를 개발한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다양한 드론을 개발한 디스이즈엔지니어링이 독자 기술로 도심용 자율비행체를 만들고 있다. 이 업체가 개발 중인 도심 자율비행체는 5명이 탈 수 있는 VTOL로, 시속 330km로 280km 거리를 비행하는 것이 목표다.

1인용 비행체, 에어 모터사이클

에어 모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에 이어 에어 모터사이클도 등장했다. 폴란드 스타트업 볼로너트가 개발해 지난 5월 시험비행에 성공한 ‘에어바이크(Airbike)’는 하늘을 나는 모터사이클이다.


이를 개발한 인물은 스웨덴의 비행 스타트업 젯슨에어로를 창업한 토마즈 파탄이다. 그는 에어바이크와 같은 개념의 개인용 VTOL ‘젯슨 원’을 개발해 널리 이름을 알렸다. 젯슨 원은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8개의 프로펠러를 이용해 최고속도 102km/h로 날아간다.

볼로너트가 개발, 시험비행에 성공한 에어바이크는 1인용 비행체로, 영화 &lt;스타워즈&gt; 속 스피더 바이크를 연상시킨다. © Volonet<p>

볼로너트가 개발, 시험비행에 성공한 에어바이크는 1인용 비행체로, 영화 <스타워즈> 속 스피더 바이크를 연상시킨다. © Volonet

에어바이크도 모델 A나 젯슨 원처럼 활주로 없이 바로 떠오르는 VTOL이다. 특이한 것은 제트엔진을 이용해 강력한 제트 분사로 날아오르는 만큼 프로펠러와 날개가 없다. 여기에 장착된 제트엔진은 여러 개를 묶은 다중 엔진이다. 따라서 모델 A처럼 일부 엔진에 문제가 발생해도 정상 작동하는 다른 엔진으로 계속 비행이 가능하다.


제트엔진에 필요한 연료는 디젤과 등유 등 다양하다. 급유 시간이 1분 미만으로 연료를 빠르게 채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최고속도 역시 시속 200km까지 나오며, 비행시간도 약 40분에 이른다고 한다.


에어바이크도 모델 A처럼 AI로 제어된다. 허공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AI가 자동으로 균형을 잡아준다. 또 강한 바람이 불어도 AI 제어 시스템이 자동으로 균형 상태를 유지한다. 여기에 사방을 살펴보는 카메라와 AI로 제어되는 레이더가 설치돼 비행 시에도 360도 모든 방향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대신 이렇게 날아오르려면 몸체가 가벼워야 한다. 이를 위해 볼로너트는 탄소섬유 복합 소재와 초경량 설계로 기존 모터사이클 대비 7분의 1 정도인 약 30kg으로 무게를 줄였다. 다만 비행 고도는 약 10m로 제한된다. 제트엔진을 사용해 날다 보니 높고 빠르게 날면 높은 건물이나 드론 같은 다른 비행체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고도와 속도를 제한했다.


가격과 출시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업계에서는 약 30만~88만 달러로 예상한다. 우리 돈으로 4억~12억원으로 비싼 편이다.


에어바이크 외에도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비행용 모터사이클을 개발하거나 개발 중이다. 미국 에어로펙스는 2010년대 초반에 이미 ‘에어로 엑스’라는 1인용 비행체를 개발했다. 에어로 엑스는 2개의 대형 프로펠러를 이용해 비행한다. 같은 방식으로 영국의 말로이 항공도 4개의 대형 프로펠러를 돌리는 1인승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다. 원래 군에서 정찰용으로 개발을 시작했으나 화물 운송 등 상업적 용도로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러시아 스타트업 호버서프가 만드는 ‘S4’도 배터리로 대형 프로펠러 4개를 돌려 떠오르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에어 모터사이클이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탈것을 닮은 이 비행체는 시속 90km 이상 빠르게 날며 한 번 충전으로 20분 정도 비행이 가능하다. 역시 AI 시스템이 적용돼 비행 중 수평 자세를 자동으로 유지하고 지상의 장애물을 파악한다. 


또 비상사태 시 긴급하게 자동 착륙하는 기능도 갖췄다. 가격은 약 15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2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 경찰은 이 비행체를 치안 유지를 위한 순찰용으로 도입해 시범 운용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

업계에서는 모델 A나 에어바이크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처럼 자동차의 개념을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테슬라는 단순히 내연기관 엔진을 전기모터로 바꾼 것을 넘어 더 이상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이것은 자동차를 한 땀 한 땀 조립하는 제조업의 산물에서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 IT 장치로 전환시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델 A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비행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물론 자동차에서 비행기로 변신해 이동하는 과정에 AI 기술과 IT가 모두 들어간다. 그런 점에서 모델 A 또한 자동차의 개념을 넘어 테슬라처럼 IT 혁신이 낳은 산물로 봐야 한다.


물론 우리 생활 속에 모델 A와 에어바이크가 파고들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달리다가 날아오르는 탈것들이 공중에서 뒤엉키지 않고 다니려면 도로주행법과 항공법을 결합한 새로운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 사고 등 비상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보험과 응급체계, 주변 사람들의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환경 침해를 제한하는 장치 등도 필요하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지상과 달리 비행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대처하기가 힘들다. 일부 비행용 자동차는 낙하산을 구비하고 있으나 위급 상황에 제대로 작동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기에 주차 공간과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을 경우 전기자동차처럼 충전 시설 확보라는 과제가 따른다. 전기가 동력원이 아니어도 문제다. 볼로너트의 에어바이크처럼 제트엔진을 사용하면 큰 소음 때문에 도심 이용 시 어려움이 따르고, 배기가스 발생으로 환경오염 문제도 대두할 수 있다.


아울러 모든 비행용 탈것을 판매하거나 에어 택시 사업을 할 때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가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일부 업체의 예상 가격은 대부분 수억 원을 호가한다. 부자를 제외하고는 쉽게 타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를 고려해 개인 소유보다는 공공 교통 시스템으로 비행용 탈것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최연진(한국일보 IT전문기자) denmagazine@mcircle.biz

박유리 에디터 abrazo@mcircle.biz

추천기사

  1. 유튜브 교양 시대
  2. MBTI로 찾는 라이딩 파트너
  3. 최적의 신체를 향해, 바이오해킹
오늘의 실시간
BEST
denmagazine
채널명
덴 매거진
소개글
멋진 남성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Find Joy in Your Life"
    ESTaid footer image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객센터

    © ESTaid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