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감량한 홍지민 "단골 배역은 잃었지만, 새 역할로 성장"
뮤지컬 '맘마미아'서 '타냐'로 맹활약
'드림걸즈' 공연 때는 일부러 살찌워
둘째 낳고 프로로서 위기 의식 느껴
목소리 전같지 않단 말에 감량 결심
미니앨범 출시 "50대에 나만의 콘서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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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언급은 친구에게도 실례지만, 배우 홍지민을 만나선 그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다. 둘째 출산 후 독하게 마음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건 널리 알려진 터. 그런데 요즘 공연 중인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자유분방한 섹시미의 대명사 타냐 역을 ‘원래 내 것인 양’ 소화하는 모습은 눈이 번쩍 뜨이게 감탄스러웠다.
특히 아들뻘 되는 페퍼를 상대로 "네 엄마가 알고 있니(Does your mother know)"라고 놀리며 무대를 종횡무진할 때 성량과 카리스마는 ‘이 구역의 여왕은 나’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통통한 ‘애교지민’에서 180도 변신, 랩스커트 사이로 쭉 뻗은 다리를 과시하는 46세 뮤지컬 배우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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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고 나니 주변서도 "이제 프로 느낌"
“저를 아끼는 음악감독이 ‘네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고 따끔히 말해주셨어요. 지나치게 살이 쪄서 신체 밸런스가 무너져 건강에 적신호가 온 거죠. 놀라운 건, 살을 빼고 나니 주변 분들이 ‘이제 프로처럼 보인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전까지 다들 솔직하게 말 안 했단 것도 그제야 알았죠.”
평소에 비하면 15~18㎏, 출산 직후 기준으론 32㎏ 감량했다. 사실 살을 찌웠던 것도 ‘프로의식’ 때문이었다. 그에게 2009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안긴 ‘드림걸즈’를 위해 한 달 새 14㎏ 찌웠던 것. 딱히 절박감이 없어선지 한번 붙은 살이 빠지질 않았다. 2017년 말 둘째까지 낳고 보니 인생의 기로라고 느껴졌다. ‘변신해야 한다, 이대로 고정된 이미지로 나이 들어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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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 역은 그런 시기에 운명처럼 찾아왔다. 알려진 대로 ‘맘마미아’는 스웨덴 여성그룹 ‘아바’의 대표곡 22곡을 바탕으로 세 명의 동갑내기 여성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홍지민은 앞서 2016년 공연 땐 통통한 독신녀 로지를 맡아 코믹한 캐릭터를 각인시켰다. 반면 이번엔 셋 중에 가장 도발적이고 대담한, 세 번 이혼 경력의 타냐로 변신했다. 스스로도 타냐를 몸에 익히는 게 힘들었다고.
“더블 캐스팅된 김영주는 지난 시즌에도 타냐를 했던 친구라 연습 때부터 분위기를 장악하는데, 저는 극 중 연하남의 스킨십에 몸이 쭈뼛 서는 게, 온통 부자연스러운 거예요. 별수 있나요. 죽어라 스스로 세뇌하고 연습하는 수밖에.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연출부가 ‘너 자체가 타냐인데, 뭐가 고민이냐. 그냥 즐겨라’ 하시는 거예요. 자신감이 붙고 나니 영국에서 온 오리지널 팀 제작진도 ‘역대 한국 타냐 중에 각선미가 제일 좋다’고 엄지 척 해주시더라고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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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 명곡 뮤지컬, 국내 200만 관객 눈앞
‘맘마미아’는 1999년 4월 런던에서 초연돼 올해 제작 20주년을 맞았다. 전 세계 50개 프로덕션에서 16개 언어로 공연돼 6500만여 명이 관람한 메가 히트 뮤지컬이다. 메릴 스트리프 주연 영화로도 속편까지 제작됐다. 국내에선 2004년 초연돼 지난 2016년 공연까지 1622회에 걸쳐 195만명을 불러모았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측은 “8월 중순쯤 누적 관객 2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7년 12월 국내 뮤지컬 사상 첫 200만 관객 돌파를 달성했던 ‘캣츠’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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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연 관람객이 결혼해서 자녀를 데려올 정도로 세월이 지났다. 딸 소피(루나‧이수빈)의 심정으로 봤던 뮤지컬을 이제 엄마 도나(최정원‧신영숙)의 눈길로 보게 된 셈이다. 홍지민 역시 극 중 도나가 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솔로곡 ‘Slipping through my fingers’를 들으면 이제 감정이입이 된다고 한다.
“난임으로 고생하다 낳은 첫애가 다섯 살이라 요즘 유치원엘 가요. ‘이른 아침 책가방을 메고 그 애는 집을 나서죠’라는 가사처럼, 정말 아이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아 울컥해요.”
두 딸은 사랑스러워도 시어머니 포함 7명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하는 집안엔 어디 한 틈 쉴 곳이 없다. ‘워킹 맘’으로서 방법은 밖에서 독하게 연습하고 집에선 “배우의 스위치를 끄는 것”뿐. 다이어트 관리 겸해서 매일 러닝머신 걷는 것도 ‘힐링’이 된다.
“연습은 고되어도 무대에 서 있을 때 스트레스 지수가 제로예요. 관객 앞에서 노래하며 소통하는 순간,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아요. 배우와 아내, 엄마, 며느리, 이 밸런스를 잘하는 게 건강한 배우 아닐까요.”
외모 변신 후, 통통하고 코믹한 ‘감초 조연’ 제의가 뜸해진 건 사실. “요즘은 '뚱녀 마네킹'도 나오는 시대인데, 다이어트 강박이 오히려 안 좋은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하고 질문했더니 “절대 다른 이들에게 강요할 생각이 없다. 나는 안 뺐던 게 아니라 못 뺐던 것이고, 다이어트 성공이 나 스스로 약속이자 목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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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처럼 '멋지게 나이든 여배우' 목표
40대 후반의 여배우로서 지금처럼 몸매 관리하면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도 생겼다.
“얼마 전 박명성 프로듀서의 출판기념회에서 박정자 선생님이 ‘낭만에 대하여’ 노래를 부르시는데, 그 에너지가 말도 못해요. 여전히 모노드라마 공연하시는 윤석화 선생님은 또 어떠시고요. 그런 여자 선배들 모습이 엄청 자극이 됐고, 저 또한 ‘롤 모델’로서 멋있게 나이 들고 싶어요.”
이를 위해 틈나면 ‘꿈의 노트’를 쓴다. 일종의 ‘버킷 리스트’처럼,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것들 목록인데 최근에 출산과 다이어트를 이뤘다. 해외진출을 꿈꾸며 영어공부 하는 것과 피아노 배우기도 최근 시작했다. ‘10년 내 솔로 콘서트’를 위해서다.
“'드림걸즈'의 작곡가 헨리 크리거가 저를 위해 만들어 준 곡이 있었는데, 9년을 묵혔다가 지난해 첫 미니앨범 'Sing Your Song(싱 유어 송)'을 냈어요. 매년 싱글 1~2편씩 발표하다 보면 오십 대에 정규앨범 낼 수 있겠죠. 팬 1000명만 있으면 단독 콘서트 열 수 있다는데, 지금부터 그런 팬들 차곡차곡 모아서 피아노 치면서 소름 끼치게 내 노래 불러보는 게 꿈이랍니다.”
■ "요요 관리? 칼로리 계산 지키면 돼요"
출산 후 한때 90㎏까지 육박했다는 홍지민은 다이어트 돌입 석달 만에 25㎏를 뺐고 이후에도 체중 관리를 성공적으로 해오고 있다. 팬들의 응원에 답하고자 이 같은 다이어트 및 요요 관리 비법을 인스타그램 계정(instagram.com/jimong0628)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번은 칼로리(㎈) 지키기, 즉 ‘아침 700 점심 600 저녁 300 하루 1600 이하로 먹기’다. 이밖에 ‘아침은 꼭 필수 꼭 단백질 탄수화물 섭취’ ‘낮12시 이후로는 카페인 금지’ ‘러닝머신 스피드 5.5 걷기’ 등이 적혀 있다.
"굶는 것, 먹고 싶은 거 참는 건 안돼요. 예컨대 예전엔 곱창을 2~3인분 먹었다면 요즘은 1/2인분 먹고 대신 야채로 배를 채우죠. 매일 몸무게 재는 건 필수고요. 한번 습관이 자리 잡으면 그 다음부턴 어렵지 않아요. ‘홍지민이 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믿어보세요!"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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