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월드]세계위기마다 밥 짓는 남자…'코로나 영웅'의 공짜 200만끼
그가 세운 구호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에 식사제공하기도
코로나로 어려워진 이들 식사 나눔 봉사
2010년부터 전세계에 식량 구호 활동
2019년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라
누군가는 의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싸우지만, 누군가는 '식사 나눔'으로 코로나 19에 맞서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미국 포천지 5월호는 '코로나 영웅 25인'을 선정했는데요, 그중 한 사람이 바로 유명 셰프인 호세 안드레스(5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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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안드레스는 스페인 태생으로 현재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요리사 겸 사회운동가입니다. 2013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26일 포천·CNN·CBS 등에 따르면 그가 세운 구호단체인 '월드 센트럴 키친'은 지난 3월 한 달간 200만끼가 넘는 식사를 미국 내 100여곳에서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월드 센트럴 키친은 지난 2월 문제가 됐던 크루즈선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갇혔던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답니다. 이런 이유로 포천지에서 그를 코로나 영웅으로 꼽은 것이지요. 하지만 그는 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렸습니다. 그는 "피자 배달부, 슈퍼마켓 직원 등 자기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미국을 움직이고 먹이는 영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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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스가 소유한 식당 중 절반은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식당들은 '테이크 아웃' 영업을 위해 혹은 의료진·시민들에 식사를 나눠주기 위해 문을 열고 있습니다. 그의 식당들은 '코로나 비상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슐랭 별을 받은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10달러만 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음식을 제공합니다. 호세 안드레스 덕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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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안드레스는 '코로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워싱턴 D.C에는 푸드뱅크에 가지 못하는 노인과 노숙자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이들을 위해 여기 있고 이들을 돌볼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찰서·소방서·병원·양로원 등 도움이 필요한 곳들을 일일이 열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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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식사 구호는 '긴급업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음식과 물이 필요한 사람은 지금부터 한 주, 한 달 후의 해결책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해결책은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초 샌 안토니오에서 '비상식량을 분배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나타나 거대한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고 합니다. 월드 센트럴 키친 측은 우유·닭고기·과일 등 2주간 먹을 분량의 식료품을 나눠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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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센트럴 키친은 2월부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돌봐왔습니다. 월드 센트럴 키친은 일본 요코하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격리된 유람선 승객들에도 신선한 음식을 제공했습니다. 음식 제공 가이드라인은 콜레라가 만연했던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긴급 구호활동을 하면서 개발한 수칙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음식을 제공하면서도 끊임없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중간중간 모든 것을 소독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구호활동도 하면서 셰프 본연의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지난 23일 그는 TV 프로그램인 '레이트 쇼' 에 출연해 파스타 요리 '꿀팁'도 공개했습니다. 코로나로 자택 격리 중인 이들에게 요리법을 가르쳐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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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에 대응하기 위해 그는 구호단체인 월드 센트럴 키친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재해로 고통받은 수많은 국가에 식량 원조를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재난지역에서 수백만 인분의 식량 봉사를 했습니다. 이런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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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일 그는 지역 사회에 식료품을 제공하는 ‘아메리카 푸드 펀드’도 만들었습니다.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렌 파월 잡스 등이 여기에 뜻을 모았습니다. 유명 사회자인 오프라 윈프리도 여기에 기부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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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은 요리와 봉사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는 15세에 바르셀로나의 요리 학교에 들어가 셰프의 꿈을 키웠습니다. 10대 때 해군 제독을 위해 군대에서 요리한 경험도 있다고 하네요. 바르셀로나의 식당에서 일하던 그는 1990년 미국으로 이주하기로 결심합니다. 21세에 뉴욕에 50달러만 쥐고 건너온 그는 2003년 6석짜리 작은 음식점을 엽니다. 이곳은 한 달 먼저 예약해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인기 식당이 됐습니다. 그는 2010년 하버드대에서 요리와 물리학을 결합한 이색적인 수업을 열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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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악연'이 있네요. 그는 과거에 트럼프 호텔에 식당을 열었는데 트럼프가 이민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뒤 안드레스는 트럼프 호텔과의 계약을 철회했습니다. 이로 인해 소송이 붙기도 했습니다. 결국 조정으로 마무리됐지만, 그 뒤로 안드레스는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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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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