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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도 안좋은데…2030은 왜 20년전 '전원일기'에 꽂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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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20년을 맞은 드라마, ‘전원일기’가 다시 화제다.


2002년 12월 1088회 ‘박수할 때 떠나라 해도’를 끝으로 안방극장을 떠났던 ‘전원일기’(MBC)가 최근 케이블 채널 EDGE TV, MBC ON, KTV, GTV 등을 통해 다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MBC는 창사 60주년을 특집으로 오는 18일부터 4주 동안 매주 금요일 오후 8시50분 ‘다큐플렉스-전원일기2021’을 방송한다. ‘김회장네’의 최불암ㆍ김혜자ㆍ김용건ㆍ고두심ㆍ유인촌ㆍ박순천ㆍ임호ㆍ조하나, ‘일용이네’의 김수미ㆍ박은수ㆍ김혜정, 2세대인 영남이 역 남성진, 수남이 역 강현종, 복길이 역 김지영, 순길이 역 류덕환 등 30명이 넘는 출연진이 참석해 ‘전원일기’의 추억을 돌아보고 2021년 다시 화제가 되는 이유를 짚어본다.


‘다큐플렉스’ 김현기 PD는 “지난해 ‘다큐플렉스’ 커피프린스 편을 제작하면서 공유ㆍ이선균 배우 등에게 ‘다음에 ‘전원일기’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대박’ ‘너무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싶어 창사 60주년에 맞춰 추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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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부터 2002년까지 MBC에서 방송된 ‘전원일기’는 국내 최장수 기록을 갖고 있는 드라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인기를 누렸으나, 점차 소재 고갈 등에 시달리다 1996년 일요일 오전으로 방송시간대를 옮긴 이후엔 ‘쇠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다큐플렉스’ 김 PD는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초창기 ‘전원일기’가 사랑을 받았다면, 이젠 아예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것들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에서 ‘전원일기’를 보는 것 같다. 2030 젊은 시청자들에는 화면을 끊지 않고 롱테이크로 쭉 가는 ‘전원일기’의 연출이 신박하고 쿨하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다”고 짚었다.


실제 요즘 ‘전원일기’를 보는 시청자들 중에는 어려서 ‘전원일기’를 봤던 추억이 없는 젊은층도 많다.


현재 주간 방송시간 총 168시간 중 50시간 이상을 ‘전원일기’에 할애하고 있는 MBC ON의 경우, 올 1분기 ‘전원일기’의 연령별ㆍ성별 시청률은 50대 여성-40대 여성-60대 이상 남녀-30대 남성의 순으로 높았다. MBC ON 측은 “남자 시청자 중 30대의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도드라지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지친 젊은층들이 자극없이 ‘멍’하게 느릿느릿 볼 수 있는 콘텐트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요즘 방송에선 ‘전원’이라는 공간을 예능에서만 쓰고 있다. 시골마을과 자연 등에 대해 대중들이 갖고 있는 로망을 채워주는 드라마가 없기 때문에 ‘전원일기’가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요즘 2030에게 ‘전원일기’는 마치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노스텔지아’ 콘텐트”라며 “이걸 소비하는 것이 ‘힙’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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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ㆍ김수미ㆍ고두심 등 당시 출연진들이 지금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톱스타라는 점도 ‘전원일기’ 재부상의 한 요인이다.


20년 넘게 이어진 시간이 만들어낸 이야깃거리도 많다.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문화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이를테면 김 회장네 손자 수남 역의 배우 강현종이 군대 갈 때 수남이도 입대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면회 가는 드라마 속 장면은 실제 강현종 배우 면회를 가서 촬영을 했다. 또 이영감을 맡았던 중견배우 정태섭이 2001년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극 중에서 실제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현실과 드라마가 혼재돼있는 특이한 사례다. 드라마에서 연인 사이였던 영남ㆍ복길 커플의 배우 남성진과 김지영이 실제 부부가 된 것도 다시 보는 ‘전원일기’의 재미를 더한다.


60대 이상 노년층이 지난해 트로트 열풍 이후 대중문화 시장에서 점점 중요한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도 ‘전원일기’에는 유리한 요소다.


김교석 평론가는 “이제 노년층들도 무조건 저녁 8시대에 드라마를 보기 위해 TV를 켜는 식의 수동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다. 큐레이션 능력이 생기면서 적극적으로 콘텐트를 찾아보고, 자신들이 여론을 만들어간다는 재미를 알게됐다”며 “그 세대의 감성에 맞는 ‘전원일기’의 인기가 확산되는 것도 그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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