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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웃고있는 조커, 그 잔혹함 뒤에 숨은 슬픈이야기









그 아이들을 무엇에 썼을까?

괴물을 만들었다.


왜 괴물을 만들었을까?


웃기 위해서였다.


‘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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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세기'라고 불리는 17세기. 매우 치밀하다 못해 기묘하고 부질없거나 한가하기로 유명했던 그 시대. 비틀린 순진함과 잔인한 섬세함을 동시에 가진 바로크 세기였다. 문명은 다양하다 못해 기이했고 화려함과 아름다움의 끝에 사람들은 신이 주신 것을 비틀기에 이르렀다.


어떤 때는 선의로, 어떤 때는 악의로, 신의 창조물을 수정했다. 심지어는 아이들을 '제조'하는 자들까지 있었으니 콤프라치코스라 불렸다. 콤프라치코스는 스페인어로 compra ‘구매, 구매, 쇼핑’ chico ‘어린 소년’ 이란 뜻의 복합어로 어린아이들 사고파는 상인을 뜻한다.










약자를 대변한 빅토르 위고 작품에 흔적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약자를 대변하며 콤프라치코스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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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은 위고가 1831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15세기 프랑스 파리의 중심 시테 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노트르담 얽힌 여러 인물의 운명과 숙명 15세기 프랑스 사회상을 묘사하고 있다.


성당에 종을 울리는 콰지모도는 괴물로 불린다. “끔찍한” “악마의 탄생” 등의 수식어가 그의 외모를 표현한다. 사각형 모양의 뭉툭한 코, 말발굽 모양의 입, 텁수룩한 붉은 눈썹 조그만 왼쪽 눈과 커다란 무사마귀로 덮여 완전히 사라져버린 오른쪽 눈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고약한 얼굴에 서려 있는 경기와 비탄이 뒤얽힌 듯한 표정. 그의 몸 전체가 찌푸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커다란 머리에는 붉은 머리털이 곤두서 있으며, 이상하게 뒤틀려서 무릎이 있는 에서 맞닿는 발은 온몸이 산산이 조각난 거인을 아무렇게나 끼워 맞춘 듯한 심각한 꼽추에 매우 흉한 외모로 묘사된다.


하지만 위고의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의 결말에서 가장 숭고하게 표현되는 이는 시종일관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되던 콰지모도의 영혼이다. 숭고한 괴물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위해 부르는 노래이다.


또 다른 작품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소설 빅토르위고의 희곡 ‘왕은 즐긴다’를 베르디가 오페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1832년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Francis I of France:1494~1547)를 모델로 한 희곡 ‘왕은 즐긴다’를 완성했다. 빅토르 위고는 실재 인물인 프랑수아 1세를 방탕하며 신이나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악한으로 그려냈다.


귀족의 노리개이며 왕에게 여자를 소개하는 채홍사이자 왕의 더러운 사건들을 처리해 주고 여흥을 돕는 신하이며 '입속의 혀'처럼 구는 간신배 곱사등 트리불레(Triboulet:1479~1536)가 주인공이다. 트리불레는 루이 12세와 프랑수아 1세의 궁정 광대로 실존 인물이었다. 빅토르 위고 작품에서는 왕명을 거역하기 힘든 궁정의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도 그려진다.


왕을 방탕과 타락으로 이끄는 트리불레에게는 숨겨 둔 딸이 하나 있다. 딸을 애지중지하며 모든 남자의 손길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고자 한다. 하지만 그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궁정 귀족들이 딸을 납치해 난봉꾼인 프랑수아 1세에게 상납하고, 트리불레는 왕을 저주하며 암살하려 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왕을 사랑하게 된 트리불레의 딸이 왕 대신 죽음을 맞는다.


베르디는 대본 작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Francesco Maria Piave:1810~1876)와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오페라 리골레토로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 이 곡은 궁정 광대인 리골레토가 부르는 노래이다.





우리는 닮았네! 나는 혀를 가지고 있고


그는 단검을 가지고 있네


나는 웃는 인간


그는 살해하는 인간



악당으로 나를 만들었지 너희는


오 분노! 불구가 된다는 것


오 분노! 어릿광대가 된다는 것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네



모든 사람에게 (유산으로, 타고난 권리) 주어진 것을 나는 박탈당했네



나로 하여금 웃게 하라, 어릿광대여


나로 하여금 강제로 그것을 하게 하지


오 저주!


나는 너희를 증오한다, 냉소적인 궁정인들아



만일 내가 사악하다면


(그것은) 너희들 때문이다










권력의 횡포로 영원히 웃게 된 그윈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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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는 권력과 정치의 희생양으로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어린 시절 기억과 얼굴이 변하고 무참히 파괴된 그윈플레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흉악한 사업에 단면과 맞물려 있는 부조리한 귀족 세력과 종교계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소설이다.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버려진 소년. 기괴한 표정만 할 수 있는 그윈플레인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겨울, 죽은 어미 품에 안긴 여자 아기 데아를 발견하고 인간(호모)이라고 불리는 늑대와 곰(우르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남자와 떠돌이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웃는 남자 그윈플레인은 공화주의자가 되어 유배지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귀족 상원의원 남작의 아들이다. 왕명에 의해 ‘콤프라치코스’는 그의 입을 귀까지 찢고 입술은 잘라버리며, 코는 꾹 눌러 구멍 두 개만을 보이게 하고 귀는 눈까지 접히게 한다.


그 모습은 그의 영혼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억지로 만든 강요 받은 웃음. 그 미소로 그윈플레인은 사람들을 웃겼다. 하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그의 생각만은 웃지 않았다.


『웃는 남자』는 사회적 풍자와 은유로 가득하다. 우리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중 『레미제라블』을 높이 평가하지만 빅토르 위고 스스로는 웃는 남자를 가장 뛰어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두 권의 책이 부담스럽다면 2013년 프랑스에서 개봉한 영화 ‘웃는 남자’를 봐도 좋을 것 같다. 나름 원작에 충실하기에 장편 원작의 많은 것을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임은 틀림없다. 세계적인 흥행작 영화 '배트맨'의 불멸의 캐릭터인 악역 조커의 모티브는 1928년의 무성영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박완 뮤지컬 배우, 전세아 크로스오버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로듀서 cultureqo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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