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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세상]화장장 한편 작고 쓸쓸한 빈소, 무연고자 ‘공영장례식’

함께하는 세상

서울 공영장례 ‘그리다’ 출범 1년

무연고 사망 증가세 … 작년 382명

단절된 채 살던 가족 원망 달래고

쪽방촌‧저소득자 장례 불안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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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화장장 서울시립승화원(이하 승하원). 6.6㎡(2평) 남짓한 간이 빈소 에 장례지도사와 스님 등 9명이 모여 장례 의식을 치렀다. 영정 사진도, 곡소리도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찾지 않은 쓸쓸한 장례였다. 지난 4월 30일, 5월 4일 세상을 떠난 무연고자 윤모씨, 이모씨의 장례다. “같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았을 당신을 외롭게 보내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라는 조사가 흘러나왔다. 고인의 골분은 경기도 파주 용미리에 있는 무연고자 추모의집으로 보내졌다.

이날 장례는 예전이라면 보기 어려웠을 무연고자 장례식이다. 무연고자가 숨질 경우 장례 의식 없이 입관과 동시에 화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서울시는 무연고·저소득층 사망자를 위한 장례 서비스 ‘그리다’를 시작했다. 지난해 3월 관련 조례를 만들어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 예산은 2014년 1억6800만원에서 올해 4억3800만원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 무연고자를 위한 장례식을 지원해 온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나눔과나눔은 그동안 자체 비용으로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을 시작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년간 총 326건(616명)의 장례를 치렀다. 나눔과나눔은 2017년 “무연고자 장례를 민간 단체의 활동이 아닌 공영장례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것이 서울시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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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가족 없이 홀로 살던 이들이 세상을 뜨면 구청은 시신을 병원·장례식장에 임시로 안치한 후 연고자를 찾는다. 연고자에게 시신을 인도해가라는우편을 보내고 2주간 연락이 없으면 무연고자로 분류한다. 연고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 가족 단절과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이다.


2017년 서울 천호동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62)씨가 그런 경우다. 이씨의 아내는 남편의 사망통지서를 받았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이씨는 약 30년 전 세 살배기 첫째, 낳은 지 한 달 된 둘째와 아내를 두고 집을 나갔다. 아이들이 클 동안 남편은 연락 한 번 없었다. 남편 사망 소식을 들은 아내는 남편이 혼자 살던 집에 가봤다. 당시 가족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남긴 유서라도 있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는 원망스러운 마음에 시신 인수를 하지 않았다.


‘그리다’ 출범 이전에도 서울시는 승화원에 무연고 사망자의 입관·화장을 맡겼다. 조례 제정으로 달라진 건 입찰을 통해 장례업체를 선정하고, 고인을 위한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다. 올해는 ‘정담의전’이 선정됐다. 정담의전 명재익 대표는 “무연고 사망자 특성상 시신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최대한 정성껏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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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6년 308명, 2017년 366명, 2018년 382명으로 매해 꾸준히 늘고 있다. 나눔과나눔은 ‘그리다’ 출범 이후 지난 3월 서울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통합 상담센터를 열어 무연고자·기초생활수급자의 장례를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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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는 외롭게 돌아가신 이들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지키고 사회적 애도를 가능케 하는 사회보장제도”라며 “시신 인수를 포기한 유가족의 원망과 회환의 감정을 달래는 역할도 한다”고 덧붙였다. 시신 인수를 포기한 후에도 남몰래 장례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박 이사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나죽고 나면 잘 해달라’는 상담 전화를 하기도 한다”며 “공영장례가 ‘내가 죽어도 사회가 날 위해 장례를 치러주겠구나’ 하는 믿음으로 죽음을 향한 막연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제도적으로 무연고 사망자에게 장례식을 치러주는 광역지자체는 서울시가 유일하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다른 지자체에도 서울시처럼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을 치뤄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양=김나현·고석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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