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스타 산드라 오 감탄했다…'기생충' 샤론 최의 질문
'기생충' 통역사 샤론 최, 인터뷰 진행자 변신
25일 왓챠가 출시한 BBC 드라마 '킬링 이브'로
한국계 할리우드 스타 산드라 오 화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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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이후 두문불출해온 통역가 샤론 최(최성재‧27)가 25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국내 출시된 영국 BBC 드라마 ‘킬링이브’ 시즌3 주연을 맡은 한국계 할리우드 스타 산드라 오(49)의 인터뷰 진행자로서다. ‘킬링이브’를 독점 출시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왓챠플레이는 19일 서울과 미국간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영상을 25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칸 황금종려상부터 오스카 4관왕 수상 무대까지 봉준호 감독의 말을 물 흐르듯 전했던 샤론 최다. 이날 영상에선 유창한 영어는 물론 영화학도이자, 인터뷰 진행자로서 심도 깊은 질문까지 돋보였다. 이날 인터뷰는 ‘킬링이브’에 대한 샤론 최의 ‘팬심’으로 성사됐다. 그는 “‘킬링 이브’ 시즌1의 작가이자 책임 프로듀서 중 한 명인 피비 윌러브릿지와 산드라 오의 오랜 팬이었다”고 고백했다.
‘킬링이브’는 첩보 요원이 되고 싶은 정보국 직원 이브와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이 애증으로 얽히며 빚어내는 다국적 코믹 첩보물. 극 중 한국계로 설정된 이브 역의 산드라 오가 할리우드에서 ‘변화의 상징’으로 거듭나는 발판이 됐다. 그는 2018년 첫 시즌부터 호평 받으며 이듬해 아시아계 최초로 사회를 맡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변화의 순간을 목격하고 싶었다”는 말로 진행에 나선 의미를 밝힌 그가 트로피를 들며 “엄마, 아빠 사랑해요” 한국어로 말한 소감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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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최는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문제, 영화 산업 내부의 성차별과 여성 영화인의 저변 확대 등 작품 안팎의 화제를 오가며 산드라 오의 예전 인터뷰 발언을 언급했다. “인종차별적인 업계에서 자신도 세뇌당했다고 얘기했었죠. 당시 그것에 영향 받아 스스로 한계를 뒀다고. 미투 운동부터 ‘기생충’의 성공, 그리고 최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까지 업계 내의 시선이나 선택 및 행동이 바뀌는 걸 느끼나요.”
샤론 최의 말에 산드라 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운을 뗐다. “꼭 거기(한국) 가야겠다”고, 질문에 감사함을 표하면서다.
“봉 감독님이 오스카는 매우 로컬이라고 했죠. 그게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었어요. 무대 위의 감독님을 보는 게 저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어요.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 한 번도 소수인종으로서 인종차별적인 사회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의 자유로움 그 자체를 봤죠.”
캐나다의 한국계 이민 2세로 자란 그는 “어떤 면에선 그걸 보는 게 저한테 필요했다. 여러 가지에 눈을 뜨기 위해서”라며 “봉 감독은 유색인종의 사람, 동양 남자, 한국인 남자지만 그냥 자유롭다. 그래서 그가 로컬이라고 했을 때 너무 세련된 공격이어서 감탄했다. 그건 공격이 아니었지만 공격이었고 또 공격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자유롭다. 전 그런 시선으로 보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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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 오가 “다른 사람은 다 놓친 지점을 물어봐줘서 너무 기쁘다”고 감탄한 질문은 또 있다. 샤론 최가 ‘킬링 이브’ 시즌3의 영국 내 한인타운 ‘뉴 몰든’ 장면을 언급하며 “시즌3는 매우 고요하게 시작하는데, 이브가 육체적, 정신적 상처로부터 치유하는 공간으로 한인 타운을 선택한 특별한 의미가 있냐”고 물었을 때다. 이 장면에서 이브는 뉴 몰든의 한식당에서 만두를 빚고 그 뒤로 한국어 수다가 들려온다.
산드라 오는 “한인타운은 이브가 한심한 생활을 하는 곳이 아니라 차분함과 익명성이 전제된 곳,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곳”이라며 처음에 시즌3의 작가 수잔 히스코트가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제안했을 때, 단호하게 거절하며 이브가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어릴 때 먹었던 음식과 모국어가 있는 공간’을 제안한 일화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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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최가 이브와 빌라넬의 이야기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같다고 하자 산드라 오는 이들이 모호하고도 극적인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가는지 집중해달라고 답했다.
첫 만남인 게 무색할 만큼 친근했던 호흡 덕분일까. 15분으로 예정했던 인터뷰는 시간을 넘겨 40분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고 왓챠 측은 전했다. 이날 인터뷰는 1~4분 길이로 편집된 5편의 영상으로 왓챠 유튜브에 공개됐다. 샤론 최가 한국어 번역까지 도맡았다. 왓챠 관계자는 인터뷰 풀버전에 대한 요청이 많아 추후 공개할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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