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전망 쏟아지는데···"한국기업, 코로나 뒤 대박 기회 온다"
베스트셀러 『디커플링』의 지은이 탈레스 테이셰이라 단독 인터뷰
'포스트-코로나19'의 고객의 최우선 가치는 ‘안전!’
코로나 대처 과정에서 한ᆞ중은 정반대 모습 보였다.
한국은 ‘투명하고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중국은 ‘투명하지도 않고 안전하지도 않다’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온갖 추측과 전망이 어지럽게 춤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바꿔놓을 글로벌 비즈니스 지형을 놓고서다. 누가 승자(위너)이고 누가 패자(루저)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해 비즈니스 책 가운데 최고 히트작인 『디커플링』의 지은이 탈레스 테이셰이라 전 하버드대 교수(경영학)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하버드대를 그만두고 요즘 컨설팅회사인 디커플링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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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코로나19 때문에 비즈니스 활동이 사실상 정지됐다.
A : “여기 미국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다. 코로나19가 경영자와 고객의 사고방식에 깊고 강한 충격을 주고 있다.”
Q : 평소 강조한 ‘고객의 가치 사슬(customer value chain)’이 바뀔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A : “고객의 가치사슬은 한 기업을 위너로 또는 루저로 만들 수 있다. 고객 가치사슬은 외상후증후군(트라우마) 같은 빅 이벤트에 의해 종종 바뀐다. 코로나19는 정말 빅 이벤트다.”
Q : 왜 빅 이벤트라고 생각하는가.
A : “코로나19 충격이 상당히 크다. 고객의 근원적인 두려움을 자극하고 있다. 고객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곳 또는 그 제품이 얼마나 안전하지?’라고 늘 묻게 된다. 변화는 일시적일 것 같지 않다. 지속적일 것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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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과 오래 함께 하려고 하지 않는다
Q :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A : “포스트 코로나19의 세계에서는 업종의 운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Q : 아주 선명한 설명일 듯하다. 첫 번째는 무엇인가.
A : “첫 번째 범주는 고객 수가 절대적으로 급감할 수밖에 없는 업종이다. 크루즈 산업이다. 은퇴자들의 꿈이 바로 크루즈 여행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크루즈 여행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크루즈 여행객은 한 곳에 10~20일 정도 머물러야 한다. 감염병이 퍼지면 속수무책이다.”
『디커플링』은 탈레스 테이셰이라를 스타로 만든 책이다. |
Q : 앞으로 크루즈 산업은 어떻게 될까.
A : “고객 수가 절대 감소한다. 최근까지 크루즈회사들은 경쟁적으로 큰 배를 주문했다. 요즘 크루즈 선박은 15만~20만 톤에 이른다. 고객 수가 줄어들면 엄청난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Q : 또 다른 루저는 없는가.
A : “항공사다. 크루즈만큼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단거리 여행은 포스트 코로나19 세계에서도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장거리 항공 여행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밀폐된 공간에 수백명이 머무는 상황을 두려 하는 고객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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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때문에 노트북이 잘 팔릴 것이다"
Q : 이제 두 번째 카테고리가 궁금하다. 이 범주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A : “업종 전체의 고객 수는 거의 변화가 없다. 다만, A회사에서B회사로 급격한 이동이 발생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Q : 업종 내에서 위너와 루저가 결정되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의 압박감이 클 듯하다.
A : “당연하다 업종 전체가 위기면 CEO 능력과 성과를 따지는 일이 덜 한다.”
Q : 어떤 업종이 두 번째 카테고리에 들어 있나.
A : “마트(grocery), 극장, 레스토랑 등이다. 앞으로 고객은 온라인 주문을 많이 할 것이다. 매장을 직접 방문해 ‘비교적 오래 머무는 곳’은 피하려 한다.”
Q : 다른 예는 없는가.
A : “프린팅숍이다. 재택근무가 늘 가능성이 크다. 고객이 프린팅숍을 방문하기보다 집에 프린터를 설치하려고 한다.”
Q : 그렇다면 가게 가운데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어딘가.
A :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은 좋을 수 있다. 이곳 방문객 70%는 잠깐 들르는 사람들이다. 잠깐 들러 테이크아웃하는 곳은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
디커플링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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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업종은 코로나19 충격에서 곧 벗어난다
Q : 이제 세 번째 업종 이야기를 듣고 싶다.
A : “고객 수 측면에서 큰 충격을 받지 않는 업종이다. 에너지 업종이다. 지금은 에너지 소비가 급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대중 교통수단보다 자가용 이동이 늘 수 있다. 에너지 소비가 증가한다.”
Q : 또 다른 곳은.
A : "노트북이 잘 팔릴 것이다. 재택 또는 원격지 근무가 늘어난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노트북이 필수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테이셰이라는 지난해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회사들을 10년 가까이 조사해봤다”며 “그런데 그들의 기술 수준은 비슷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업의 성패는 기술의 격차가 아니라 고객의 입맛에 따라 결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객의 가치사슬은 구매단계까지 이어지는 긴 연쇄고리다. 이 고리의 일부나 전부를 장악하는 회사가 위너라는 게 테이셰이라의 이론이다. 이런 논리는 기술 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가 성패를 결정한다는 기존 이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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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가성비를 대신한다
Q : 이제 기업이나 업종보다 넓은 국가 차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A : “내가 국가 경쟁력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Q : 그게 무엇일까.
A : “중국에 고객 회사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은 분명히 말해야 할 듯하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투명하지 못했다. 앞으로 고객이 중시한 최고 가치가 안전이라고 말했는데, 그들 제품이나 시스템의 안전에 대한 신뢰가 의심받고 있다.”
Q : 중국 제품에 대한 고객의 가치사슬이 바뀌는가.
A : “글로벌 고객은 중국제의 싸지만 나쁘지 않다는 점에 많은 가중치를 줬다. 이제는 아니다. 싼값의 매력보다 안전과 투명성이 훨씬 중요하다.”
Q : 한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인식(perception)은 어떤가.
A : “한국은 열린 민주주의 국가로 뚜렷하게 인식됐다. 투명하고 안전하며 건강한 곳이란 이미지를 갖게 됐다. 한국 기업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놀라운 기회(tremendous opportunity)’를 잡게 될 것이다.”
■ 탈레스 테이셰이라
‘관심 경제학’의 대표적인 이론가다. 테이셰이라 등의 눈에 ‘관심’은 곧 유한한 자원이다. 정보나 지식, 상품, 서비스는 차고 넘치지만 고객의 관심을 사는 일은 쉽지 않다. 그 바람에 경영자가 의사를 결정할 때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관심 척도는 ‘소비자가 어떤 정보나 지식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가’이다. 테이셰이라는 브라질 출신이다. 상파울루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미시건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컨설팅회사인 디커플링을 세우기까지 하버드대에서 마케팅을 가르쳤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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