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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 실험, 결과 엄청났다…美도 '월화수목일일일' 급물살

중앙일보

주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 미래의창]

유럽 일부 국가와 스타트업 등 몇몇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4일 근무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 중인 가운데, 미국에서 지난 7월 발의된 ‘주 32시간 근무제도’ 도입 법안이 하원 내 진보 진영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논의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 하원 진보그룹, 주32시간제 지지

8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은 민주당 소속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이 같은 당 의원 13명과 공동발의한 ‘주 32시간 근무법’이 지난 7일 미 의회 진보코커스의 지지를 받으면서 법안 통과에 추진력을 얻게 됐다고 보도했다.


타카노 의원의 법안은 주당 근무시간을 총 32시간으로 제한하고, 이 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 시간당 근무 수당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1938년 시행된 미국 공정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표준근로시간을 현행 주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단축하자는 것이다. 그는 “주 3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32시간을 초과한 근무에 대해서는 반드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타카노 의원은 성명을 통해 “사람들이 직장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면서 “건강과 복지가 악화되고, 급여는 정체된 상태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근무시간 단축을 실험한 기업들의 근로자 업무 생산성이 25~40% 향상됐고 일과 삶의 균형이 높아졌으며 병가 사용의 필요성이 감소하고 업무 스케줄의 유동성이 증가했다는 분석 자료를 첨부했다. 또 고용주는 직원의 건강보험료나 사업장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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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OECD 주요국 연간 근로시간, 주4일 근무제 찬반 의견, 주4일근무제로 임금이 감소한다면?, 주4일제 도입시 하고 싶은 것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한국리서치]

아이슬란드의 실험, 코로나19로 관심 커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시도는 유럽에서 먼저 있었다. 북유럽 국가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시범 운영하는 국가 차원의 실험을 했다. 기존과 같은 임금을 받으며 주 4일만 근무한 것으로, 아이슬란드 전체 노동 인구 중 1%가 이 실험에 참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이슬란드의 실험은 엄청난 성공으로 결론 났다”며 “참여한 근로자는 기존의 성과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고 직장에서 더 나은 협업을 이뤘다”고 전했다. 아이슬란드 지속가능민주연합(ALDA)와 싱크탱크인 오토노미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험 종료 후 참가자 10명 중 8명이 근무 시간이 더 짧은 회사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은 오늘날 최첨단 경제 구조 하에서 바람직하며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이르다는 주장에 대해 NYT는 “이미 오래 전에 논의됐고, 도입 시기가 감질나는(tantalizing) 것”이라고 전했다. 주 4일제는 이미 1956년 당시 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1913~94)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라 표현했고, 1977년 지미 카터(97) 대통령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기업이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던 제도라는 것이다. 1978년 워싱턴포스트(WP)가 “이제 현실이 됐다”고 선언했으며, 같은 해 전미 자동차노동조합 회장인 더글라스 프레이저가 “절대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말했던 시스템이라고도 강조했다.


CBS는 최근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급증한 이유로 코로나19 대유행을 꼽았다. 이전에 근로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어야 업무 효율이 올라간다는 강력한 ‘대면근무의 신화’가 있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업무의 양과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와 동시에 재택근무가 오히려 근로 시간을 늘렸고 이로 인한 피로감이 대량 사직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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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이미지. [셔터스톡]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5월 주 4일 근무제를 본격 도입한 미국의 친환경 아동복 스타트업인 프라이머리는 “동일 임금으로 주 4일제를 도입했는데 회사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남부 소재 소프트웨어 회사인 델솔은 지난해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직원 190명의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40만유로(약 5억4000만원)를 투자했다. 그 결과 결근율은 28%나 줄었고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었다. 주 4일제 도입 후 퇴사자는 없다.

"소속감, 조직 적응도 떨어진다" 단점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 4일 근무제가 기후위기를 막는 방안”이라고도 했다. 더 많은 소비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더 많은 물건을 만드는 현재의 구조 하에서는 지구가 점점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데, 노동 시간을 줄이고 남는 시간을 산책·스포츠·요리같은 저탄소 활동을 하게 되면 ‘지구를 위한 삶’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주 4일제의 단점으로 직원들의 소속감과 안정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아이슬란드의 주 4일제 실험 보고서에서도 관리자가 직원 교육이나 회식 등 단체 활동을 꾸려나가는 것이 전보다 힘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료들 사이에 소통이 줄어들어 정보 전달이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갤럽 연구원인 짐 하터와 라이언 펜델은 “근무 시간이 줄어들수록 회사·팀·관리자와 단절된 느낌을 받는 직원이 늘어난다”며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인력 유출에 민감한 기업이라면 우려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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