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있어야 우포늪 그림이 완성된다
20년 이상 우포늪 지킨 주영학씨
경남 창녕에선 연예인만큼 유명
환경 감시하며 사진 모델 역할도
습지 생태, 철새 현황 꿰고 있어
경남 창녕 우포늪은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 ‘출사 명소’로 통하는 곳이다. 사계절 다른 풍광을 연출하는 우포늪을 촬영할 때 사람이 빠지면 서운하다. 주민에게 어업이 허락된 건 3~10월 뿐이다. 한데 이때가 아니어도 새벽에 배를 모는 사람이 한 명 있으니, 자타공인 우포늪 파수꾼 주영학(71)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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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는 창녕 대합면 가난한 농부의 8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대구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고향으로 돌아왔다. 98년 이방면에서 산불감시원으로 일하다 우포늪 감시 역할까지 맡게 됐다. 지금까지 20년 넘게 우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현재 낙동강환경유역청에서 임명한 우포늪 환경감시원은 주씨를 포함해 모두 5명이다. 불법 낚시, 쓰레기 투기 등을 단속하는 게 주 업무였는데, 몇 해 전부터는 생태계 교란 외래종인 뉴트리아 잡는 일까지 떠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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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새벽, 우포늪 목포제방에 오토바이를 탄 주씨가 나타났다. 이마배(나룻배)를 몰고 나간 주씨가 덫에 걸린 뉴트리아를 들어 보이며 “아이고, 이놈 오랜만에 잡았다”고 말했다. 평일이지만 제방 인근에는 카메라 둘러멘 사람들이 진 치고 있었다. 주씨가 배를 몰고 습지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없었다. 주씨는 못 이긴 듯 사진 찍기 좋은 포즈까지 취해준다. 다른 환경감시원은 이런 일까지 하진 않는다. 우포늪 돌보는 일도 바쁠 텐데 사진 모델까지 성가시지 않은지 물었다.
“뭐, 괜찮심더. 이게 다 창녕군과 우포늪을 위해서 하는 일 아입니까. 제가 하는 일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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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허락하는 한 우포늪을 지키겠다는 주씨는 창녕에서 연예인보다 유명하다. 최저임금 정도의 보수를 받고 궂은일을 하고 있지만, 그의 노고만큼은 모두가 알아준다. 그래서 2011년 대통령 표창을 비롯한 숱한 상장을 받았고, 중학교 국어교과서에도 활약상이 실렸다. 우포늪 생태관에도 그의 이름이 똑똑히 박힌 조끼를 걸친 모형이 전시돼 있다. 2017년 11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는 성화를 들고 우포늪을 건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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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는 웬만한 해설사나 전문가 못지않게 우포를 꿰고 있다. 9일에도 “큰고니 300마리, 기러기 1200마리, 노랑부리저어새 16마리가 월동을 위해 우포늪을 찾았다”고 일러줬다. 그의 말을 듣고 찾아간 사지포에서는 우포에서 보지 못한 큰고니와 노랑부리저어새 무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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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군은 지난 10월 25일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을 받았다. 생태관광 명소로 앞으로 더 많은 탐방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씨가 소박한 당부를 건넸다. “우포에 많은 사람이 오는 건 좋심더. 근데 흔적을 안 남기고 가야지요. 자연은 손 안 대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젤로 좋은 거 아입니꺼.”
창녕=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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