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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410억 받고 떠났다···오너들 이상한 퇴직금 셈법

최고위급 경영인 퇴직금 분석

코오롱 퇴직 직전 월급도 많아

사측 “규정 따라 진행, 공개 못해”


국내 기업 임원 평균 3배 더 받아

전문가 “성과연동 보상이 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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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억원 vs 1308만원.


전자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퇴직금이고, 후자는 국세청 퇴직소득 원천징수 신고현황에서 드러난 국내 기업 1인당 평균 퇴직금이다(2017년 기준).


평균 3138명의 퇴직금을 합친 금액을 한번에 받아간 이웅열 전 회장은 지난해 5개사(코오롱·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글로벌·코오롱글로텍)에서 455억7000만원을 받았는데 90%가 넘는 돈(410억4000만원)이 퇴직금이었다. 또 코오롱베니트에서도 별도로 퇴직금을 받았지만, 금액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코오롱베니트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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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임원·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사람의 퇴직금과 비교하면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웅열 전 회장에게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퇴직금으로 지급한 돈은 178억1008만원이다. 그런데 같은 날 퇴직한 안태환 코오롱인더스트리 전 대표는 퇴직금으로 9억7122만원을 받았다. 같은 회사에서 똑같이 대표이사로 재직했는데, 안 전 대표의 퇴직금 규모는 이웅열 전 대표의 5.5%에 불과하다. 역시 같은 회사에서 같은 기간 퇴직한 2인의 부사장(박한용·최영무)도 퇴직금 규모는 비슷했다(8억3325만~10억7637만원).


퇴직급여 최고구간(5억원 이상·5281명) 퇴직자의 평균 퇴직금(7억6142만원)보다 이웅열 전 회장이 무려 54배나 많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정관에 임원 퇴직급여로 지급할 금액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법정퇴직금이 법으로 보호하는 강제규정인 것과 달리, 임원의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임원과 사측은 연봉계약을 체결하면서 정관에 따라 퇴직금 지급 방식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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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에 따르면 법정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간 받은 돈을 근무일수로 나눈 ‘하루 평균 봉급’에 30일을 곱한 금액(①)과 ▶총 재직일을 365일로 나눈 금액(②)을 곱해서 계산한다. 단순하게 퇴직 직전 월급(①)에 재직년수(②)를 곱해서 계산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일단 이렇게 계산한 금액부터 다르다. 월지급액으로 환산하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이웅열 전 대표에게 지급한 월급(1억3000만원)은 안태환 전 대표에게 지급한 월급(2146만원)의 6배가 넘는다(퇴직전 3개월 평균 기준). 퇴직 직전 월급(①)이 다르다는 뜻이다.


또 재직기간도 차이가 있다. 이 전 회장은 198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이사로 승진해서 34년간 임원으로 근무했고, 안 대표는 2010년부터 상무로 일했다. 즉, 재직년수(②)가 3.5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기업 정관에 따라 이웅열 전 회장은 법정퇴직금(①x②·45억3000만원)의 4배를 수령했다. 이웅열 회장이 브라질 축구선수 네이마르 연봉(3500만유로·450억원) 수준의 퇴직금을 받은 배경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그룹은 “내부 규정에 따라서 진행했지만 기밀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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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코오롱그룹뿐만 아니라 사주가 있는 주요 기업은 대부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퇴직금을 계산한다. ㈜LG는 고(故) 구본무 LG 회장(201억3600만원)에게 평균월급(1억8000만원)에 근무기간(22년3개월)을 곱한 뒤, 정관에 따라 이 금액의 5배를 지급했다. 이는 이웅열 회장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217억원)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현대차·현대중공업·현대상선 등 24개 계열사 사내이사에서 퇴직금을 받았고, 구본무 회장은 ㈜LG 1개사에서 퇴직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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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기관 종사자는 “158개 상장기업을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의 71%는 임원들에게 퇴직금을 평균 3배 안팎 차등지급한다”며 “예컨대 사주가 월급을 10배 더 받고, 3개사를 겸직하며 법정퇴직금의 3배 지급 규정을 정관에 넣었다면, 해당 임원은 직원보다 90배 많은 퇴직금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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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 사상 최대 규모의 퇴직금을 받은 이웅열 회장의 기록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퇴직하는 순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에서 퇴직할 때와, 정몽구 회장이 현대제철에서 퇴직할 때 양사는 회장에게 법정퇴직금의 4배를 지급했다. 만약 현대차·현대모비스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정몽구 회장은 연말 퇴직할 경우 퇴직금으로 총 971억99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 모든 상장사 전문경영인 중에서 가장 많은 퇴직금을 가져간 김용환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64억3600만원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과 계산 방식은 극비 사항이기 때문에 부회장도 알지 못하는 사안”이라며 “특정인의 퇴직금 규모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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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에 별도의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이 있다면 이를 준수해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웅열 회장은 본인이 9명의 이사진 중 1명으로 참여했고,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사실상 임원 퇴직급여 지급 방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몽구 회장 역시 현대자동차 이사회에서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현대모비스 이사회에서 17차례 이사직을 연임하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별세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은퇴를 선언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2019년 사업보고서에서 퇴직금 규모가 밝혀질 예정이다. 또 ‘무보수 경영’을 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원칙대로라면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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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퇴직보수 분야를 장기간 연구한 한 연구기관 종사자는 “재벌이 천문학적 금액의 퇴직금을 받는 양태는 국내에서 종종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며 “특정 직위에 오르기만 하면 막대한 퇴직금을 지급하기보다는, 퇴직금 대신 실적과 연동하는 성과를 거둔 임원에게 이에 상응하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문희철·윤상언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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