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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핸드백이 아닙니다

BTS 뷔, 엑소 카이 등 남자 아이돌

작은 백 든 모습 ‘공항패션’ 많아져

“남성이 핸드백 메면 더 시선 끌어”

2020 봄·여름 컬렉션서 트렌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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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핸드백을 어깨에 메거나 손에 드는 남자 아이돌 스타들이 많아졌다. 이른바 ‘공항패션’에서 두드러진다. 여자친구의 작은 백을 들어주며 ‘눈총’받던 남자들이 이젠 자신의 핸드백을 메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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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엑소의 카이는 붉은색 핸드백으로 강렬한 공항 패션을 완성했다. [사진 구찌]

그룹 엑소의 카이는 지난 1월 구찌 패션쇼 참석차 이탈리아로 떠나면서 중간 크기 토트백 형태의 ‘러기지 백’을 들고 공항에 나왔다. 앞서 붉은 숄더백, 장지갑 형태의 노랑 크로스백 등의 차림으로 화제를 모은 그다. 빅뱅의 지드래곤도 지난달 17일 청바지와 항공 점퍼에 베이지색 핸드백을 어깨에 메고 공항에 등장했고, 귀국길에도 작은 핸드백을 멨다. 같은 그룹 멤버 태양, 방탄소년단의 지민·뷔 등도 핸드백을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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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해외잡화 담당 바이어는 “가방을 찾는 남성 고객이 확실히 늘었다”며 “클러치, 패니 팩(fanny pack·허리에 차는 지퍼 달린 가방), 작은 사이즈 핸드백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방에 관심이 높다”고 했다. 온라인 럭셔리 편집숍 미스터 포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시장의 남성용 가방 판매는 전년 대비 62% 성장했다. 전 세계 성장률 31%를 크게 웃돈다. 품목별로는 손으로 드는 토트백, 벨트 백, 메신저 백(어깨에 메는 숄더백)이 인기다.


‘2020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도 트렌드는 입증됐다. 어깨에 메 몸에 밀착되는 형태의 크로스백이 대세였다. 디올과 지방시는 정장 차림에 아담한 사이즈의 가방을 멘 남자 모델들을 등장시켰다. 루이 비통의 모델들은 네모 핸드백을 짧게 멘 역동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지갑보다 더 작은, 머스(murse·남성용 손지갑)를 멘 모델들도 눈에 띄었다. 머스는 남자(man)와 지갑(purse)을 합한 패션 용어. 프라다는 손잡이와 긴 어깨끈이 함께 있는 ‘브리크 백’을, 펜디는 브랜드의 대표 상품 ‘바게트 백’ 남성용을 내놨다. 펜디 관계자는 “남성 패션에서 가방이 중요 아이템으로 부각된 것은 이번 봄이 처음”이라고 했다.


남자들의 핸드백 패션은 최근 소비문화의 화두인 ‘젠더리스(genderless)’ 영향이란 해석이 나온다. 남성·여성용의 경계가 모호한 것으로, 패션 용어로는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양성의 특징을 가진) 룩으로 불린다. 2020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 핑크색과 꽃무늬 등이 대거 등장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남자다움, 여자다움을 강조하는 것은 이제 낡은 관습처럼 보인다. 이한욱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여성용 핸드백을 여자가 들었을 때보다 남자가 들었을 때 더 재밌고 시선을 끌기 쉽다”고 했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큰 가방보다 초소형 백이 인기인 점도 남자가 핸드백을 들게 된 이유 중 하나다.


MCM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디르크 쇤베르거는 남성 핸드백 트렌드를 실용적인 패션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으로 분석했다. 그는 “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양손이 자유로운 디자인은 필수”라고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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