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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원룸공포 이용했다···'신림동 삐에로' 영상은 자작극

중앙일보

지난 23일 유튜브에 올라온 ‘신림동, 소름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 상황’ 영상. 피에로 가면을 쓴 남성이 원룸 건물 복도를 서성이다 한 현관문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다. [사유튜브 영상 캡처]

삐에로 가면을 쓴 채 다른 사람 집의 도어락을 누르고 택배를 훔치는 모습이 담긴 이른바 ‘신림동 삐에로’ 영상이 홍보를 노린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지난 23일 유튜브에는 ‘신림동,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 상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1분 29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삐에로 가면으로 얼굴 가린 사람이 한 원룸 복도에서 택배를 가지고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사람은 택배를 가져가기 전에 택배가 놓인 현관문에 귀를 대거나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며 침입을 시도하는 듯한 행동도 보인다. 영상 끝에는 삐에로 가면을 쓴 사람이 그곳을 떠난 뒤 집 안에 있던 주민이 나와 주변을 살피는 모습도 나온다.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여성 혼자 사는 원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랐다.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따라 주거침입을 시도하거나 원룸 창문으로 침입한 뒤 성폭행을 시도하는 등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상이 더 논란이 됐다.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자 서울 관악경찰서는 24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에게 협조를 구해 해당 영상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정도라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지만 영상에 나온 장소에서 택배 도난 사건이 접수되지 않았다”며 “영상이 실제인지에 대한 여부부터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논란 속 건물이 자신이 있는 곳 같다”는 건물 관리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동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25일 오전 0시 15분쯤 해당 건물에 있던 최씨를 검거했다.


1인 스타트업을 하는 최씨는 자신이 고안한 택배 배송지 공유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이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뉴스로 논란이 커진 사실을 깨달은 뒤 해명 영상을 올렸다. 25일 해당 영상에는 원제목 뒤 '(연출)' 이란 말이 추가로 붙었고, 최씨는 유튜브에 사과문을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또 이날 오전 7시쯤 ‘신림동 삐에로 사이코패스 도둑입니다. 기자님들께 사과문 보내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언론사에 사과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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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에서 최씨는“(사업에)실패하고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한 가난한 스타트업”이라고 자신의 직업을 밝히며 “돈이 없어 효과적인 홍보가 필요했고, 이른바 노이즈+공포 마케팅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영상 제작을 위해 삐에로 가면과 슈렉 가면을 샀다는 그는 “삐에로가 더 무섭고 이름 짓기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신림동에서 주거침입 영상이 충격파를 던져준 것을 기억했다”며 “무서운 영상으로 '이런 무서운 택배 도둑은 없어야 한다'는 식의 영상 콘텐트를 제작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의 멍청함으로 더 큰 파장을 멈추게 해준 많은 네티즌 분들께 감사하다”며 “영상으로 많은 분에게 분노, 불쾌함을 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추가로 조사한 후 처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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